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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같은 나눔, 이 부부가 세종에서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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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같은 나눔, 이 부부가 세종에서 사는 법
  • 한지혜
  • 승인 2015.11.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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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창업 ‘세종을 꿈꾸다’ ④ 금남면 ‘우디자인’ 이자연(30), 이주호(34)씨 부부
20만 번째 세종시민이 지난 9월 18일 탄생했다. '31.8세’의 평균연령, 아동인구 비율 23.14%. 20만 인구 세종시가 ‘젊은 도시’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30년, 세종시는 인구 80만 명의 자족도시를 꿈꾸고 있다. 지속적인 인구유입과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상권’활성화가 필수적이고, 특히 젊은 층이 두터운 도시일수록 상권은 더 다양하고 새로워야한다. 

요즘 세종시에도 청년 창업가들이 속속 눈에 띠고 있다. 그들은 시민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고 시장 다양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세종시의 ‘젊은 도시’이미지를 제고시키는 중이다.

본보는 세종시에서 창업해 터를 잡은 젊은 창업가들을 만나보려 한다. 그들의 세종시 ‘창업 정착기’를 통해 정말 이 곳이 청년들에게 꿈의 도시인지, 도전해 볼 만한 땅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도담동 ‘통통과일’ 통통아저씨 최성진(33)씨

② 아름동 햇빛찬 서민지(26)씨

③ 고운동 ‘다미’ 이민우(31), 오문석(32), 이두우(29)씨

④ 금남면  ‘우디자인’ 이자연(30), 이주호(34)씨 부부




가을비에 젖은 공방 앞, 빗소리를 타고 '이이잉' 하는 굉음이 흘러나왔다. 작업실에는 수강생으로 보이는 두 여성이 나무 자르기에 집중하고 있다. 켜켜이 쌓인 나무판과 공구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마침 공방주인이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다.

 

'우디자인' 주인 이자연(30), 이주호(34)씨 부부. 주호씨는 교육을 위해 작업실로 들어갔고, 자연씨와 함께 마주앉았다. 그녀는 공방을 시작한 '세종시 첫마을' 이야기부터 꺼내놓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세종으로 이사와 3년 전 첫마을에서 시작했어요. 원래는 둘 다 가구와 관련 없는 일을 했었죠. 세종으로 와서 2년 동안 다른 공방에서 일을 하며 배웠어요. 사실 대전이 고향이고, 젊은 시절 서울에 대한 로망을 품고 상경했죠. 어떻게 보면 다시 귀향한 셈이에요.”

 

서울에서의 삶을 살던 자연씨. 신도시 초기, 어떤 마음으로 세종을 선택하게 된 걸까.

 

“기회의 땅이라는 점이 컸어요. 물론 아이가 있어 교육이나 양육적인 측면도 고려했죠. 새로운 삶을 시작한 김에 나중에 나이 들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기로 마음먹었어요. 마침 남편도 같은 생각이었죠.”

 

그녀는 천장 보수공사를 엊그제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공방은 깔끔하기보다는 아직은 어수선하고 허름해보이기도 했다.

 

“오래된 간이식 건물이라 처음에는 정말 처참했어요. 여기로 옮긴지는 1년 반 정도 됐는데 아직도 보수 중이에요. 첫마을에 살던 때, 심심하면 둘이 여기저기 드라이브를 다녔어요. 우연히 도자기 공방이라는 푯말을 보고 찾아왔는데 빈 곳이었죠. ‘여기 우리 공방을 차리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우연히 전 주인을 알게 돼 이곳에 올 수 있었어요. 여기 오게 될 운명이었나요?(웃음)”

 

자연씨는 공방 인근에 거주중이라면서 첫마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당시 가게는 8평정도의 공간으로 임대료도 생각보다 비쌌고, 가구작업에 한계가 컸어요. 소상공인 대출을 지원받아 시작한 가게는 새 가구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구카페 개념이었죠. 감사하게도 가구제작 사업이 더 잘 되면서 이사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무궁무진한 공예의 세계가 있다. 도자기부터 시작해 금속, 가죽, 작게는 리본공예까지. 그녀가 ‘목공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목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가 있어요. 따뜻함, 안정감, 아늑함이죠. 특히 가구만들기(DIY)는 실생활에서 내가 의지하는 침대, 책상, 소품을 만들기 때문에 뿌듯함과 성취감이 커요. 장식적이라기보다는 실용적이죠. 사이즈와 디자인, 거기에 페인팅까지 들어가면 나무로 만들 수 있는 것은 무한해요.”

