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력 잃은 공공임대아파트, 건설사 먹잇감 ‘전락’
스스로를 ‘안티프라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세종시 1생활권 중흥 프라디움 공공임대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이다. ‘Anti프라民’. 글자 그대로 ‘프라디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란 의미다.
이들은 왜, 새 보금자리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까. 새 아파트 입주 전 흔히 벌어지는 ‘건축 하자, 날림 조경’과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다. 감독관청인 행복도시건설청은 “단순한 실수”라 해명하고 있지만 계약자 입장에서 볼 때,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시공사인 중흥종합건설이 국민주택기금을 지원받아 짓는 공공임대아파트인 줄 알았는데, 기금지원을 전혀 받지 못한 아파트였다. 때문에 인근의 다른 세종시 공공임대아파트보다 2배 가까이 많은 보증금을 내야할 처지에 놓였다.
계약자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수사기관에 고발도 하고, 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도 제기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행복청이 권익위원회에 ‘건설원가 총괄표’를 제출하면서 그 내용이 계약자들에게 공개됐다. 계약자들의 눈에 발코니확장 비용이 가장 먼저 들어왔다. 건설사 이익률을 고려해도 900만 원대면 족할 비용이 무려 1600만원이나 됐다.
건설사가 짊어질 부채(국민주택기금)를 계약자들이 떠안게 된 것도 억울한데, 건설원가마저 ‘뻥튀기 했다’는 의혹을 사게 됐다. 건설사가 계약자 모집과정에서 ‘발코니확장 무료’라는 홍보를 한 것도 말짱 거짓말이었다. 계약자들은 거짓말을 하고 건설원가마저 부풀린 시공사도 시공사지만, 그들을 감독하고 관리해야할 행복청에 더 큰 서운함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 서운함은 국가에 대한 실망감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재이므로 당연히 국가가 건설해야 한다. 그런데 국가가 재정부족을 이유로 그 막중한 책임을 민간에 떠 넘겼다. ‘효율성’을 따지는 공공부문 민영화 논리를 받아들여 그럴 수 있다 치더라도 반드시 하나의 전제조건은 필요하다. ‘국가의 적절한 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뚜껑이 열린 프라디움의 ‘판도라 상자’ 안에는 아예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다. 국가의 방패막이 없으니 공공임대아파트가 건설사의 좋은 먹잇감이 된 셈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갔다. 멍들고 아픈 곳에 발랐던 서민들의 만병통치약 ‘안티푸라민’. 지금 ‘안티프라민’의 상처에 바를 ‘안티푸라민’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