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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의 핫 이슈는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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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뉴욕의 핫 이슈는 ‘신선함’
  • 박아란(브랜딩 디자이너)
  • 승인 2016.05.26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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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으로의 가을 문화여행

구겐하임·메트로폴리탄·노이에·휘트니 ‘뮤지엄 마일’
시·그림 새긴 동판 ‘포엠 웨이’, 사계절이 독서계절
스퀘어·브라이언트·센트럴파크 공원도 특성 제각각


도시 곳곳에 대형 유기농마트, 그 주변에 상권형성
뉴요커의 아침은 주스로 시작, 한식 세계화 놀라워
이탈리·치폴레·뮤지엄샵, 떠오르는 뉴욕의 핫아이템

영화 <뉴욕의 가을>(2000년, 감독 조안 첸)이 떠올라서였을까. 뉴욕 행 비행기에 훌쩍 몸을 실었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뉴욕으로의 문화여행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센트럴파크와 어퍼이스트사이드가 맞닿은 곳에 뉴욕 최고의 뮤지엄들이 자리 잡고 있다. 구겐하임, 메트로폴리탄, 노이에, 휘트니는 각각의 성격이 매우 다른 뮤지엄들이다. 건축양식, 샵, 카페 등 편의시설 또한 매우 뛰어나 전시물과 더불어 인기가 높다. ‘뮤지엄 마일(Museum Mile)’은 관광객들과 상인들로 북적이는 뉴욕에서 잠시 빠져나와 자연과 뮤지엄을 오가며 ‘진정한’ 산책을 누릴 수 있다. ‘길’ 자체만으로 하나의 문화콘텐츠라 할만하다.

뉴욕은 ‘독서의 도시’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미 오래 전부터 시 정책에 따라 기부금으로 마련된 도서관이 곳곳에 자리 잡아 활발하게 운영된다. 이렇게 문학적인 요소가 도시에 가득하다 하여 뉴욕의 거리는 ‘사계절이 다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린다. 그 중 하나가 바닥에 설치된 시와 그림이 새겨진 동판이다. 이른바 ‘포엠 웨이(Poem Way)’다.

30m가량 A3용지 크기 정도의 동판이 타일 곳곳에 박혀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시와 그림이 각각의 멋을 뽐낸다. 주로 바쁘고 복잡한 길 보다는 골목이나 공원 근처에 설치되어 관광객들과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모양과 내용이 다 다르고 만든 사람이 달라서 비교하며 걷는 재미도 있다.

뉴욕에 공원이 많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국의 마로니에 공원, 여의도 공원과 마찬가지로 뉴욕의 공원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각각 특성이 다른 만큼 공원의 분위기도 다르다.

가령 뉴욕대와 근접한 스퀘어파크는 젊은 학생들과 예술가들이 많아 공연과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브라이언트 파크는 바쁜 직장인들의 쉼터가 되어 거기에 맞는 상권이 주변에 형성돼 있다. 센트럴파크는 찾는 계층이 워낙 다양하지만 넓은 면적 때문인지 동물과 어린아이를 둔 가족단위가 유달리 많이 눈에 띈다. 공원은 사람을 모이게 하고,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예술가가 빠지지 않는다.

뉴욕을 두고 일컫는 말들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트렌드의 핵’이다. 즉 트렌드가 시작되는 곳이란 말인데, 아시아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뉴요커들의 삶에 큰 관심을 갖고 각국에 다가올 변화의 흐름을 예측한다.
지금 뉴욕의 가장 큰 이슈는 ‘신선함’이다. 마켓을 중심으로 상권 및 주거지역이 형성될 만큼 유기농마트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마트 한편에 유기농코너가 자리 잡는 것이 아니라 마치 대형마트처럼 도시 곳곳에 대형 유기농마트가 자리 잡고 있다. 그 주변으로 주거지역과 기타 상권이 다시 형성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뉴요커들은 아침을 어떻게 해결할까? 베이글이나 토스트 혹은 스타벅스일 것이란 나의 생각은 여지없이 틀렸다. 그들의 아침은 밥도 빵도 아닌 주스로 시작된다.

뉴욕에는 유명한 주스바 브랜드가 네 개나 있다. 체인점 또한 어마어마하게 많다. 매장에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좌석도 없어서 작은 평수의 주스바가 촘촘히 들어서고 있다. 그 중 한 브랜드는 한국 이태원과 청담동에 살짝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에서도 서서히 주스 바람이 불지 않을까 싶다. 주스바는 회원제가 잘 되어 있다. 건강상태별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선택해 놓으면 회원이 도착하기 직전에 주스를 갈아놓는 방식이다.

