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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은? 80㎜폭우 VS 4대강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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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범은? 80㎜폭우 VS 4대강사업
  • 김선미(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3.09.25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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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도 와르르?

"당장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관계 공무원의 장담이다. 불과 며칠 전 일이다. 하지만 ‘천둥이 잦으면 비가 온다’고 기어코 사달이 났다.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지반 침하로 성곽 곳곳에 배부름 현상이 나타나면서 붕괴위험에 처했다는 각계의 경고가 계속됐던 사적 제12호인 공주 공산성 성곽 일부가 정말로 무너져 내렸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설마설마 했던 일이 실제로 벌어진 것이다.

백제산성으로 폭우 등 수많은 자연재해에도 1500년 역사를 간직한 채 굳건히 버텨온 공산성이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내린 데 대한 진단이 분분하다. 지난 주말 밤새 쏟아진 폭우 때문인지, 말 많고 탈 많은 의혹투성이 4대강 사업 때문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여러 가지 정황상 후자 쪽에 더 많은 의심이 가기는 하지만 일단 예단은 금물이다.

사실 평범한 일반 국민들은 구태여 알 필요도 없다. 문화재 훼손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전문가 그룹이 알아서 원인을 찾고 처방하고 해결해야 할 전문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1500년 역사의 백제문화를 현재에 보여주고 있는 공산성. 금강을 굽어보며 수많은 유적을 품고 있는 공산성의 붕괴는 참담함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붕괴 전부터 언론보도를 비롯한 가계의 붕괴위험에 대한 경고가 잇따랐고 문화재청을 비롯한 충남도, 공주시 등 관리 주체들이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더욱 그렇다. 어느 날 갑자기 닥친 불가항력적 사안이 아니었기에 더욱 어처구니가 없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기관과 전문가들이 붕괴위험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면서도 손 놓고 있다가 실제 상황이 돼버린 사실상 ‘인재’이기 때문이다.

공산성 붕괴 가능성에 대한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9일 문화재 보호와 관리감독의 수장인 변영섭 문화재청장이 현장을 방문했고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보다 앞선 지난 2일 공산성 현장을 찾아 붕괴위험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을 위한 적절한 대처는 없었고 결국 80㎜ 가을비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어쩌다가 공산성이 주저앉아 가지고…." 현장을 방문해 위험성을 확인한 변영섭 문화재청장의 말이다. "이렇게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힘들다"는 발언도 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는 공주·부여 백제문화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1월 등재를 위한 실사가 계획되어 있다. 공산성은 주요한 백제유적지 중 한 곳이다.

한번 무너진 성곽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총체적 위험이라고 할 만큼 성곽 이곳저곳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확인되고 있는 곳만 해도 십수 군데의 배부름 현상, 지반침하, 틈새, 뒤틀림, 부식현상 등등 수십 곳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됐다. 정밀안전진단을 할 경우 위험부분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극구 부인하던 ‘붕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자 문화재청 충남도 공주시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세계문화유산등재 무산과 백제문화제에 참여하는 관광객 불편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된 접근이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우리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일이고 관광객 유치 역시 지자체가 사활을 건 사안이기는 하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붕괴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복원이다. 그리고 장기 보존대책이 필요하다.

하룻밤 비 때문인지 4대강 준설사업으로 인한 지반붕괴 때문인지, 원인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도 나올 수 있다.

부정확한 진단에 따른 처방은 또 다른 부실을 낳을 수밖에 없다. 어디 공산성 성곽 붕괴 대처만 그렇겠는가. 모든 행정이 마찬가지일 터, 날림 진단에 따른 날림 행정이 더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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