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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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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회복’만이 살 길이다
  • 맹수석(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승인 2014.05.21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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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산책 | 불신공화국

국가 공동체에 대한 국민 불신 심각

‘범국가적 신뢰 프로세스’ 구축 절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신뢰회복 첫걸음

맹수석
맹수석

세월호 참사자 추모집회에 참가한 교복 차림의 어린 학생들이 "우리는 누구를 믿어야 합니까?"라는 피켓을 들고 서있는 사진을 참담한 마음으로 보았다. 희생자 대부분은 꽃 한 번 활짝 피어 보지 못한 채 처참하게 이승을 떠난 고등학생들이다. 그 꽃봉오리들은 기울어져 가는 선실에서 공포에 떨면서도 ‘기다리라’는 방송만을 믿었다. 창밖의 ‘해양경찰 헬기’가 구해주리라는 믿음을 갖고 애타게 구조를 기다렸다.

세월호 사고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되었던 것일까? 지난 달 발생한 서울 지하철 사고에서 아수라장이 된 열차 안의 승객들은 어두운 반대편 선로를 통해 허둥지둥 탈출했다. 당시 지하철에서 안내방송이 흘러 나왔지만 승객들은 ‘기다리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했던 승객들의 모습, 그것이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그 어느 것도 믿지 못한 채, ‘나 홀로’ 생존방식으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가?

공동체의 기초는 신뢰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공동체도 무너진다. 국가라는 공동체에 대해 구성원인 국민이 불신하게 되면 그 결과는 참으로 심각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범국가적 신뢰 프로세스’의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사고를 통하여 불신의 뿌리를 깊게 만든 원인제공자는 정부와 언론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 한명의 실종자도 구조하지 못한 정부의 부실대응과 무능은 결국 어린 학생들로 하여금 불신의 피켓을 들게 만들었다. 정부의 발표는 정확한 ‘팩트’를 근거로 이뤄져야 한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오류투성이다. 자고 나면 사망자와 실종자 숫자마저 달라져 있었고, 어제와 오늘의 발표내용이 달랐다. 짜 맞추기식 변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러고도 어찌 음모론을 지탄할 수 있는가?

최근 발표된 OECD의 조사결과, 우리 국민은 23%만이 정부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ECD 꼴찌 수준으로, 10명 가운데 2명 정도만 정부를 신뢰할 뿐이다. 그나마 이 수치는 세월호 참사 전에 조사한 것으로서, 지금 다시 조사한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궁금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 불신공화국이 아니다.

언론의 잘못도 크다. 비본질적인 것을 반복하여 내보냄으로써 본질을 호도하고, 정부의 발표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언론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우리 정치사의 고비 고비에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던 언론에 대한 외경심도 갖고 있고, 언론 종사자들의 애환과 한계를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시중에 입에 올리기도 희한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길 지경인 작금의 언론 풍토가 안타깝다. 제도권 언론이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인터넷 통신망이나 SNS 등을 통한 ‘유비통신’이 활개를 치게 된다. 언론의 안일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보도 행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불신의 늪에 빠트리게 될 것이다. 스위스의 철학자 아미엘(F. Amiel)은 신뢰는 유리거울 같아 한번 금이 가면 원래대로 하나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를 제고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듯이, 제때 손쓰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사안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네티즌이나 트위터리안에 대해 ‘불순분자’ 운운하기 전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가진 국가가 ‘국민 지키기’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선거의 승패가 대수인가? 세월호 대참사가 선거에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 유·불리를 따질 일이 아니다. 정부는 민심수습용이 아니라, 국민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공존공생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결단을 내려야한다. 모든 것에 대한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하여, 우리 사회가 하루 빨리 신뢰가 회복된 진정한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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