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의 그레타 가르보
마타 하리는 실존인물로 이중간첩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녀를 모델로 삼아 만든 영화 <마타 하리>(조지 피츠모리스, 1931)에서 그녀는 그 오명을 아예 매력적인 명성으로 만들어버린다. 서양영화의 전무후무한 여배우 그레타 가르보 덕분이다.
그레타 가르보에 대한 인상은 ‘아름답다’는 한 마디로 정리될 수 없는 복합적인 매력이 서려있다. 사랑을 숨긴 무덤덤한 미소의 한 마디로 애송이 연애쟁이를 따돌릴 만한 연륜의 표정은 압권이다. 여성이 가질 수 있는 미묘한 카리스마가 배어있다고나 할까. 그녀는 권총을 들고 상대를 위협해도 어울릴 만큼 선이 굵은 내면의 보유자로 보인다.
마타 하리는 표면적으로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댄서다. 동양적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신비로운 춤을 선보이며 각국 외교인사들로 넘쳐나는 파리의 정치무대를 휘젓고 다닌다. 마타는 독일의 지령을 받고 첩보를 건네는 스파이다. 그녀의 주된 표적은 러시아 장군 슈빈. 슈빈 장군은 이미 파다하게 스파이라고 소문이 난 마타에 대해 크나큰 연정을 품고 있다. 아예 스파인 줄 알고 서로 얼굴 부비는 사이니 더 말할 것이 무엇이 있으랴.
하지만 미인계를 쓰는 여자스파이의 운명이란 사랑을 씁쓸하게 만들 뿐. 자신이 조국을 배반하도록 유도하는 치명적인 연인에게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온통 정신을 빼앗긴 이 일편단심의 장군은 마타가 젊은 연락장교와 모종의 연애행각을 벌인 것을 알고 극심한 질투에 사로잡힌다. 슈빈 장군은 마타 하리를 스파이로 고발하는 전화를 건다. 동시에 연락장교를 공모자로 몰아넣기 위해 잔꾀를 부린다.
그녀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휘황찬란한 왕궁의 화려함 속에 녹아낸 영화 <퀸 크리스티나>(루벤 마물리언, 1933)를 함께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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