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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왜 선병원을 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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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은 왜 선병원을 배우나
  • 이충건
  • 승인 2013.04.05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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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선승훈 영훈의료재단 선병원 의료원장

국내 탑10, 해외병원도 벤치마킹
병원업무 지장 한 달 1회, 10명으로 제한
지난해 해외환자 2500명 ‘명품 검진’
응급센터, 암센터 등 사실상 세종시 종합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의료원, 경희대병원… 국내 탑10 안에 드는 소위 메이저급 병원들이다. 이런 병원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찾는 지방소재 병원이 있다. ‘세종시에서 10분 거리’에 유성선병원을 둔 영훈의료재단 선병원이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은 두 차례나 이 병원을 방문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발길이 이어진다. 지난 한 해에만 일본과 중국, 러시아, 베트남, 태국, 인도, 몽골 등 해외 20개국의 병원과 기관이 병원경영을 배우러왔다. 병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가 되자 아예 방문 가능한 날을 한 달 1회, 마지막 주 금요일로 제한했다. 방문자 수도 10명 이내로 기준까지 정했다.
지방에서는 환자를 서울에 빼앗겨 캠페인까지 벌일 정돈데 정작 서울의 병원이 배움을 자청해 찾아오는 병원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대학병원 아닌 개인병원이 국내는 물론 해외 병원의 모델이 된 사연을 들어봤다.

-대전선병원 본원에 들어서면 설립자이신 고(故) 선호영 박사의 흉상이 세워져 있다. 선친의 철학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선 박사는 어떤 분이셨나.

"1959년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으로 유학을 가셨다. 어머니와 형제들을 대전에 남겨 두고 4년간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와 대전 중구 은행동 동양백화점 옆에 선 정형외과의원을 설립했다. 당시 중부지역에 정형외과 의사가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선친께서는 감염 문제에 민감하셨다. 보통 급소만 소독하고 수술을 했는데, 선친은 옷을 다 벗기고 넓은 부위를 소독한 후 수술을 했다. 독일에서 배운 대로 한 것이다. 독일로 광부, 간호사로 많이들 갔는데 그분들을 위해 많은 역할을 했다. 병원경영에서 창업자에 대한 생각이나 철학이 지금도 많이 묻어있다. 미국까지 가서 교포 명의를 데려오기 위해 전역을 훑고 다니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최근에도 ‘국민주치의’ 윤방부 박사를 비롯해 다수의 명의를 영입했다. 명의를 모셔오기 위해 삼고초려 하는 전통은 선대로부터 이어져온 것인가.

"그런 셈이다. 서울성모병원 심장내과에서 모셔온 최민석 박사는 부정맥 분야의 손꼽히는 명의다. 소아정형·골관절종양의 이승구 박사, 복강경 위암수술·최소절개 분야에서 최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과 김완식 박사 등 최근 2년간 영입한 분이 20명이다. 인재 영입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이 분들이 돈만 보고 오시는 게 아니다. 의료철학에 대한 공감대, 문화와 비전 등을 모두 고려해 결심하신 분들이다."

-대학교수 직을 포기하고 선병원을 선택하는 이유가 있나.

"새벽까지 담판을 벌인 일이 허다하다. 하지만 요즘은 환경이 달라졌다. 선병원의 인지도가 높아졌고, 오히려 오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오죽하면 대학교수 직을 버리고 우리 병원을 선택하겠나. 10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 국제검진센터전경

-윤방부 박사 영입을 두고는 여러 병원이 경쟁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너무 좋으신 분을 모시고 왔다. 여기저기서 접촉을 했다. 모셔가려는 병원이 3~4개 있었다. 마지막 고민 끝에 선병원을 결정하셨다. 우리 병원이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에 엄청나게 투자를 했고, 말 그대로 국제검진센터인 만큼 해외의사나 경험이 풍부한 의사가 필요했다. 그러던 중 윤 박사를 만났다. 재단 회장으로 모셨고 할 수 있는 예우를 다했다. 윤방부 박사는 대한민국이 다 아는 국민주치의다. 우리나라에 가정의학의 개념을 처음 도입한 분이고,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AIDS를 진단했다. 특히 미국으로 유학을 간 게 아니라 미국에서 의대(미네소타대)를 나온 미국 전문의 면허증을 취득한 분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분이 없다. ‘윤방부클리닉’도 만들었다. 소화기내과클리닉도 아니고 윤방부클리닉이다. 이런 사례도 아마 국내에서 처음일 것이다. 개인 이름을 아무나 걸 수 있나. 환자들이 이름 석 자만 들어도 좋아할만 한 분이다. 윤 박사를 따라다니는 환자가 1000명이나 된다."

