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난 '세종시 보육 안전망', 길 잃은 세 자매

[이슈추적 3편] 경찰·전문기관, '진술 오염' 등 고려해 전원 조치 통보… 대안 없어 제자리

2019-10-03     한지혜 기자

세종시 세 자매를 둘러싸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보육원 측에선 친부의 성학대 의혹을 확신하고 있고, 친부는 결백으로 맞서고 있다.

 

친부의 성학대 의혹이 사실로 입증되든, 보육원 측에 무고죄가 적용되든 모두 상식 밖의 상황이 된다. 양측 간 진실 공방은 팽팽하다.

 

본지는 이 사건의 발단과 과정, 현재를 3차례에 걸쳐 깊숙이 들여다보기로 했다. 사건 조사가 공정하게 전개되는 한편, 세 자매가 진정 있어야 할 자리에 하루 빨리 안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편집자 주>

 

① 세 자매 둘러싼 '보육원·친부' 피노키오 싸움

② 보육원과 친부, 누가 진짜 악마인가

③ 구멍난 '세종시 보육 안전망', 길 잃은 세 자매 <끝>.

성학대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보육원과 친부  진실 공방 논란에 서 있는 세 자매가 세종시 관리·감독 기관 울타리 내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측간 법정 다툼이 본격화되면서, 신상 노출로 인한 인권 침해와 진술 오염 등의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나 제3의 보호장소로 전원 조치는 제자리 걸음이다.   

2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9월 11일 전국 시·도에 세 아동이 머물 시설을 찾는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아이들의 거주지 이전 즉, 전원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통보한 데 따른 조치다.

현재 자매가 머물고 있는 보육원 측과 친부는 성학대 여부를 두고 소송으로 맞부딪히고 있다. 또 국민청원을 통해 세 자매의 신상이 노출되면서 아동 인권 침해 우려도 커진 상황.

진술 오염 등 향후 법정 공방을 고려해 자매를 안전한 곳으로 분리·보호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한 달 여가 가까워지는 시점에도 아이들은 거처를 옮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실적으로 세 자매가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복지계에서는 보육원 측이 아이들을 보호하겠다고 나선 이상 전원 조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보육원 측이 보건복지부와 세종시 등을 돌며 세 자매를 맡아볼 수 있도록 완강히 버티고 있고, 설혹 수용 의지가 있는 시설이 나타나더라도 대부분 현 거주 시설에 의사 확인 절차를 거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종시 내 쉼터나 그룹홈 등 '임시 보호 시설'에 해당하는 대안도 마땅치 않아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냈지만 아이들 3명이 함께 갈 수 있는 시설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까지 시에 연락을 준 시설은 없었다”고 말했다.

#. 갈 곳 없는 세 자매, '지역 요보호아동 케어' 구멍  

전국

경찰 수사가 수 개 월여 지속되면서 친부에게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보육원 측은 어머니 등 다른 가족과의 만남도 막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자매는 시설에 맡겨졌을 때부터 현재까지 줄곧 요보호아동에 속했다.

요보호아동은 보호자가 없거나 학대·빈곤·미혼부모 등의 문제로 보호자로부터 보호받을 수 없는 상태인 아이들을 말한다.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등 아동복지시설에 배치하거나 ▲가정위탁 ▲민간위탁 쉼터 ▲공·사립 지역 아동센터 형태로 보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보호대상 아동 현황보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전국적으로 4538명의 요보호아동이 발생했다. 숫자로 보면 서울과 경기가 각각 1098명, 895명으로 전체의 43.9%를 차지했다.

지난해 세종시에도 16명의 요보호아동이 발생했다. 2017년(6명), 2016년(6명)과 비교하면 2.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중 시설에 입소한 아이들은 12명, 가정위탁 아이들은 4명으로 집계됐다. 시설 입소 조치가 75%를 차지한다.

최근 친부와 성 학대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A 보육원은 세종시 유일 아동양육시설에 해당한다. 지역 내 타 보육원 이전 조치가 불가능한 셈이다. 

학대피해아동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시 민간 위탁 쉼터도 현재는 남아 전용으로만 운영돼 입소 자체가 불가하다. 가정 보호 형태인 그룹홈(Group Home)도 읍·면지역 1곳에서 운영되고 있을뿐이다.

친가정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는 가정위탁 형태도 존재한다. 현재 세종시에는 총 34세대에서 39명이 생활하고 있다.

다만, 친조부모와 외조부모에 의한 대리양육, 8촌 이내의 친인척에 의한 가정위탁 형태가 대부분(28명, 24세대)이다. 일반인(제3자)에 의한 양육은 11명, 10세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일반 가정 위탁 형태는 지난해 대비 올해 1세대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사립 지역 아동센터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상시 보호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세종시 지역아동센터는 총 13곳으로 동지역 2곳, 읍·면지역 11곳이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주간 낮 시간 대 아이들을 보호하는 형태여서 요보호아동이 임시 거주하거나 입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시 아동청소년과 관계자는 “시가 세 자매를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진 않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을 통해 심리 치료 등 진행 사항을 보고받고 있다”며 “현재 남아에 한해 운영되고 있는 쉼터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의 다른 시설이 수용 의사를 밝히면, 즉각 전원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들의 거주 시설 이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세종시에 전원 조치를 통보했다”며 “전원 조치는 사실상 지자체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아이들 정서상 강제 전원 조치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구멍난 '지역 요보호아동 케어' 현주소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세 자매는 경찰 수사 마무리 시점까지 최소 3개월 간 당분간 법정 공방의 진원지에서 계속 머물러야 할 상황에 처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