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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기여! 아, 세종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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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기여! 아, 세종이여!
  • 최민호
  • 승인 2012.07.03 0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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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군. 연기라는 이름을 가만히 입에 올려본다. 그윽한 복숭아 향기가 입안에 감도는 듯하다.

조치원. 철도역의 번잡함과 부산한 상권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한때는 이 나라 교통의 요충지로서 물산의 중심지였던 조치원, 복숭아와 포도의 명산지로 과일 맛이 좋았던 고장, 물이 좋아 세종대왕이 행차하여 눈병을 나았던 전의,

금강을 중심으로 벼농사가 잘 지어졌던 금남, 국토의중심지로 묘목생산의 최적지, 백제 역대왕의 제사를 모시는 비암사, 동네사람들이 곧 집안사람들이고 누구나가 학교 동창이요, 형님 동생이면 통하던 인심좋고 소박한 농촌지역 연기군.

신라시대 이래로 1,000년을 지속해 온 연기군이 이제 역사 속에 연기처럼 사라지고 있다. 한때는 전기현, 문의현, 연기현으로도 불리웠고, 때로는 청주에, 때로는 공주에 통합되었다 분리되기를 되풀이하였던 연기였지만, 드디어 2012년 연기군은 완전히 그 명칭이 없어지게 되었다.

연기군은 문헌상으로는 대체로 200년마다 구역과 이름이 바뀐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제 광역시인 세종시로 승격하게 되면 또 언제 역사적인 개명이 있을런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세종시. 소리 내어 그 이름을 불러본다. 연기군의 대부분이 세종시가 된다 하지만, 세종시라는 이름에서는 연기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행정중심도시, 최첨단의 기술과 시설로 지어지는 미래형도시, 과학 비즈니스벨트, 세련된 도시민과 첨단과학과 힘있는 정부부처의 엘리트의 도시. 세종시는 그런 강한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연기지역이 곧 세종시이고, 세종시가 곧 구 연기지역임에도 연기와 세종은 그 어감이 이토록 달라 보인다. 다른 지역에 가서 '연기에서 왔소' 라고 할 때와 '세종시에서 왔소' 라고 할 때와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로 우리를 받아들일까.

바로 그 차이가 군과 광역시의 차이일 것이다. 세상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하지만 천년을 이어온 연기지역의 향토성이 그리 쉽게 변할 수 있을까.

행정중심도시의 개발이 진척될수록 사정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하나의 연기군에서도 천안과 청주와 대전의 생활권의 차이를 느껴왔던 차에 세종시가 되면서 새로 이주하는 도시민과 편입지역 주민들과 연기군지역 주민들간의 생활문화의 차이는 세종시 시민들의 정체성을 보다 더 복잡하게 만들 것 같다.

첨단 도시지역과 전통 농촌지역이 조화를 이루면서 통일된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다. 도시민들의 익명성을 선호하는 개인주의와 농촌사회의 배타성과 연고주의. 서비스산업에 뿌리를 둔 도시민의 분방함과 토지를 기반으로 농업에 기반을 둔 농촌주민의 지역성. 빈부의 차이를 넘어선 생활문화의 차이. 연기군을 뛰어넘어 세종시가 안고 가야 할 잠재적 문제들이다.

이제 세종시민들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한다. 군 지역에서 광역시 지역으로 승격됨에 따라 시민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도시민이든 농어민이든 이제까지 생각지 못한 새로운 생각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될 것이며, 일상 생활 속에서 부딪치는 인간관계의 충격도 소화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고, 전통적으로 굳게 지켜온 가치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충격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요컨대 연기군은 없어지고 세종시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연기군은 사라진 것이다.

새로운 행정중심도시, 세종 특별자치시. 세종시의 고유한 지역 이미지와 개성을 어떻게 형성해 나갈 것인가. 기능적 측면이 아닌 정서적 측면에서의 세종시의 정체성. 연기에서 세종으로 도약한 우리 시민들이 곰곰이 생각하며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아, 연기군이여, 아, 세종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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