▲ 1층_로비
의사 형 이사장, 동생 치과병원장 삼형제 경영
윤방부 박사 등 명의 찾아 삼고초려
환자 우선주의 파견직 근로자 안 둬
대리석, 샹들리에, 카펫 등 호텔수준 시설
"천혜의 자연환경, 5월부터 힐링캠프 운영"


▲ 하늘정원
-윤 박사까지 영입했으니 뭔가 특별한 일을 벌일 것 같다. 무슨 계획이라도 있나.
"보다시피 유성선병원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췄다. 병원 뒤편으로 산책로가 은구비공원으로 연결돼 있다. 여기에 편백나무 군락을 조성할 예정이다. 전남 장성의 충렬사에 항암효과로 유명한 ‘치유의 숲’이 있다. 그렇게 편백숲을 만들어 2박3일 일정으로 힐링캠프를 열 생각이다. 윤 박사의 건강강의도 듣고 유기농음식을 먹으며 산책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5월부터 운영할 것이다. 세종시민은 물론 전국, 해외에서도 오는 캠프가 될 것이다."

선병원은 삼형제가 경영하는 병원이다. 장님인 선두훈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이 병원 이사장이다. 막내인 선경훈은 치과전문의이자 선치과병원장이다. 둘째 선승훈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병원경영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병원경영인이다. 선친의 유업을 잇기 위해 삼형제가 의기투합한 셈이다.

-잘 나가는 외국계은행을 다니다 전문병원경영인이 된 이유는 뭔가.
"다른 이유가 없었다. 끌려 내려오다시피 왔다. 선친께서 형제들이 많은데 다들 가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불만이셨다. 버티다가 가장 먼저 내려왔다. 직장이 만족스러워서 그곳에서 성공하고 싶었다. 병원 증축하고 확장하던 시절이었다. 막상 병원에 와서는 방황을 많이 했다. 선친께서 많은 권한을 주셨지만 병원이란 곳이 너무 생소했다. 5년, 10년 지나면서 자리가 잡혔다. 선친께서 연로해 지시고 내가 의사가 아니어서 미국대학에서 교환교수로 있던 형님에게 SOS를 했다. 사실 대학교수가 편하지 않나. ‘인생을 왜 살아가야 하느냐’는 질문에 결국 형님도 무너지셨다. 막내는 미국 치과대학에서 임플란트를 전공했다. 치의대가 없는 대전에 치과수련의 병원인 선치과병원을 세웠다. 선치과병원은 1996년 설립 당시부터 GP(일반 치과의사)가 없다. 모두 전문의다. 치과에서는 생소했던 감염이라든지 세부적인 전문화에 치중했다. 하루에 500명이 오는 병원이 됐다. 각 방으로 구성돼 있고 체어 수가 100개 정도다. 민간으로서는 중부권 최대 규모다. 보통 조그만 치과에 가면 잇몸이나 신경 등 근본 치료를 안 한다. 선치과병원은 임플란트 전에 근본치료를 해서 살려보고 그래도 안 되면 임플란트를 시술한다. 언론에서 뽑은 대전충남 치과병원 브랜드파워 1위를 차지한 게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삼형제가 가업을 잇는 보기 드문 병원이 됐다."

