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항일운동과 민주화운동에 바친 죽천(竹泉) 송좌빈 선생<사진>이 향년 93세로 2일 타계했다.
죽천 선생은 태어나 한 번도 대전시 동구 주산동 대청호 언덕 자택을 떠난 적이 없으며, 정치적 동지로 불리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이 정치적 고비 때마다 죽천 선생을 찾아 조언을 들었다는 재야인사의 대부다.
1924년 동춘당 송준길 선생의 11대손으로 태어난 죽천은 40년 이상을 정치일선에서 보내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두 차례 옥고도 치렀지만 그의 호와 같은 대나무처럼 곧고 샘물처럼 맑은 삶을 살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과 DJ가 제안한 금배지를 마다한 것으로 유명하다. 윤 전 대통령이 전두환 신군부에 협력한 대가로 배당받은 국회의원 자리를 죽천 선생에게 주려했더니 ‘불의(不義)하고 더러운 제안’이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한 뒤 그와 의절까지 했다.
DJ가 이끌던 평민당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있었지만 야당 인사가 전국구로 배지를 단다는 것을 그는 정도(正道)가 아니라고 믿었다.
죽천의 삶은 ‘곧고 바른 길을 가야 한다’는 ‘직(直)’ 그 자체였다. 박정희 정권 때 긴급조치9호 위반으로 수감됐을 때도 그는 독방에 ‘직(直)’자를 써 놓고 좌우명으로 새기며 지조를 지켰다.
2012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죽천 선생은 정치인들을 향해 “올바른 길을 택하는 사람은 휩쓸려 왔다 갔다 안 한다”며 “(그러려면) 차라리 정치를 그만두라”는 일침을 가한바 있다.
죽천은 금배지도 마다한 채 평생을 재야에 묻혀 힘들게 살았지만 “살아오며 결코 비굴하지 않았으며 오직 양심의 명령에 따라 그 시대의 정의에 충실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충청도 지역에서 나만이라도 양심과 정의의 편에 서야겠다는 마음으로 초지일관 살아왔다”고 회고했다.
마지막으로 일반인에게 모습을 보여준 2013년 구순연 때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비롯해 정동영 국회의원, 김옥두 전 민주당 사무총장 등 DJ를 따르던 동교동계 인사와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었다.
이 자리에서 죽천 선생은 휠체어를 타고 행사장을 한 바퀴 돌며 하객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는데 이희호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청주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면회가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 송 선생님이 늘 교도소에 찾아와 주셨다”며 “그 정성에 한없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유족으로는 용주(사업)·용길(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윤령(서울 양화중교사)씨 등 2남 5녀와 이은봉(광주대 문창과 교수)·이경수(삼성스틸 대표이사)·윤종훈(서울장훈고 교장)·이철환(선엔지니어링건축사무소 상무)·박종인(케이엠에이치하이텍 부사장·전 아시아경제 편집국장) 씨 등이 있다.
빈소는 건양대병원 장례식장(☎ 042-600-6660)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10시다. 장지는 동구 주산동 자택 뒷산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