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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청춘!’ 클래식의 ‘상록수 박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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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라, 청춘!’ 클래식의 ‘상록수 박동혁’
  • 이충건
  • 승인 2016.01.03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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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물탐구 | 음악평론가·공연기획자 한동운



연습과 성장 무대 만들어 음악 포기하지 않게
20대 ‘미생’들 모아 오케스트라 ‘유벨톤’ 창단
1월10일 대전예당서 힙합 가미한 창단연주회


아주 특별한 공연이 열린다. 1월 10일 오후 7시 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다. 무대의 주인공은 지역의 음대생들이다. 대학원생도 있고 졸업생도 있다. 전체 60명이 20대다. 20살부터 28살까지.


이들을 하나로 묶은 강마에(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가 있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겸 단장 한동운(43)이다. 유벨톤은 ‘젊은 연주자들이 꿈꾸는 음악세계를 실현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그가 창단한 오케스트라다. 그를 만나자마자 망할 일을 왜 하느냐고 걱정부터 했다. 그는 “어른 된 입장에서의 책임감”이라고 대꾸했다.


그도 지역 음대 출신이다. 중부권 최초의 음악대학인 목원대에서 작곡을 전공한 뒤 한양대에서 음악학석사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목원대 음대에서 8년째 강의를 하고 있으며, 재능기부 음악회(관저문예회관), 하우스콘서트(만년동 문화공간 커피AB)를 진행하고 있다. 음악저널 <클래시컬>의 주필이고 여러 신문에 음악칼럼과 평론을 기고하고 있다.


2년째 대전예술의전당에서 토크콘서트도 열고 있다. 음악에 대한 이해와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열악한 지역음악계에서 활동하는 연주자들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해법이 음악의 대중화뿐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오케스트라 창단에까지 이르렀다. 지역의 연주단체는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기성 오케스트라가 양대 축이다. 20대 초중반의 연주자들이 활동할 연주단체가 없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면 발돋움을 해야 하는데 발판이 없는 셈이다. 이런 절박한 심정이 그를 무모할 수도 있는 연주단체 설립으로 이끌었다.


지역에서 활동 중인 음악인은 크게 세 부류다. 카이스트나 연구단지 종사자인 남편을 따라 유입된 그룹과 대전예고 출신으로 고향에 돌아온 그룹, 그리고 지역 음대에 연고를 둔 그룹이다. 이 가운데 지역 음대 출신들이 가장 운신의 폭이 좁다. 그렇다보니 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어차피 자신이 선택한 꿈이다. 반드시 세계 일류 연주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하다보면 훌륭한 연주자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뜻에 흔쾌히 공감한 동지들이 있다. 상임지휘자 김형수, 상임작곡가 안성혁, 악장 김상현이다. 모두 지역음대를 졸업하고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음악가들이자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선생님들이다.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한 번 해보자’고 뭉친 사람들이다. 오케스트라는 이들의 사비로 운영된다.


바이올리니스트 서주연, 비올리스트 최혜승, 첼리스트 임화영은 오케스트라의 객원 수석이다. 지역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30대 초중반의 실력 있는 연주자들이다. 연주가 오케스트라의 목적이지만 학생들이 공부를 병행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객원수석들이 파트별 트레이닝을 담당한다.


오케스트라의 방향성은 공부와 취업이다. 연습과 성장의 무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음악 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겠다는 것. 그는 “음악을 포기할지 말지를 경험해보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후회 없이 해보는 데까지는 해보자는 의미다. “음악회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게 목표”라고도 했다.


창단 연주회를 위해 그는 지역에서 가장 비싸다는 대전예당 아트홀을 대관했다. 단원들의 기를 살려주고 싶었다. 대전 최고의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어서다. ‘미생’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역 음악계의 실력자들도 나섰다. 소프라노 조용미와 바리톤 차두식(충남대 음대교수)이다.


차두식과 조용미는 각각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대표 아리아를 선보인다. ‘프로방스의 바다와 육지’, 그리고 ‘아! 그 사람인가.’ 아리아는 연극으로 치면 독백이다. 관객은 듣지만 상대 배역은 듣지 못하는 속마음의 토로다. 선율적으로 아름답고 극적이다. 오페라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방스의 바다와 육지’는 알프레도에게 화류계 여성 비올레타와의 사랑이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아버지의 아리아다. ‘아! 그 사람인가’는 손님들이 떠난 살롱에 홀로 남은 비올레타가 알프레도의 고백에 요동치는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레하르의 오페레타 <유쾌한 미망인> 중 왈츠 ‘입술은 침묵하고’는 듀엣으로 들려줄 예정.


창단 연주회의 의미에도 각별히 신경 썼다.


무대의 막을 올리는 <유벨톤 서곡>은 상임작곡가 안성혁의 창작곡이다. 진취적이고 밝은 느낌의 이 곡은 젊음의 소리, 환호의 소리란 ‘유벨톤(Jubelton)’의 뜻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게 한다.


피날레는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이다. 실험과 도전정신이 가득한 연주다. 재즈 드럼연주자 양왕열, 힙합크루 뉴 매드 후드(New Mad Hood) 소속인 너티 보이스(Naughty boys)와 협연을 위해 편곡했다. 무대의 전면을 장식한 양왕열의 드럼비트와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랩과 힙합댄스를 선보이는 독창적인 연주다. 도전하는 젊은 오케스트라의 실험정신이란 의미를 담았다.


한동운 단장은 오케스트라 후원을 위해 안 다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발품을 팔았다. 하나같이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실적을 요구했다. 결국 검증된 실적을 위해 몇 년을 견뎌내라는 얘기. 그는 남을 탓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신뢰를 쌓아가겠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경제논리로만 생각하면 이미 없어져야할 분야지만 클래식은 영속한다는 믿음을 저버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를 보면 ‘브나로드’(러시아어로 민중 속으로)의 기치를 내건 <상록수>의 박동혁이 떠오른다. 그와 그의 동지들이 지금 클래식의 브나로드를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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