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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 부서져도 아름다운 건 오직 사랑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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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에 부서져도 아름다운 건 오직 사랑 때문
  • 송길룡
  • 승인 2012.09.03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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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의 이자벨 아자니

그녀는 한 남자에 매달려 살 이유가 없어 보였다. 아버지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이고 자기자신도 촉망받는 작가다. 이 여인 아델 위고(이자벨 아자니)는 런던에서 우연히 만난 젊은 장교가 걸어놓은 사랑의 족쇄를 도저히 풀어낼 줄 모른다. 이 집착 많은 연인이 지긋지긋해진 그 장교는 그녀가 찾아올 수 없는 머나먼 캐나다의 오지부대로 자청해서 도망치듯 부임해 간다.

<아델 H 이야기>(프랑수아 트뤼포, 1975)는 모든 회유를 뿌리치고 먼바다를 건너 집요하게 자신의 사랑을 찾아오는 한 여인의 항구 도착으로부터 시작한다. 한 마디로 그녀는 미쳤다. 그 남자가 아니면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것이 없는 삶의 존재다. 숱한 편지 공세로 결국 그녀는 차갑게 완전히 마음을 거둬들인 옛 연인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없다.

열이 오른 갈망의 집착이 차분히 내려앉을 곳을 잃어버린 그녀는 심하게 슬퍼했다가 다시 심하게 기쁨에 젖는 등 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데 입으로는 또다른 기회를 찾아 희망을 읊조린다. 어떤 남자라도 한번 보면 천운을 만난 듯이 사랑의 불길이 타오르겠지만 막상 섬뜩한 그녀의 심리 때문에 입술을 멈칫거리게 만들 광기의 아름다움.

프랑스 영화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이자벨 아자니의 아름다움이 자기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본 것일까? <아델 H 이야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하게 된 이자벨 아자니는 아닌 게 아니라 이후의 출연 영화들 속에서도 광기 어린 아름다움으로 호평을 받게 된다. 범접할 수 없는 순결한 아름다움이 가득하던 은막이라는 선망의 무대 위에서 그녀는 기염을 토하는 파괴미를 온몸으로 발산한다.

자폐적인 광증으로 심신이 붕괴되는 광경을 연출하는 <퍼제션>(안드레이 줄랍스키, 1981)은 이자벨 아자니의 광기어린 표정을 유난히 부각시켜 다룬다. 이 영화로 그녀는 아예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정도. <까미유 끌로델>(브루노 누이땅, 1988)은 그나마 고매한 예술작업 속에 넘쳐나는 자기 열정을 파묻어버린 기이한 조각가의 캐릭터로 심리적 굴절을 완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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