▲ 왼쪽부터 선두훈 선병원 이사장, 선경훈 선치과병원장, 선승훈 의료원장
-삼형제가 철저하게 분업체제를 유지하고 있나.
"형님은 이사장이지만 정형외과 고관절전문의로서 여전히 수술을 많이 하신다. 의사의 갈 길은 의료다. 환자를 멀리해서는 안 된다는 철학을 갖고 계시다. 동생은 임플란트 시술을 한다. 나는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의료가 아닌 모든 부분을 책임진다. 경영책임자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원장께서 저술한 <삼형제의 병원경영 이야기>(2011, 매일경제신문사)가 경제경영분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 여러 나라 말로 번역돼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인터파크에서 2주간 1위를 했다. 경영서적으로 1만부가 넘게 팔렸으니 손익분기점은 훨씬 넘은 셈이다. 중국어, 일본어, 러시아어, 몽골어로 번역됐고 지난 달 영문으로 나왔다. 아마존닷컴을 통해 전 세계에 판매되고 있다. 현재 베트남어로 번역작업을 진행 중이다."

-책의 뼈대 내용이 ‘서비스경영’ 이더라. 사실 선병원 하면 ‘서비스 경영’으로 유명한데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가 있나.
"못 고치는 병보다 고치는 병이 훨씬 많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의료수준이 높은 편이다. 서울과 지방의 의료 수준도 평준화됐다. 웬만한 수술은 지방에서도 다 한다. 병원을 찾아온 환자들이 아팠다가 돌아가는 환경이 싫어서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에서 서비스경영을 강조하는 것이다. 봐라. 바닥에 먼지 하나 없지 않느냐. 이것도 경험이다. 냄새, 소음, 비주얼, 먹는 환자식… 이런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성이 없다거나 이런 게 싫다. 정성을 쏟기 시작하면 그것이 어우러져 서비스경영이 된다. 직원들에게 혼을 다하라는 말을 자주한다. 대충하면 되는 게 없다. 유성선병원을 지으면서 대리석 하나를 고르기 위해 중국에 다섯 번이나 다녀왔다. (병원 벽면을 가리키며) 대리석에 핏줄 같은 선이 나있다. 이 혈관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돌 시장이 하문에 있다. 전 세계 돌 집산지다. 돌을 거기서 깎아서 가져왔다. 깨지거나 못생긴 돌을 퇴짜 놓으려고 검수직원까지 파견했다. 샹들리에는 미국의 백화점에서 본 것을 사진 찍어 그대로 재현했다. 병원에 카펫이 깔려 있는 곳은 못 봤을 것이다. 의료뿐만 아니라 무엇 하나를 해도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린다."

-지난해 병원으로서는 유일하게 일자리창출 대통령상을 받았다. 아웃소싱이 없는 직장이라고 하던데 ‘서비스경영’의 일환인가.
"그렇다. 요즘은 병원들이 원무직원까지 아웃소싱을 한다. 하지만 선병원에는 아웃소싱이란 개념 자체가 없다. 청소하는 아주머니, 식당 아주머니, 발레파킹(주차도우미), 심지어는 창고직원까지 직영을 한다. 환자만족도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성이 더 가지 않겠나."

선 원장은 세종시에 대해서도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세종시와 10분 거리’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중심도시, 명품도시의 격에 맞는 병원이란 점을 강조했다.
실제 선병원은 2008년 복지부가 500병상 이상 병원의 입원 및 외래환자를 대상으로 만족도를 처음으로 조사했는데 중부권에서는 유일하게 진료만족도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A등급을 받은 병원은 전국 9개에 불과했다. 또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가 2회에 걸쳐 해외환자 선도병원에 선정됐고, 최근에는 국제의료기관인증(JCI)을 취득했다. 외국환자가 병원을 찾기 전에 먼저 살펴보는 인증이다. 검진센터 단독으로 이 인증을 받기는 선병원이 세계 최초다.

