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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의 상여를 들고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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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자의 상여를 들고가는 사람들의 뒷모습
  • 송길룡
  • 승인 2012.09.24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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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프리즘]

▲ 자료=인디플러그

지난 20일 국회에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2009년 쌍용자동차 77일 옥쇄파업 이후 청문회가 열리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공장 밖 노동자’들의 죽음이 잇따랐지만 죽음의 숫자만을 꼽으며 탄식할 뿐 이렇다 할 사회적 각성과 관심이 드러나지 않았던 터다. 이번 청문회가 더 깊은 차원의 공론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다.

쌍용차 파업현장을 담았던 태준식 감독의 <당신과 나의 전쟁>(2010) DVD에는 또다른 한 편의 귀중한 단편다큐멘터리가 부록으로 수록돼있다. 동일 감독이 연출한 <낙인>이 그것이다. 옥쇄파업 이후 또다시 희망없는 상황에 떨어져버린 자신들을 발견하는 해고노동자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당신과 나의 전쟁>에서 보듯이, 공장 안에서 비록 점거의 형태로나마 파업을 전개하던 시기에는 분노와 자기주장의 의기가 폭발하듯 나올 수 있었다. 파업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낙담과 탈진의 분위기가 서리더라도 자신의 당당한 위치에 대한 확신만큼은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파업이 끝나고 협상 여하를 떠나서 공장 밖으로 걸어나온 노동자들의 이후 표정에서도 그런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까?

20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 <낙인>은 옥쇄파업 이후를 전면적으로 상세하게 다루는 방향을 따르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파업 이후’라는 시간에 대한 면밀한 성찰이 무르익지 않은 연유도 작용한다. 이런 측면에서 <낙인>이 주목하는 것은 ‘표정’이다.

파업 이후 가져볼 수 있었던 복직 희망이 더없이 멀리 날아가버린 상황에서 해고노동자들이 서로 주고받는 시선은 그 마주침이 오래가지 않는다. 동료의 상여를 메고 무덤덤히 행렬을 지어가는 해고노동자들의 표정과 발길이 ‘파업 이후’라는 알 수 없는 무거운 시간을 나타내는 듯하다. ‘낙인’의 자국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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