 

작업실에서는 여러 소리가 들려왔다. 공방에서 진행 중인 교육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수강생들은 목공지도사과정 중이에요. 현재 초등학교 교육강사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작년 겨울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 무료 목공기술교육을 시작했어요.  여덟 명 중 여섯 명이 목공지도사자격을 땄죠. 지원자격은 ‘경력단절여성’이었습니다. 강사인력을 필요로 할 때는 ‘경력단절여성’들을 인력으로 쓰자는 게 원칙이에요.

 

장기적으로는 이 분들이 도자기, 리본 등 공예스쿨을 통해 세종의 교육인력이 되는 것이 바람입니다. 이런 계획들을 시의원들에게 보여주고 다니기도 했어요(웃음). 목공이 안정화가 되면 다른 공예와 함께 다양한 체험식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매일 바뀌는 서울의 도깨비 공방처럼요.”

 

자연씨는 아이를 둔 엄마로서 체험·문화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들은 문화예술의 결핍 없이 자랐으면 좋겠다는 것.

 

"어렸을 적 문화·예술에 결핍이 많았어요. 아직 세종시는 그런 점에서 부족하죠. 일단 공방이 복합문화공간이 돼서 아이들의 문화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어요. 시나 교육청에서도 아이들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놓치지 않고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꼭 목공이 아니더라도 손과 몸으로 느끼는 체험교육을 주도해줬으면 합니다. 교육청에서 체험공방 인증제나 문화예술기관을 통한 주1회 체험캠페인 등을 실시해 학교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역 민간에서 채워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교육 중간 쉬는 시간에 자리한 남편 주호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결혼하고 적성을 찾은 이 일이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목공교육이나 직업체험교육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만의 적성을 찾는데 오래 걸리지 않도록 돕고 싶어요.”


 

 

가장 보람 있을 때가 언제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내 자연씨는 예상치 못한 답변을 내놨다.

 

“어른들의 역할이 참 중요해요. 주변에 엄마, 아빠를 대체할 만한 어른이 있으면 그 아이는 잘 자랄 수 있다는 걸 실제로 보면서 컸어요. 공방을 통해 장학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한 달에 한 번씩 공방에서 가르친 인력들이 모여 세종시의 힘든 친구들에게 밥상을 만들어주고 있어요. 어버이날 때는 독거노인들에게 밥상을 선물하기도 했고요. 


경력단절여성들이 받은 무료교육을 재능기부로 돌려주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교육한 엄마들이 책상을 만드니 여덟 세트가 되더라고요. 복지관에 주고 오는 길에 다들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제가 하는 재능기부가 또다른 기부를 만들고, 나중에 그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다시 나누는 아이들이 된다면 좀 더 좋은 세상이 되겠죠?”

 

부부는 공방을 사회적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재능기부로 만난 수강생들과 함께 장학재단 설립을 목표로 한다고도 덧붙였다.

 

“경력단절여성 관련해서 시에 기획서를 제출하기도 했어요. 결국 지원은 받지 못했지만, 일단 시작해버렸죠. 세종시가 아직 신도시이기 때문에 건설적인 측면에 집중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문화·예술과 함께 상생발전해야 할거에요.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그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우디자인’. 공방 이름때문에 가끔 우씨부부냐는 웃지못할 질문을 받는다는 젊은 부부. 이들은 내년 공방에 수강생과 아이들, 오가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내년, 금남면에 다시 봄이 오면 조용한 이곳이 시끌벅적해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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