-유성선병원은 세종시 첫마을에서 10분 거리여서 사실상 세종시의 종합병원 기능을 하고 있다. 세종시 인접지역에는 언제부터 투자를 하기 시작했나. 해외환자가 많이 찾아오던데 얼마나 오나.
"1980년대 부도난 병원을 인수했다. 논두렁밖에 없던 곳이다.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했는데 세종시가 건설돼 기대감이 크다. 첫마을에서 10분 거리다. 세종시에 당장 종합병원을 지을 필요도 없다. 암센터도 있고, 이미 종합병원 역할을 다 하고 있다. 병원 앞 도로가 10차선인 곳은 으로 국내에선 유성선병원 뿐이다. 자연친화적인 환경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친환경 힐링병원을 지향하고 있다. 겨울에 덜 춥고 여름에 덜 덥다. 입원환자에게는 더 없이 좋은 여건이다. 작년에 해외환자가 2500명이나 왔다. 갑부들도 많이 오는데 삽으로 떠서 그대로 자기 나라로 가져가고 싶다고들 한다. 고속도로로만 오니까 인천공항에서 2시간이면 온다."

-건물 구조가 매우 특이하다. A자형 건물은 처음 보는 것 같다.
"땅 자체가 토끼꼬리 모양이다. A자형 건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 디자인이 안 나와서 미국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겼다. 뒤쪽으로 선사유적지가 있어서 5층까지 밖에 못 지었는데 오히려 병원 환경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확장 계획은 없나.
"3차 마스터플랜을 갖고 있다. 5~10년 이내에 더 큰 건물을 지을 것이다."

-유성선병원의 장점을 소개한다면...
"심장부정맥시술은 시술건수도 그렇고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가톨릭대학 성모병원에서 영입한 최민석 과장은 독보적인 존재다. 진료만족도 최우수등급 병원이고 해외환자 선도병원으로 2차례나 선정됐다. 최근 이뤄진 전국 117개 지역응급의료센터에 대한 평가에서 대전선병원과 유성선병원이 모두 상위 40%에 포함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 평가에서 대전선병원이 1등급을 판정을 받았다."

-세종시민들께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유성선병원은 유성세종 선병원, 혹은 세종유성 선병원으로 이름을 바꿔도 될 만큼 세종시와 가까이 있는 병원이다. 행정중심도시면 대한민국의 심장부인데 우리 병원 10분 인근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대전에서 그렇게 해온 것처럼 세종시민들께 더 큰 감동을 주고 싶다. 세종시에 많은 외국 손님이 오는데 대한민국 병원을 보고자 하면 구경도 시켜드리고 싶다. 세종시가 인프라를 갖추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기관은 제대로 역할하려면 5년 이상 걸릴 것이다. 우리 병원은 응급의료나 암센터, 암수술까지 하는 병원이기 때문에 세종시 병원으로 생각하셔도 좋다. 이번에 국제의료기관 인증(JCI)을 받았다. 검진센터 단독으로 이 인증을 받은 병원은 세계 최초다. 명품도시 세종시의 격에 맞는 병원 규격을 가지고 가는 것이다. 세종시민들께 곁에 있어 행복한 병원, 자랑스러운 병원을 만들고 싶다."


영훈의료재단 선병원은?
1966년 대전 중구 은행동에 20여개 병상의 선 정형외과로 개원했다. 현재 중구 목동에 위치한 대전선병원 본원(558병상)과 유성선병원 및 국제검진센터(254병상), 선치과병원(68체어 3실 5병상) 등 총 4개 병원에 1000여 병상을 운영 중이다. 종합병원으로 척추관절센터, 소화기센터, 귀코목센터, 뇌신경센터, 암센터 등 11개 전문 진료센터와 39개 진료과를 뒀다. 1일 2500여명의 외래환자가 찾는 의료지방화의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꼽힌다.
핵심가치는 배려, 열정, 절제이고, 핵심사명은 ‘우리를 찾는 모든 이에게 언제나 제약 없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한다’이다.

선승훈 의료원장은?
1959년 경북 김천 남산동에서 태어났다. 4세 때부터 대전에서 살아온 자칭 ‘대전토박이’다. 중앙초, 보문중, 대전고를 나와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조지타운대에서 경영학석사를 마치고 귀국, 시티은행에서 5년간 근무하다 가업에 합류했다. 인제대에서 병원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영훈의료재단 선병원의 CEO를 맡고 있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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