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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한 그녀가 권총을 들어 위협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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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분한 그녀가 권총을 들어 위협할 때
  • 송길룡
  • 승인 2012.11.22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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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의 그레타 가르보


마타 하리는 실존인물로 이중간첩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를 모델로 삼아 만든 영화 <마타 하리>(조지 피츠모리스, 1931)에서 그녀는 그 오명을 아예 매력적인 명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서양영화의 전무후무한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 덕분이다.

그레타 가르보는 1905년 스웨덴에서 태어났고 영화계에 들어서기 전에는 미장원 점원이었다. 영화가 그녀를 발견한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영화를 건져낸 것인지 모를 일이다. 그레타 가르보는 영화애호가, 평론가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일약 최고의 여배우로 떠오른다. 다시 누구에게 선사할 수 없는 온갖 찬사가 쏟아졌다. <마타 하리>는 그런 그녀의 존재감을 만방에 알린 회심작이다.

그레타 가르보에 대한 인상은 ‘아름답다’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없는 복합적인 매력이 서려있다. 사랑을 숨긴 무덤덤한 미소의 한 마디로 애송이 연애쟁이를 따돌릴 만한 연륜의 표정은 압권이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미묘한 카리스마가 배어있다고나 할까. 그녀는 권총을 들고 상대를 위협해도 어울릴 만큼 선이 굵은 내면의 보유자로 보인다.

마타 하리는 표면적으로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댄서다. 동양적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신비로운 춤을 선보이며 각국 외교인사들로 넘쳐나는 파리의 정치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마타는 독일의 지령을 받고 첩보를 건네는 스파이다. 그녀의 주된 표적은 러시아 장군 슈빈. 슈빈 장군은 이미 파다하게 스파이라고 소문이 난 마타에 대해 크나큰 연정을 품고 있다. 아예 스파인 줄 알고 서로 얼굴 부비는 사이니 더 말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하지만 미인계를 쓰는 여자스파이의 운명이란 사랑을 씁쓸하게 만들 뿐. 자신이 조국을 배반하도록 유도하는 치명적인 연인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온통 정신을 빼앗긴 이 일편단심의 장군은 마타가 젊은 연락장교와 모종의 연애행각을 벌인 것을 알고 극심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슈빈 장군은 마타 하리를 스파이로 고발하는 전화를 건다. 동시에 연락장교를 공모자로 몰아넣기 위해 잔꾀를 부린다.

자신이 체포되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자신의 연인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던 마타 하리는 최후통첩을 알리듯이 권총을 빼어든다. 슈빈 장군에게 수차례 경고를 해도 말을 듣지 않자 결국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격분에 차 얼굴이 일그러진 마타의 모습은 비열한 배반자를 응징하는 서슬퍼런 아름다움이 아니고 무엇이랴.

그녀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휘황찬란한 왕궁의 화려함 속에 녹아낸 영화 <퀸 크리스티나>(루벤 마물리언, 1933)를 함께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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