주스바와 함께 뉴욕 거리에 즐비한 공간이 샐러드바다. 프렛테망제가 대표적 브랜드인데, 런던과 같은 도심이라면 어디나 생겨날 정도다. 샐러드, 샌드위치, 스프, 요거트 등 신선한 식품을 간편하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한 또 다른 개념의 패스트푸드점이다.

하지만 뉴요커들은 이마저도 신선함을 못 믿겠다며 더 신선한 먹거리를 내 놓으라고 요구한다. 그래서 프렛테망제는 지점마다 약간씩 메뉴가 다르고, 매일매일 부족하게 제품을 생산해 초저녁이면 문을 닫아버리는 현상이 생기고 있다.

뉴욕에서 레스토랑을 빼놓을 순 없다. 오픈테이블(opentable)이란 웹사이트에서는 세계 각국의 레스토랑 예약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그 중 단연 인기는 올해 막 미슐랭에 입성한 피오라(PIORA)다. 미국도 아니고 한국도 아닌, 묘하게 끌리는 동서양의 만남이다.

피오라를 예약했다고 하자 뉴요커인 친구가 함께해도 되냐고 물어왔을 만큼 현지에서도 인기가 대단했다. 대부분의 유명 레스토랑은 접근성이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피오라는 한적한 그리니치빌리지에 위치해 있다. 그럼에도 인기가 많아 대기자 명단이 넘쳐난다.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느끼하고’ 열정이 넘치는 사장은 벌써 일주일에 한 번씩 찾는 단골들이 생겨났고 손님들이 즐겨 찾는 메뉴가 점점 늘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모모푸쿠(MOMOFUKU)도 한국인 쉐프가 운영하는 퓨전 레스토랑이다. 전형적인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비교적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기름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국음식을 베이스로 했다. 퓨전바, 밀크바, 삼바 등 다양한 버전으로 체인점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밀크바는 디저트 중심의 베이커리 카페로 뉴요커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뉴욕 여행에서 체험한 세 가지 핫 아이템을 소개한다.

이탈리(EATALY)라는 식료품 상점은 최근 떠오른 뉴욕의 핫 아이템이다. 신선하고 맛있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메뉴에 들어가는 식재료라는 특성에 스타 쉐프의 명성까지 더해져 매장은 오픈을 기다리는 손님들로 늘 북적인다. 뉴욕에서 식료품 편집샵으로 이미 유명해진 딘 엔 델루카와 거의 비슷한 형태인데, 세분화된 이탈리아 식재료라는 특성을 더해 더 신선하고 더 간편한 식재료를 찾는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치폴레(CHIPOTLE)라는 신선 패스트푸드점도 주목할 만하다.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블로그에 적힌 설명을 열 번은 읽었다. 그 정도로 처음 주문해보는 사람은 소위 ‘멘붕’을 경험한다. 먹는 방식을 선택하고 토핑을 선택하는,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방식인데 문제는 너무 빨리 지나간다는 점이다. 6~9가지의 토핑을 말하는데 2분이 채 걸리지 않고 토핑을 즉석에서 담아주기 때문에 주문과 계산이 거의 2~3분 만에 이뤄진다. 이렇게 정신없는 치폴레를 오바마까지 찾는 이유는 바로 ‘신선한 패스트푸드’여서다. 토핑에 사용하는 재료들은 전부 신선하고, 토핑을 바로 눈앞에서 골라 내 입에 맞는 메뉴로 만들어 빨리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일 수밖에 없다.

지엄샵은 뮤지엄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이런 생각이 무너졌다. 뉴욕은 마치 체인점처럼 뮤지엄샵이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뉴욕에 속한 뮤지엄샵 인기 상품만 편집해 판매되는 곳도 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매장마다 사람들이 넘쳐났고 각 매장마다 볼거리가 가득해 지나는 길이면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다. 뮤지엄샵은 또 하나의 갤러리였다. 놀라운 것은 요즘 일본자본이 대거 뉴욕으로 건너와 뮤지엄샵에 ‘일본스러운’ 무지, 유니클로 같은 브랜드가 한편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동서양의 절충이 식문화뿐만 아니라 상당히 여러 분야에 걸쳐 이뤄지고 있었다.

뉴욕으로의 가을 문화여행을 다녀와 내가 사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가 국내 최고의 문화도시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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