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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바느질 무공은 절대 못 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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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바느질 무공은 절대 못 당해!
  • 송길룡
  • 승인 2012.10.30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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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영화전개상 동방불패라는 중국무림의 절대고수는 신비로운 거처에서 살며 황제의 자리를 넘겨보는 내공의 위력을 발산하니 누구도 쉽게 얼굴을 들어 쳐다볼 수 없는 존재다. 시대적 배경이 중국의 명나라 말기이지만 황제가 엄연히 살아있는 때이니 동방불패는 또한 역적 중의 역적. 게다가 자신이 속한 일월신교의 교주를 배반하고 전권을 장악했으니 이로 보나 저로 보나 동방불패는 악역 중의 악역이다.

영화 <동방불패>(정소동, 1992)의 원전이 되는 중국무협소설 『소오강호』에서는 아닌 게 아니라 동방불패는 자신의 권좌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극악무도한 욕망의 화신로 그려졌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여배우 임청하의 모습 때문에 소설속 이미지에 대한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여린 얼굴선에서 매섭고 강한 풍취가 우러나온다. 누가 쉽게 ‘악’만을 떠올릴 수 있겠는가.

1970년대부터 꾸준히 홍콩영화의 한 곳을 지켜왔는데 특히 그녀가 어느덧 마흔에 가까워져서 출연한 이 영화 <동방불패>로 한국영화팬들이 그녀를 새롭게 기억하게 됐다. 영화속 이야기를 통해서 생각하면 동방불패는 원래 남자였으나 절대무림비법 규화보전의 무공에 따라 여자가 된 것이니 남녀 혼성적인 표정이 서려있어야 한다. 그것을 반영하듯 그녀가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잘 어울렸다는 평들이 있었다.
영화에서 동방불패는 고도의 무공을 연마해 외모뿐만 아니라 성격까지도 일말의 여성스러움을 지니게 됐다. 살기 번득이는 장풍과 연인에게 던지는 미소가 서로 충돌하는 캐릭터다. 사랑에 흔들린다고 몸안에 쌓아둔 최고의 권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을 느낀 연인을 향해 공격하는 날카로운 몸놀림이 잠시 방향을 수정하는 것뿐이다.

해안가에서 괴력의 장풍폭파술을 연마하던 동방불패가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화산파 수제자 영호충와 술친구가 된다. 영호충은 동방불패의 이름을 모른 채 아리따운 낭자로 착각하게 되지만 말이다. 술을 주고받으며 깔깔 웃고 첫만남에 취하던 그(녀)는 자신의 외모에 속은 젊은 남자를 뒤로 하고 다시 정색하며 공중으로 비상한다.

바늘 하나 찌를 수 없는 반듯한 외모를 보이며 나타난 여배우 임청하이지만 영화 <중경삼림>(왕가위, 1995)에서는 삶의 의미를 잃고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마약중개인으로 등장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여배우의 관록있는 연기를 보는 것은 즐겁기 그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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