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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공법이 뭐지?’…‘말 많은’ 세종시 건축 공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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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공법이 뭐지?’…‘말 많은’ 세종시 건축 공법 논란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6.05.31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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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공모, 사업제안공모 실험 긍정적…관행 뚫고 명품 건축물 탄생 기대
신공법 적용은 사실상 불가능…넘기 힘든 공직사회와 민간업계 관행

주택특별건축구역 및 공동주택 설계공모, 상업용지 사업제안공모 등등. 행복청 주도로 새로 조성되고 있는 세종시의 특색과 명품 건축물 건립을 위해 추진 중인 대표적인 정책들이다.


이는 신도시 건설 초기 ‘성냥갑’ 아파트라는 오명을 벗고 건축물 문화의 새 장을 열겠다는 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어느 도시에서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실험적인 시도라는 평을 한다. 행복도시이기에 가능한 시도라는 얘기다. 


하지만 도시 조성 과정에서 ‘관행’에 젖어 있는 공무원사회와 건설업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건축물 시공 방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존 관행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새 기술이 적용된 신공법을 놔두고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공법을 관행적으로 적용해 오면서 ‘무사 안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관행’ 뚫고 빛 보고 있는 정책들, ‘설계공모-사업제안공모’ 


행복청이 지난 2014년 2-2생활권부터 시작한 (주택)특별건축구역 지정과 공동주택 설계공모가 혁신적인 건축 행정의 첫 사례다. 나눠먹기식 공동주택용지 분양을 지양하고, 혁신 설계와 새로운 주거문화 창출에 뜻이 있는 건설사들의 참여와 의식 전환을 가져왔다는 긍정적 평이 많다.




다소 침체될 수 있었던 세종시 부동산 청약 시장 열기도 한껏 끌어올렸다. 이어 지난해 2-1생활권, 올해 4-1생활권까지 설계공모와 특별건축구역은 행복도시 아파트 건축물의 새로운 대안 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업용지 제안공모도 혁신 정책의 하나다. 어진동(1-5생활권) 방축천 특화 상업시설과 나성동(2-4생활권) 중심상업지역이 이 공모로 2019년 윤곽을 드러낸다. 국내 최초로 사업제안 공모 방식을 적용했다.


기존 최고가 낙찰 방식의 상업용지 공급 폐해를 역발상으로 활용했다. 하늘높이 치솟은 최고가 낙찰을 받은 민간 사업자들은 아무래도 건축과정에서 건축비를 줄이려는 시도를 할 수 밖에 없다. 이와 함께 더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를 제시해 물가상승의 악순환을 가져왔다.


사업제안 공모는 행복청과 LH가 적정 수준의 토지가격을 제시하면 민간 사업자들이 명품 건축물 건립을 위한 사업제안을 통해 토지를 낙찰 받는 방식이다. 최고가 공급방식에서 절감한 토지비용을 건축물 설계 등에 재투자함으로써 차별화된 상업시설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2개 지역 상업시설의 구체적인 윤곽은 오는 2019년 드러날 전망이다. 다만 분양가와 임대료를 어느 수준에서 제시할지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시세에 편승해 터무니없이 높게 제시하면, 또 다시 물가상승을 가져오고 제도 취지가 퇴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터파기 후 흙막이 공법 논란…‘실험’과 ‘관행’ 사이


최근에는 터파기 후 흙막이 공법을 둘러싼 문제제기가 ‘실험’과 ‘관행’ 사이의 대표적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흙막이 공법은 도심 건축 및 기타 공사 때 가시설을 이용해 흙의 토압에 저항하면서 굴착하는 방법이다. 세종시 등 전국 공사현장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공법이 ‘어스앵커(공법)’다.


흙막이벽에 구멍을 뚫어 철근이나 PC강선을 집어넣은 다음, 모르타르(시멘트+모래)를 그라우팅(땅 속의 공극에 시멘트 풀을 압입)해 채우고 뒷면에 앵커(닻)를 만들어 흙막이벽을 잡아매는 공법이다.


하지만 지역 일각에선 공사현장에 관행처럼 굳어진 어스앵커공법 대신 다른 공법을 사용하면 공사비와 사업공기 단축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른 공법을 사용해 절감한 예산과 공기를 건축물 품질 향상에 재투자할 수 있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


자립식 공법이나 랙커 등이 하나의 예로 제시되고 있다. 이미 건축을 상당 부분 진행한 1~2생활권과 달리 3~4생활권의 경우 한번쯤 새로운 공법을 시도해볼 수 있다는 뜻.


더욱이 3~4생활권 매립지는 지반침하 등의 문제로 어스공법이 불가하다는 의견도 있다. 호박돌 매립층이 많아 어스앵커 천공이 힘든데다 천공으로 인한 주변 도로 싱크홀 발생 등의 우려도 있다는 것.


행복청과 건축심의위원회가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민간 건설사들의 어스앵커 공법을 묵인하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김모(아름동)씨는 “최초 토목공사부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안전한 방법이 있다면 한번쯤 시도라도 해 볼 수 있지 않느냐”라며 “절감된 비용과 공기를 건축물에 재투자하면 보다 좋은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층간소음 시공 예산 확대 등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이다. 


이밖에 자체 개발한 태양광 등 신기술 적용을 위해 두드린 공직사회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민간 업계의 볼멘소리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신(新) 공법을 받아들이기 힘든 공직사회와 민간 건설업계


새로운 흙막이 공법이 안전성을 담보로 예산과 공기 절감에 도움이 된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다만 검증 루트가 차단돼 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행복청 건축심의위원회도, 행복청도, 민간 건설업계 어디에도 새로운 공법을 심의하거나 검증할 시스템이 없는 게 현실. 신기술이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국토교통부도 “신기술 지정 이상의 범주를 넘어서는 검증이 쉽지 않다”고 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새로운 공법이나 신기술 적용 시 제대로 된 효과를 못 보거나 실패로 돌아갈 경우가 문제”라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는데, 공직사회도 민간업계도 보수적인 결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청은 신기술을 받아들이거나 제안할 경우 특정 업체의 기술을 밀어줬다는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토질기초기술사 A씨는 “공법 선정 시 품질, 안전, 시공, 경제성 등 4가지를 중점적으로 본다”며 “어스앵커는 수년간 사용하며 인정받아 보편화된 공법이며, 새로운 공법을 적용하려면 연구와 실험 및 검증 과정이 거쳐야 하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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