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첫마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고대왕국
상태바
첫마을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고대왕국
  • 김교년(행복도시건설청 학예연구관)
  • 승인 2013.07.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솔동 백제고분 역사공원

행복도시 건설 중 횡혈식석실분 6기 발견
금동장신구, 은제반지 등 유물 대거 출토
역사적 가치 높아 보존 결정, 고분 2기 개방


백제고분 보호각 전경
백제고분 보호각 전경

백제가 고구려와의 전쟁에서 패하고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던 시기, 행복도시는 어떠했을까. 1600여 년 동안 묻혀있던 수수께끼 같은 도시역사 일부가 도시건설로 시작된 문화재조사를 통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더구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이 고고학적 발견, 한솔동 백제고분은 당시에 세간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우선 그 규모가 엄청났다. 해발 70여m의 구릉정상부에서 발견된 백제횡혈식석실분은 직경 4.5m의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규모로 지하 3m이상을 파고 다시 돌을 벽돌처럼 다듬어 묘실바닥에서부터 벽면을 따라 쌓아 올렸다.

이 묘실의 서쪽에는 출입할 수 있는 묘문과 길이 8m이상의 묘도를 만들어 놓았다. 묘 바닥에서는 당시에 관을 안치했던 자리가 확인됐다. 만약 고분의 천정까지 남아 있었다면 장중한 백제고분의 원형을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 그지없다. 고분 안에서 출토된 유물도 적지 않았다. 사람 뼈와 말의 아래턱뼈, 금동장신구, 은제반지, 호록장신구, 등자, 십금구, 곡옥, 구슬이 출토됐고, 흙으로 빚은 기대, 장동호, 삼족기, 뚜껑 등이 발견됐다.

이런 유물들이 여러 차례 불법적인 약탈이 자행된 후 남겨졌음을 생각하면 원래 이 고분에 얼마나 많은 귀중한 유물이 있었을까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당대 이 지역 최고실력자의 무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원 안에는 이 고분보다 규모가 약간 작은 백제횡혈식석실분이 6기가 더 있었으며, 백제석곽묘와 주구토광묘가 경사면을 따라 축조돼 있었다.

이 공원일대는 당시 이 지역을 관할하던 주요세력의 묘지라고 짐작된다. 어찌됐든 중요한 발굴성과가 발표되자 언론들은 또 다른 이유에서 관심을 가졌다. 행복도시사업이 문화재로 인해 공사일정에 많은 차질이 발생할 거라는 예측보고가 연일 계속됐다.


당초 공사계획에 따르면 현재 한솔동 역사공원이 위치한 구릉을 평지로 만들어 고지대로 인한 주민 간 단절을 없애고 막대한 토사량을 저지대를 메우는데 사용하려 했었다. 구릉을 그대로 남길 경우 대규모 경사면이 발생하고, 더구나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인 첫마을 마스터플랜을 재수립해야 하고 개발계획 변경, 교통영향평가 재이행 등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곤혹스런 문제가 한 둘이 아니었다.

개발을 위한 여러 방안이 제기되고 논의가 한창 진행되던 중 국가의 결론은 이들 고분의 완전한 보존이었다. 그 어떤 현실적인 명분이 있더라도 한 번 훼손되면 다시는 원상복원이 불가능한 문화재는 보존돼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모든 고분들은 가장 안전한 보존을 위해 다시 메워졌다.

이후 도시는 순조롭게 조성되고 있었고 한솔동 백제고분은 서서히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져가고 있었다. 그럴 즈음 첫마을 공원조성계획이 수립되면서 한솔동 백제고분이 다시 현안으로 떠올랐다. 공원 안에 그대로 묻어 둘 지 아니면 관람가능하게 개방할 지를 결정해야 했다.

일개 신도시 개발이 아니라 세계명품도시 건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작은 문화재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을 터인데 하물며 역사적 가치가 높은 백제고분을 땅 속에 묻어 두고 개발한다는 것은 도시전체를 위해서 과연 합당한 일인가. 2년 이상 논의를 거쳐 보존상태가 가장 좋은 백제고분 2기를 보호가 가능한 범위 안에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하나는 붕괴위험이 있어 묘실을 돌과 흙으로 메우고 묘문과 묘도만 유리관을 씌워 내부를 관람할 수 있게 조성했고, 다른 하나는 안정적으로 축조됐기 때문에 고분 전체를 노출하고 건물을 건립해 고분을 보호하도록 했다.

지금 한솔동 백제고분 역사공원을 가면 마치 왕관을 쓴 듯 건물 한 채와 봉분을 재현하고 긴 유리관이 설치된 구조물을 볼 수 있다.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정식 개장을 하지 않았지만 행복도시 문화재조사에서 현지에 보존된 거의 유일한 유적이 한솔동 백제고분이다. 한 때 문화재보존과 활용 그리고 개발 사업이 첨예하게 맞섰던 이 곳 한솔동 백제고분이 곧 세종시로 이관된다. 시민들의 품에서 건축과 예술이 뛰어났던 백제의 정신이 계승되길 기대해 본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