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입동(立冬) 마지막 계절의 문턱, 부지런히 겨울채비를 하자!
상태바
입동(立冬) 마지막 계절의 문턱, 부지런히 겨울채비를 하자!
  • 정규호(전통장류명품화사업단 사무국장)
  • 승인 2012.11.08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입동풍속-김홍도의 치계미 풍속도
한 해 마지막 계절의 문턱을 넘는다.

여름 속 가을이라는 입추(立秋)를 맞이한 때가 엊그저께 같은데 선선한 바람이 불고 서서히 서리가 내리더니 이젠 아침으로 얼음이 얼기 시작한다. 입동(立冬), 한 해 마지막 계절의 문턱을 넘고 있다. 서둘러 김장도 해야 하고, 장(醬) 담글 메주도 만들어야 하고, 겨우내 먹을 야채도 말리며 부지런히 겨울채비를 해야 할 때이다.

▲ 입동풍경- 난방용 장작을 준비한다

입동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상강과 소설 사이에 들며 겨울에 접어 든다고 하여 입동이라 하였다. 이 때 태양의 황경은 약 225도에 이르며, 양력으로 11월 7~8일경에 들고 음력으로는 10월에 해당된다. 옛 사람들은 입동을 3후(三候)로 나누어 첫 5일인 초후에는 아침으로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다음 5일간 중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기 시작하며, 마지막 5일인 말후에는 꿩이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여 자연현상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읽었다. 또한 이 무렵이면 겨울 잠을 자는 짐승이 땅 속으로 들어가고, 나뭇잎이 떨어지고 풀이 말라 가는데 옛 말에 ‘추분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라고 하였다.

▲ 입동-김장을 하기 위해 배추를 염장한다.
입동(立冬)전에 갈무리를 하면서 모든 농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었지만 이 무렵 중요 농사일로는 김장용 무와 배추를 수확하고, 입동 무렵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해서 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김장을 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입동은 계절을 읽는 절기였지만,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햇과일 등으로 곡물을 갈무리 했던 곳간이나 성주, 터주를 비롯하여 농사일에 없어서는 안 될 농우(農牛)가 묵는 외양간 등에 고사를 지냈었고, 농사철에 힘을 많이 들인 소에게 고사 음식을 가져다 주기도 하였다.




▲ 입동풍속도
▲ 입동-김장하기

겨울의 문턱 입동을 맞이하여 각 마을에서는 치계미(雉鷄米)라는 아름다운 풍속이 행해졌는데, 치계미는 마을어른들에게 잔치를 베풀어 주는 일종의 양로잔치였다. 여러 지역의 향약(鄕約)에 따르면,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 잔치를 벌였는데,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였는데 이를 치계미라 하였다고 한다.이러한 치계미는 원래 고을수령의 밥상에 올릴 반찬값으로 받는 뇌물을 뜻하는 말인데, 마치 마을의 노인들을 고을의 최고 어른인 수령처럼 대접하고자 했던 데서 유래된 듯하다. 그래서 치계미 때에는 마을에서 아무리 살림이 없는 사람이라도 일 년에 한 차례 이상은 출연을 했다고 한다. 또한 입동무렵 추어탕을 끓여 노인을 대접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를 도랑탕이라고 하였다. 이는 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어들어 가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이 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고, 도랑탕 잔치라 하여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했다고 한다. 한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겨울철 궁중의 경로(敬老) 풍속이 민간에서도 행해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입동풍속-김장하기

▲ 입동-치계미라하여 경로잔치를 열었다.

▲ 입동풍경- 이듬해 농경을 위한 준비를 한다.
이 외에도 입동 무렵 민간풍속으로 ‘입동보기’라 하여 ‘보리점’을 보는 풍속이 있었다. 특히 충청도 지역에서는 속담으로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전해오는데, 이는 입춘 때 보리를 뽑아 뿌리가 세 개면 보리 풍년이 든다고 점치는 ‘보리 뿌리점’ 풍속이 있는데, 입동 때에는 뿌리 대신 잎을 보고 점을 치는 것을 일컫는 것이다. 충청도의 속담은 바로 입동 전에 보리의 잎이 가위처럼 두 개가 나야 그해 보리 풍년이 든다는 말을 일컫는 것이다. 이러한 농사점과 더불어 입동에는 날씨점을 치기도 했는데 제주도에서는 입동 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그해 겨울바람이 심하게 분다고 하였고, 전라도에서는 입동 때의 날씨를 보아 그해 겨울 추위를 가늠하기도 했다. 대체로 입동에 날씨가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추울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 입동풍속-메주콩 삶기

▲ 입동풍경-메주만들기

▲ 입동풍경-메주띄우기
입동은 긴 겨울의 시작으로 추위로부터 생존을 영위해 가기 위한 겨울채비를 서두르는 시기로 주로 기초식품을 비롯한 먹거리를 준비하는 시기이다. 가장 큰 일은 김장을 담그는 일이며, 일 년동안 집안의 기초식품인 된장을 담기 위한 메주를 만들고 띄우는 일이다. 또한 무를 비롯하여 각종 채소를 말려서 보관하며, 염장(鹽藏)을 하여 두기도 한다.

입동은 단순 계절의 변화를 읽는 절기이긴 하지만 일 년의 세시풍속으로 보아 양의 절기에서 음의 절기로 전이되는 시기이다. 우리의 세시풍속은 크게 농사일
▲ 입동풍속-메주만들기
을 중심으로 생업을 영위하기 위한 일상풍속인 ‘생업력’과 풍년을 기원하고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풍속인 ‘제의력’이 함께 공존한다. 상강을 정점으로 풍성한 가을의 끝자락은 바로 모든 농사일을 마무리 하는 생업활동이 마무리 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입동은 이미 보리점을 보기 시작하면서 내년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풍농에 알맞은 날씨가 이어지길 기원하는 ‘제의의 세시풍속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입동을 시작으로 동지, 설날, 대보름으로 이어지는 겨울철의 명절과 절기에는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고, 마을과 가정의 안녕을 기원하는 제의적인 성격의 세시풍속이 밀집되어 있는 시기이다. 이는 입춘과 더불어 양의 절기가 끝나고 음의 절기로 전이되는 시기임을 의미하는 것이며, 긴 겨울동안 이듬해 농사의 풍년과 일 년의 만사형통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원하며, 마음가짐을 다지는 시기인 샘이다.

▲ 입동풍경-메주 말리기
▲ 입동풍경-메주말리기

일 년의 농사일을 잘 마무리하고, 추운 겨울을 이기기 위한 겨울채비를 하던 입동에 감사의 고사를 지내며, 추운 겨울 기력이 약해지기 쉬운 노인들을 위해 영양 높은 음식으로 잔치를 열던 우리 조상들의 마음가짐과 또한 긴 겨울동안 추운 시련이 다가오는 시기이지만 이듬 해 농사를 위해 마음가짐을 다지면서 슬기롭게 시련을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 가고자 했던 사고방식은 바로 건강한 우리 민족의 정신문화 유산이다.
▲ 입동시절식 - 겨울철 양기를 돋우기 위해 추어탕을 즐겨 먹었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