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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물서 단합과 우의 다진‘횃불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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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강물서 단합과 우의 다진‘횃불축전’
  • 김교년(행복도시건설청 학계연구관)
  • 승인 2013.08.19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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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자산 이야기 | (5)동진어화(東津漁火)

금강과 미호천 만나는 합강거점에서 횃불들고 고기 잡아
주민 공동체 위해 환경 복원 필요

예로부터 월산교 밑 미호천(동강)에서 횃불을 들고 고기를 잡는 '동진어화'란 풍속이 있었다.
예로부터 월산교 밑 미호천(동강)에서 횃불을 들고 고기를 잡는 '동진어화'란 풍속이 있었다.

이제는 옛 지명이 되어버린 연기군 시기에 연기8경이 있었다.

열거하면 이렇다. ▲오봉락조(五峰落照) - 서면 동리 오봉산의 낙조 ▲당수청람(唐岫晴嵐) - 연기리 당산이 금강에 구름과 함께 비치는 모습 ▲침산추월(砧山秋月) - 당산 침산의 가을 ▲용당기암(龍塘奇巖) - 동면 명학리의 용당 바위 ▲금강귀범(錦江歸帆) - 대평리 금강에 떠 있는 배 ▲고려고성(高麗古城) - 전의면 고등리의 옛 성터 ▲비암만종(碑岩晩鐘) - 전동면 다방리의 비암사 ▲동진어화(東津漁火) - 조천의 고기잡이 불.

이 중 동진어화는 ‘동강에서 횃불을 들고 고기를 잡는다’란 뜻으로, 월산교 미호천 인근에 전해져 오는 풍속이다. 여기서 ‘동진(혹은 동강)’은 옛사람들이 자신의 살던 곳에서 보이는 만큼의 산천을 부르던 습관대로 보이는 만큼의 미호천을 동강이라 불렀다. 강의 한 자락을 잘라 내어 때로는 호수로 표현하기도 했다. 옛 시인은 이를 두고 시 한 수를 전하고 있다.


茫蘆枯荻爲漁(망로고적설위어) - 갈대와 마른 풀로 횃불 놓아 고기 잡으니
水底光明易看魚(수저광명이간어) - 물속까지 밝게 보여 고기 잡기 용이하다
潛伏雖昭休捉鯉(잠복수소휴착리) - 그러나 잠복해서 있다 해도 잉어를 잡지 말아라
此鱗最愛好傳書(차린최애호전서) - 이 잉어는 좋은 책을 가장 좋아한단다.


선인들은 고기잡이를 하더라도 누구는 생계를 위해 잡고, 또 누구는 세월을 낚기도 하고, 잡더라도 골라 잡았다. 잉어가 책을 좋아하니 잡지 말라는 시 구절에서 시인의 감성을 느끼게 된다.

금강은 오래전부터 물산이 오고간 중요한 물류이동경로였고, 특히 이곳은 금강이 미호천과 만나는 합강 지점이기에 더더욱 수운교통의 요지였다. 또한 월산리와 합강리 사이에는 꽃벼루라 불리는 나루터가 있어 두 지역의 물자 뿐 아니라 사람들의 이동수단으로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미호천의 지형적 중요성을 생각하면 동진어화는 단순히 생계를 위한 고기잡이는 아니었을 듯싶다. 찬바람이 자주 거칠게 부는 계절이 오면 마을사람들은 강가에 나가 물길을 살폈다. 그리곤 마을원로들이 모여 일기를 살펴 축전을 준비하였을 것이다. 홰는 묵은 대나무를 잘라 끝을 돌로 으깬 다음 적당한 간격으로 짚 매듭을 엮어 만들거나 겨릅대 한 줌에 짚을 감아 만들기도 했다. 횃불은 어둠을 밝혀주기도 하지만 지글지글 타오르는 불덩이는 두려움을 없애고 도전정신을 상징한다.

마을사람들은 횃불을 들고 강가에 모여 들어, 일부는 강가에 임시 화덕을 만들어 음식을 준비하고, 일부는 그물을 걸어 매고 능숙하게 강으로 들어갔다. 칠 흙 같은 어둠속에 갇혀 있던 강물은 횃불이 비춰지자 검회색을 드러내며 번들거렸다. 한 밤의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여기저기서 횃불에 몸을 드러낸 고기들의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하자 사람들도 덩달아 흥분하였고 다리에 차이는 물소리가 커져갔다. 씨알 굵은 고기가 걸려들자 묵직한 그물을 들어 올리는 소리가 철퍼덕 거렸다. 멀리서 바라보면 강물에 큰 불이 난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한바탕 고기잡이가 끝나자 미리 마련된 화덕에는 가마솥이 걸쳐지고 펄펄 끓는 물속에 방금 잡아온 팔뚝만한 물고기를 던져 넣었다. 일 년간 고이 모셔뒀던 밀주를 집집마다 가져와서는 밤늦게까지 찬바람을 맞으며 회포를 풀었다. 질펀한 축제한마당은 그렇게 마감하였을 것이다.

이렇듯 동진어화는 맑은 강물에서 인근 마을사람들의 단합과 우의를 다지는 횃불축전이자 잔치마당이었던 것이다. 행복도시에는 동진어화 같은 민속들이 곳곳에 많이 있었다. 마을에는 동제가 있었고 제사가 있었으며, 산에서는 산신제를 지냈다. 맑은 강물과 건강한 물고기가 사는 자연 속에서 우리민속도 전승되었던 것이다. 당장 동진어화를 도시축전으로 발전시키고 싶어도 오염된 강으로 누가 발을 들여놓겠는가. 우리도시가 제 모습을 갖춰 나가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구축하자고 할 것이다. 녹색환경을 외치고 친환경을 부르짖어야 하는 이유는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우리 역사복원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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