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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 ‘100분토론’에서 ‘힐링캠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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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기자회견, ‘100분토론’에서 ‘힐링캠프’로
  • 김재중 기자
  • 승인 2014.01.11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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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중 기자의 뉴스리뷰 | ‘소통’과 ‘불통’의 차이

朴 신년기자회견, 낭독의 재발견
盧 2003년 기자회견, 인터넷 확산
‘소통’에 대한 朴-盧 가치관 차이 확연

‘불통’을 지적받아 온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316일 만에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취임 첫해 8개월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이 16회, 이명박 전 대통령이 14회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박 대통령의 언론기피증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언론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뒷말도 무성하다. 이번 기자회견이 짜 맞춘 각본에 의해 움직인 듯한 인상을 줘 외려 "국정홍보에 치우쳤다"는 비난을 들었다. 실제로 청와대는 현 정권에 비판적 견해를 보이는 ‘진보언론’ 어디에도 질문권을 주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질문에 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사전에 작성해 둔 답안을 읽어나가는 ‘낭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럴 바엔 대통령 기자회견을 서면으로 대체하지, 왜 생중계 하느냐"는 비아냥이 흘러나올 정도였다.

청와대, 어떤 언론에 질문권 줬나

대통령에 질문을 던진 언론사의 면면만 살펴봐도 대충 답이 나온다. 총 12명의 내외신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연합뉴스, MBC, 동아일보, 매일경제, 대구일보, 뉴데일리, 채널A, 로이터, 세계일보, 중부일보, YTN, 중국 CCTV순이었다.
언론사를 그룹별로 묶어 통신사, 공중파방송, 메이저신문, 비메이저신문, 경제신문, 지역신문, 인터넷신문, 종합편성채널, 외신 등에게 고르게 질문권을 부여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해당 언론사의 평소 보도행태 즉 논조를 알 만한 사람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겨레나 경향, 오마이뉴스 등을 배제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도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매체를 끼워 맞춰 구색을 갖추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언론계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질문의 수준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려 50년 동안 10명의 대통령을 상대했던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헬렌 토머스가 생전에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고 말했다지만, 이날 청와대 기자실 풍경은 ‘너무 예의를 차린 모습’이었다. ‘1년 소회’를 묻거나 ‘퇴근 후 관저에서 뭐하고 지내냐’는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힐링캠프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인터넷 달구는 ‘盧’ 2003년 기자회견

역설적이게도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인터넷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6월 2일 참여정부 100일을 맞아 개최한 기자회견 동영상이 급속하게 확산됐다. ‘비교’의 의미, 박 대통령에 대한 ‘무언의 비판’이었던 셈이다.
사실 기자에게도 그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다. 청와대 출입기자로 대통령 기자회견을 첫 취재했던 날이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진행됐다. 모두 발언이 있었고 기자들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당시 취재수첩을 뒤져보니 질문을 던진 기자들의 소속사는 KBS, 동아일보, 한국경제, 전북일보, 오마이뉴스, CNN, 한국일보, CBS, 매일경제 등이었다.
참여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언론사를 꼽으라면 당시 막 제도권에 진입한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정도였을까. 굳이 논조를 평하자면 중도성향 언론이 다수였고,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에 매우 비판적인 동아일보나 매일경제 등도 포함됐다.
북핵문제나 중소기업 지원, 지방분권 문제 등 당시로선 평이한 질문도 나왔지만 대통령의 거친 화법과 언론관, 보좌진 교체 여부, 측근비리 의혹, 대북송금 특검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설명해 달라는 날선 질문이 쏟아졌다.
노 대통령 자신도 "의혹을 제기하는 근거가 뭐냐"고 되묻는 등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고개를 숙여 미리 준비해 놓은 원고를 읽는 모습은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다.

노무현과 박근혜의 ‘소통’

중요한 것은 사회적 갈등을 바라보는 대통령의 자세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철도파업에 대한 ‘불통’ 문제에 대해 "소통의 의미가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국민의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그동안 우리사회를 보면 불법으로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돼서 그렇다 말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도 2003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갈등과 진통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벌어졌던 여러 갈등양상을 언급한 뒤 "우리는 민주주의 원리를 수십 년 동안 잊고 살았거나, 잊기를 강요당했거나 외면하면서 살아왔다. 변화가 일부에서 혼란으로 비쳐지고 있지만 이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본다. 저와 정부의 잘못도 적지 않았음을 솔직히 인정한다. 고쳐가겠다. 이 길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 갈등’에 대해 ‘나는 책임 없다. 원칙대로 한다’는 입장과 ‘내 잘못도 있다. 다만 민주주의 원리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두 대통령의 입장 차이. 무엇이 ‘소통’이고 무엇이 ‘불통’인지, 국민은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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