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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향한 '답 없는 외침', 청사남의 '이유있는'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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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향한 '답 없는 외침', 청사남의 '이유있는' 행동
  • 한지혜
  • 승인 2016.05.10 17:3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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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해수부 앞 1인 시위자 서영석(46)씨, "무단횡단은 NO!"



9일 오전 11시 무렵,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 피켓을 들고 매주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남성이 있다. 세종시 종촌동에 사는 서영석(46)씨. 


그는 이곳에서 벌써 두 달째 점심시간 무렵이면 나타나 “무단횡단 하지 마세요”라고 외친다. 그가 왜 이런 '답 없는' 외침을 반복하고 있는 걸까.

 

서씨는 서울에서 운영하던 스튜디오를 접고 작년 12월 세종으로 이주했다. 그는 현재 세종에서도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1인 시위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서씨는 세종으로 이주하면서부터 해수부 앞에서 피켓을 들기 시작했다. 그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두 번 이곳에 나타난다.

 

서씨는 “청사에서 1인 시위를 하다 보니 공무원들이 아무런 죄책감 없이 무단횡단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됐다"는 것이 1인 피켓시위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용기를 내 입 밖으로 꺼낸 건 세 달이 지난 후부터다. 그는 “그냥 지켜보기에는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양심에 찔렸다"고 했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열에 여덟은 "저사람 뭐야?"라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다. 흘겨보며 지나가거나 "할 일이 그렇게 없냐"며 대놓고 막말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뒤도 안돌아 보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태반이었다.

 

서씨는 그래도 계속 1인 피켓 시위를 벌였다. 시위라지만 일종의 1인 교통문화 캠페인을 벌인 셈이다.


그런데 한달이 지날 무렵부터 작은 변화가 생겼다. 무단횡단을 하려다가 멈칫하거나 건너다 말고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생겼다.


여기다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사람들도 생겼다. 두 달째가 되자 이곳을 오가는 시민들은 “정말 제대로 할 일 하십니다”라는 응원의 말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동기는 그저 단순했다. “세종시가 기본을 지키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는 것. 그러면서 “특히 지켜보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은 서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무단횡단 1인 시위를 하게 된 계기는

 

“사실 ‘무단횡단 하지 마세요’라고 소리치기까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죄책감 없이 당연한 듯 무단횡단을 하는 공무원들을 보고 있자니 양심에 찔렸다. 어른들도 기본을 안 지키는데 어떻게 아이들에게 건널목 신호 지키라는 당부를 할 수 있겠나. 세 아이의 아버지로서 참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 그냥 건너가기 일쑤지만, 가끔 멈칫하거나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다. 초반에는 면전에 대고 욕설이나 막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적어도 내가 있을 때 만큼은 나아진 편이다. 오히려 지나가는 시민분들이나 용역경비원분들이 응원해 주시곤 한다. '하고 싶었던 얘기를 대신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 청사 근처서 자주 나타나는 무단횡단의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보나

 

"몸에 밴 습관 아니겠나. 몇 분이라도 빨리 나가야 밥을 그만큼 빨리 먹고 들어올 수 있지 않나 싶다. ‘안 지켜도 된다’는 인식도 이미 뿌리 박혀 있다. 아침마다 일출사진을 찍으러 세종시를 돌아다니는데, 출근하는 사람들이나 자동차를 보면 무단횡단 보행자나 신호위반 차량 등이 빈번하다."

 

"유턴 구간이 없어 빙 돌아와야 하는 수고 때문에 식당 승합차도 길 맞은편 도로에 서 있는 실정이다. 사람들이 이런 식당차를 타기 위해 무리지어 무단횡단을 한다. 그럴 바엔 차라리 신호등을 없애고 건널목만 만들어 놓는 게 낫다. 교통 신호 체계가 비효율적인 면도 있지만, 이 역시 결국 공무원들이 개선할 수 있고, 개선해야 하는 문제 아니겠나"

 

- 1인 시위를 통해 바뀌었으면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창피한 것을 모르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공무원들이 기본을 지키지 않는데, 누가 기본을 지키겠나. 시민들이 보고 있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캠페인, 현수막 부착 등 자체적인 차원에서도 제재나 노력이 필요하다.사실 해수부 앞은 양반이고, 출근시간 BRT 정류장 등 더한 곳도 많다. 특히 아이들이 많은 세종도서관 앞에서도 버젓이 무단횡단을 하는 공무원들이 많아 더 심각하다. 안전도 우려된다. 세월호 사고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기본을 안 지키면 그만큼 사고 위험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다. ‘이런 것쯤은 안 지켜도 된다’는 안일한 의식에 경종이 됐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세종시가 ‘기본을 지키는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1인 피켓 시위를 계속 할 계획이다.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 문제를 그냥 보고만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기초질서는 누가 보든 안 보든 지키는 게 당연하다. 지키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안 지키는 사람이 이상한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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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혜 2016-05-25 10:42:16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많은 시민분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의미있는 기사 발굴에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정재용 2016-05-24 07:21:14
한지혜 기자님 .
언뜻 일반적이고 단순한 글로 읽다가 대한민국의 기본을 향한 의미있는 통곡 소리로 들렸어요.
나중에 뵈면 직접 손으로 커피를 내려 드릴 것 약속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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