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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만능주의·도덕불감증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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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만능주의·도덕불감증이 원인
  • 송영웅(한국일보 미디어전략국 부장)
  • 승인 2016.07.13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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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국형 사고 왜 일어나나

참담하다. 화가 치민다. 이렇게 숨을 붙이며 살고 있다는 자체가 부끄럽고 면목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모든 국민들의 심정이 다 같을 것이다. 어른들의 무책임과 탐욕, 그리고 금전만능주의에 빠진 한국사회의 부조리가 잉태한 총체적인 부실이 꽃다운 학생들을 희생시켰다.

답답한 것은 이런 후진국형 대형 참사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거나 개선된 게 없다는 점이다.

지금부터 20년 전인 1994년 10월 21일. 당시 사회부의 경찰 출입기자이던 필자는 성수대교 붕괴 현장에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등교하던 무학여중·고생을 포함해 49명이 차를 탄 채 교각과 함께 강바닥으로 추락해 이중 32명이 사망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무학여중 교실에서 소중한 딸을 잃고 통곡하는 부모님, 교사, 학교친구들의 비통한 표정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 당시 국내 토목공사의 부실에 대한 비판이 고조돼 건설 현장 책임자들이 줄줄이 사법 처벌을 받고, 서울시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만 해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듬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로 501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초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6년 뒤인 2000년 1월에는 대구지하철 2호선 공사현장이 붕괴돼 3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2월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로 신입생 환영회를 하던 대학생 9명을 포함해 10명이 숨졌다.

이런 대형사고가 일어나면 정부는 항상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런 후진국형 사고는 재발한다.

왜 그럴까? 필자는 이를 우리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는 황금만능주의와 도덕 불감증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본다.

이번 세월호 사고를 놓고 대다수 국민들이 선장과 승무원, 선사, 구조당국에 책임이 있다고 질책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안전 불감증, 도덕 불감증이 해양사고에만 국한돼 있느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대형 인명사고의 가능성은 해양 말고도 항공, 지하 공간, 대형빌딩 등 모든 곳에 상존한다.

이처럼 활동 분야와 책임의 크기는 다르겠지만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세월호 선장 같이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만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돈이면 도덕과 양심을 잠시 접어둔다’는 물질만능주의의 사고방식이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다.

앞으로 후진국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책임자 처벌이나 대책 마련에 부산을 떨기에 앞서 국민의식, 다시 말해 도덕성이 성숙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무력함과 죄책감에 희생양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그 희생양을 통해 우리의 모든 잘못을 덮어 버리려는 무의식적인 책임 회피가 숨어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희생양(犧牲羊)은 그야말로 희생되는 한 마리의 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음에 또 같은 재앙이 반복돼도 사람들은 또 다른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이것은 근본적인 치유책이 되지 못한다.

책임자는 단호히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도덕적으로 무장된 시민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풍요롭고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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