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도심을 이루는 행복도시 건설지역에서는 얼마 안 있어 국립중앙도서관 분관인 국립세종도서관이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구도심을 이루는 조치원읍에는 이르면 올 연말에 신축 시립도서관이 들어선다. 그렇다면 이곳에 오래 전부터 있어온 도서관은? 연기군 시절의 유일한 공공도서관으로 군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연기도서관은 7월 세종시 출범과 더불어 세종시평생교육연구원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앞으로 작지 않은 변모가 예상되지만 옛 연기도서관의 모습을 간직한 이 연구원의 ‘영화’를 둘러보았다.

▲ 세종시평생교육연구원(옛 연기도서관)

조치원읍의 소하천인 서창천이 조천과 만나는 어귀에 자리잡은 옛 연기도서관. 초록빛 작은 공원을 정원처럼 앞에 두고 있는 지금의 세종시평생교육연구원은 아마도 오랜 동안 현관 앞에 걸려있었을 ‘연기도서관’ 현판 자리를 덩그마니 비워놓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담하고 소박한 현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면 오른쪽으로 개가식도서실이 있고 왼쪽으로 디지털자료실이 있다. 영화를 둘러보기로 했으니 디지털자료실로 먼저 발길을 돌려 들어가본다.

▲ 아담하고 소박한 현관모습

▲ 디지털자료실의 컴퓨터 이용공간

디지털자료실 입구 왼편은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오후 시간대에 찾아온 자료실 이용자들이 PC 앞에서 뭔가 작업을 하고 있다. 보고싶은 영화의 DVD를 검색해 관내대출을 한다면 여기서 대기순번에 따라 즐겨볼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자료실의 가운데 공간은 책상들이 가지런히 놓여 열람 및 강좌학습이 가능하도록 정돈돼 있다. 한쪽 벽에 아주 예전부터 소장해온 듯한 교육용 비디오테이프와 멀티미디어 CD 진열대가 보인다. 수량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지만 다양한 문화영역에 대해 시청각적 자료로 활용할 만한 것들로 진열돼 있다.

▲ 디지털자료실의 비디오 및 CD자료 진열대

그 한쪽 벽면에 예상한 대로 반갑게도 유리문에 잠금장치가 잘된 영화DVD 진열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도난방지용 DVD 플라스틱 케이스에 감싸여진 채 어림잡아 천 편 정도의 영화 DVD들이 빼곡하게 진열된 모습이다.

만일에 여기서 지역주민들이 방문해 영화DVD를 대출해 볼 수 있다면 이번 한가위 명절에 추천해볼 만한 영화들을 골라볼 수 있겠다 싶었다. DVD의 제목들을 꼼꼼히 들여다 보며 골라봤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대부>, <로마의 휴일>, <황야의 7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이런 할리우드 고전영화들에서 <영웅본색>, <와호장룡> 중국무협영화까지 두루두루 목록을 꼽아봤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들 영화DVD를 여기서 곧바로 이용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평생학습부 김진자 실장과 김갑식 사서가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었다. 디지털자료실에서의 영화DVD 활용과 관련된 여러가지 설비운영 부문에 현재 크고작은 애로점들이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DVD 대출업무를 보류한 상태다. 아쉽지만 얼마 있으면 신축 건립될 시립도서관의 널찍하고 번듯한 시청각실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기대로 이야기를 마무리지어야 했다.

도서관에서 영화를 즐겨보는 문화가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는 추세다. 일반영화관에서나 DVD대여점에서 볼 수 없는 영화들, 교육적 의미가 있고 예술성 높은 영화들을 선별적으로 소장하면서 영화문화에 있어 상업적 측면과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시설로서의 도서관 서비스도 먼 일이 아니다.

영화문화를 생각한다면, 도서관의 영화DVD 소장 범위를 문화발전의 방향에서 설정되도록 하고 점차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영화분야 전문도서의 장서 역시 도서관 이용자의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도로 확충해야 한다. 옛 연기도서관 운영시에 소장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영화도서는 현재 개가식 도서실에 있는 것으로 약 150종 정도뿐이다.

▲ 서가에 진열된 영화분야 도서

하지만 이런 자료확충의 일이 도서실·자료실 담당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도 중요하다. 김갑식 사서는 세종시평생교육연구원 홈페이지(www.sjle.go.kr)에서 희망도서를 신청할 수 있다는 힌트를 알려줬다. 영화도서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나’부터 영화 희망도서, 영화 희망DVD를 신청하며 책과 자료를 늘려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