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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대사의 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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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조대사의 일화
  • 박태선(대원당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9.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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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의 한방읽기]






옛날에 육조대사란 분이 정처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어느 절에 들어섰는데, 마침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는 것을 보며, 스님 둘이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 이유는 한 스님은 깃발이 스스로 움직인다고 하고, 또 한 스님은 바람이 깃발을 움직이게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데, 깃발이 없으면 바람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광경을 육조대사가 가만히 지켜보다가 말씀하시기를 "그것은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두 스님이 그럼 무엇이 움직인단 말이냐고 물었다. 육조대사님이 말씀하시기를 "바로 너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니라." 하고 말씀하셨다.

인간의 마음 구조에는 1,2,3차 욕망이 있다. 또한 일정한 리듬도 있다. 1차적인 욕망은 의,식,주에 관한 것이고, 2차적인 욕망은 예술적, 미학적, 성적 충동을 말하며, 3차적 욕망은 명예욕, 권력욕, 지식욕 등을 말한다. 1차와 2차적인 욕망은 눈에 보이는 것을 사랑하는 것이고, 3차적인 욕망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이러한 욕망들을 충분히 이해했다가 마음속에 일어나는 끊임없는 욕망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내 마음에 맞다고 여김이 욕망의 원인이고, 마음에 맞지 않다고 여김이 분노의 원인이다. 사람들은 권력욕, 성욕, 사치욕 등 여러 욕심과 욕망으로 우선 나를 내세운다. 어느 순간 내 속에 그런 욕망이 내재됨을 알고 깜짝 놀란다. 나는 깨끗한 줄 알았는데, 마음이 이상해지고, 흥분이 되고, 당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그것을 누르려고 한다. 인간의 마음이란 애착이 가면 증오가 생기고, 좋아하면 싫어하는 마음도 아울러 생기게 된다.

한때에는 퉁퉁한 스타일의 사람이 믿음직스럽고 좋았는데, 이번에는 마른 스타일의 사람이 센티하고 절개가 있어 보여 좋다고 하다가,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라 다시 싫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애착을 탓하지 않고, 그 대상만을 평가한다. 욕망의 변화란 참으로 다양하다. 공자님이 말씀하시기를 "젊어서는 여색을 조심하고, 중년에는 싸움을 조심하고, 늙어서는 물욕을 경계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의 마음은 조금 있으면 뭐하고, 그 다음엔 저것하고, 또 이것도 해야 하고, 수많은 계획들로 마음이 어두워져 있으므로 내 무의식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가령 독자들이 인생의 길을 잃었을 때, 스승과 선배를 찾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고 하면 더욱 어렵고, 괴로워진다. 그럴 때는 사흘이고, 나흘이고 가만히 있어 보면 된다. 그러면 묘안이 머리 속에서 떠오른다.

산 속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큰일 났다고 당황하여 이리 저리 설치게 되면, 설령 나중에 길을 찾는다고 해도, 진이 다 빠져서 죽기가 쉽지만, 현명한 사람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만히 있어 보면 생각이 난다. 밤하늘의 북극성이나 북두칠성과 같은 별을 본다거나, 나무를 유심히 살펴보아서, 나무의 방향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를 보거나, 도구가 있다면 나무를 베어서 나이테를 관찰하기도 한다. 또한 달의 기울어짐을 보고 길과 방향을 찾게 된다.

집안에 들어온 새가 조금만 진정하면 들어온 구멍을 찾을텐데, 여기 부딪히고, 저기 부딪히고, 살려 주려고 해도, 도망을 치다가 죽어버린다. 우리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 자신도 정좌하여 명상하고 참선하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나는 전혀 나쁜 생각을 품지 않았는데, 문득 내 속에 내가 모르는 나쁜 생각의 촉수가 무럭무럭 자라오름을 느낀다. 이러한 마음을 느끼고 들여다보기가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이러한 마음을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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