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비밀을 간직한 여가수의 고혹적인 무대
상태바
비밀을 간직한 여가수의 고혹적인 무대
  • 송길룡
  • 승인 2012.09.24 1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 이사벨라 로셀리니


스웨덴 출신 할리우드 여배우 잉그리드 버그만(1915-1982)과 이탈리아 영화감독 로베르토 로셀리니(1906-1977) 사이에서 태어난 이사벨라 로셀리니(1952-)는 어머니를 빼박은 듯한 외모를 가지고 주요 잡지의 모델로 경력을 쌓아갔다. 그녀는 동시에 영화계에도 진출했으나 어머니 잉그리드 버그만의 죽음 이전에는 여배우로서 그리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미국의 독립영화 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블루 벨벳>(1986)에 출연하고 나서야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본격적인 주연 여배우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며 1980년대 후반 이후 꾸준히 연기활동을 전개했다. 본인은 자신의 얼굴속에 어머니의 인상이 깊이 서려있음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잉그리드 버그만의 충실한 팬들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이 두 모녀의 연기를 연이어 음미하게 된 것을 즐겁게 생각했을 것이다.

<블루 벨벳>에서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비밀을 간직한 듯한 슬픈 눈을 가진 어느 클럽 밤무대 가수 도로시로 나온다. 집근처에서 우연히 잘린 사람 귀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가득차 나름 수사를 하던 청년 제프리(카일맥라클란)가 도로시의 아파트에 몰래 숨어들어가 그녀의 모습을 훔쳐본다.

제프리는 도로시의 아파트에서 그녀의 놀라운 비밀을 목격하게 된다. 그녀의 남편과 아들을 납치한 악당두목 프랭크가 그녀의 아파트로 찾아와 보기에도 끔찍한 변태행각을 벌인다. 프랭크는 도로시에게 연신 ‘엄마, 엄마’라고 부르며 의자에 앉은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꿇은 채 얼굴을 파묻으며 성적인 쾌감을 얻는다. 그녀 가족의 목숨을 저당잡아놓고 그녀를 자신의 이상심리적 성노예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타의에 의한 가족 붕괴, 성적 정상성의 함몰 등을 겪으며 도로시 역시 일상적인 감정과 심리상태를 영위하지 못한다. 이것을 곁에서 지켜본 제프리는 젊은 혈기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해보고자 노력하게 된다. 제프리가 자기 나이 또래의 여자친구를 사귀면서도 한참 연상인 밤무대 여가수에 매혹돼 차츰 위험스러운 행동하게 되는 그 시점. 재즈 악단을 뒤로 하고 무대 위에 서서 감미로운 목소리로 ‘그녀는 블루 벨벳을 입었어요...’로 시작되는 노래를 하는 도로시의 모습은 젊은 청년의 눈과 귀를 온통 휘감아버리기에 충분할 만큼 유혹적이다.

<블루 벨벳>에 출연하기 직전에 이사벨라 로셀리니는 두 명의 망명 무용수가 현란한 춤을 보여주는 영화 <백야>(테일러 핵포드, 1985)에 조역으로 출연했다. 많은 장면에 나타나지는 않지만 그 당시 그녀의 맑은 표정을 만나볼 수 있는 영화로 꼽아볼 만하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