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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나 살아라. 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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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나 살아라. 난 불편하다"
  • 안성원
  • 승인 2016.01.25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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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가 싫은 노인들, 이유 들어보니

“정년퇴임하신 장인어른 내외분이 지난해 세종에 오셨는데 6개월 만에 다시 되돌아가셨어요. 한 달 정도는 산책로도 잘돼있고 도서관도 다니시고 좋았는데 그 뒤로는 할 게없다는 거죠. 정적인 취미를 즐기시는 데 주민센터를 가도젊은 사람들을 위한 동적인 프로그램만 있고, 설사 있다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정보가 없다고 불평하셨어요.” 가재마을 12단지에 거주하는 박모(46)씨의 이야기다.


세종시 신도심에서 이런 이야기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신도심 노인인구 대부분이 손주들을 돌봐주기 위해 맞벌이 자녀들과 같은 단지나 인근에서 거주하고 있다. 손주들 학원시간에 스케줄이 묶여 있다 보니 어디 먼 곳을 다닐 만한 짬은 나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시간을 보내려 하니 마땅한 문화가 부족한 상황. 결국 처음 매료됐던 쾌적한 주거환경은 더 이상 메리트가 되지 못하고, 적응이 힘든 노인들은 세종시를 떠날수 밖에 없다.


그나마 잘 정착하고 있는 노인들도 어려움이 많다. 범지기마을 한 아파트단지 B 노인회장은 시나 정부의 보조금으로 경로당 운영조차 어렵다며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반응은 냉랭했다.


B 회장은 “동대표들이 대부분 30~40대인데 왜 우리가 노인회를 지원해야 하냐고 거절하더라. 인터넷 카페에선 자기 부모는 다니지 않는 경로당에 지원비를 부담해야 하냐는 글도 올랐다고 한다. 그냥 입주민들의 부모라고 봐주면 서로 좋을 텐데 많이 서운했다”고 하소연한다. 신도시에 거주하는 ‘소수자’ 노년층들은 이처럼 젊은이들로부터 소외받고 있다.


국토연구원(2013년 10월 30) 연구에 따르면, 2010년 수도권 1기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의 노인인구 비중은 6.2~8.7%였다. 세종시 신도시 지역의 노인인구는 현재 약 4%대에 불과하다. 고령화가 훨씬 더 진행됐음에도 다른 신도시에 비해 노인 거주비율이 낮다는 의미다. 지역 노인회장의 하소연처럼 젊음이 노인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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