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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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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이 궁금하다면…
  • 세종포스트
  • 승인 2016.05.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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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 ‘올해의 영화’ 2편 동시 개봉

‘보이후드’ ‘나를 찾아줘’ 놓치면 후회할 최고 영화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국내 극장가를 먼저 들러봐야 한다. 빼어난 완성도를 지닌 영화 <보이후드>와 <나를 찾아줘>가 23일 동시 개봉했기 때문. 단언컨대 놓치면 후회할 올해 최고의 영화들이다.


평론가들 “기적의 영화”

영화 <보이후드>는 기적 같고 마법 같은 영화다. ‘몇 년 후’ 같은 자막이나 아역 배우를 써서 만든 허구의 시간이 아니라 실제로 12년의 시간을 켜켜이 쌓아 만든 영화다. 이 영화가 훌륭한 것은 단지 여러 명의 배우와 감독이 12년간 한마음으로 영화를 완성해서가 아니다. <보이후드>는 영화가 시간과 배우, 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인물의 변화와 삶의 진실을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 예증하는 진귀한 작품이다.


영화는 이혼한 엄마(패트리샤 아켓), 누나 서맨사(감독의 딸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가 연기)와 함께 사는 6세 소년 메이슨(엘라 콜트레인)이 초등학교 1학년에서 고교 졸업 후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12년간 성장하는 모습을 따라간다. 성장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강렬한 사건 하나 없이 기억의 조각들을 이어 붙이듯 1년 단위로 소년의 변화를 보여준다. 메이슨은 재혼과 이혼을 반복하는 엄마를 따라 잦은 이사 속에 새로운 가족과 친구, 여자 친구를 맞이하고 떠나  보내며 소년시절을 통과한다. 그 속에서 억척스럽게 아이들을 키워내는 엄마도, 남매를 잊지 않고 챙기는 아빠(이선 호크)도 함께 나이를 먹어 간다.


링클레이터 감독의 대표작인 ‘비포’ 3부작(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이 1995년, 2004년, 2013년 세 지점 사이에 존재하는 9년씩의 공백을 드러내는 반면 <보이후드>는 1년씩 이어지는 시간이 ‘현재’라는 이름으로 단절 없이 흘러가는 장대한 풍경을 보여준다. 메이슨의 얼굴이 조금씩 변함에 따라 관객은 감독과 배우들이 수억 가지 인생에서 길어 올린 삶의 복잡다단한 본질과 마주하게 된다. 영화의 끝부분 대학생이 된 메이슨에게 한 친구가 말한다. “사람들이 늘 순간을 잡으라고 하잖아. 근데 반대인 것 같아.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것 같아.” 메이슨이 답한다. “맞아. 순간이란 끊임없는 거잖아. 언제나 바로 지금 여기 있는 거지.”


감독은 자신이 살고 있는 텍사스를 근거지로 2002년부터 2013년까지 매년 3주간 같은 배우들과 함께 “12편의 영화를 찍듯” <보이후드>를 완성했다. 그 사이 감독이 완성한 영화만 8편. <보이후드>가 공개되자 평단은 만장일치로 환호했다. 미국 내 유명 평론가들의 리뷰를 모아 점수를 매기는 ‘메타크리틱’과 ‘로튼토마토’는 이 영화에 99~100점을 줬다. “단지 걸작이 아니라 기적이다”(워싱턴포스트), “올해 최고의 영화”(롤링스톤), “지난 몇 십 년간 가장 특별한 영화 중 한 편”(USA투데이) 같은 극찬이 예사롭게 달라붙는 영화다. 15세 관람 가.


올해 최고의 반전


‘역시’란 말이 절로 나온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신작 <나를 찾아줘> 이야기다. <보이후드>와 함께 내년 오스카 작품상 후보 0순위에 오를 만한 이 영화에서 감독은 <쎄븐> <파이트클럽> <조디악> <소셜 네트워크> 등에서 보여준 탁월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과연 이 시대 최고의 스릴러 감독으로 꼽히기에 부족함이 없는 재능이다.


2012년 미국에서만 200만부 이상 팔린 길리언 플린의 소설(원제 ‘Gone Girl’)을 각색한 이 영화는 미국 중산층 부부의 뒤틀린 관계를 서늘하게 그리는 한편 스캔들에 목 매는 천박한 언론, 타인의 시선 속에서 가짜 자아를 만들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심리 등을 다각도로 파고든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여동생과 술집을 운영하는 닉(벤 애플렉)은 유명한 작가인 아내 에이미(로저먼드 파이크)가 감쪽같이 사라지자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한다. 남부러울 것 없이 행복한 것처럼 보이던 중산층 부부는 경찰 수사가 진행될수록 쇼윈도 커플이었음이 드러난다. ‘남편이 나를 죽일지도 모른다’고 쓰인 에이미의 일기 때문에 유력한 살인 용의자로 몰린 닉은 국민적인 지탄과 경찰의 의심 속에서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닌다.


번역 제목 자체가 수수께끼를 푸는 힌트이기도 한 <나를 찾아줘>는 실종사건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스릴러이면서 파국에 이른 결혼 생활을 그린 비극적 심리 드라마이고 현대사회와 인간 관계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영화는 충실히 원작을 따라간다. 현재와 과거가 오가고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가 교차할 때 관객은 미로 속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다. 닉은 정말 에이미를 죽인 걸까. 에이미가 살아 있다면 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걸까.


영화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뒤 오싹한 결말에 도달한다. 그 공포의 대상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의 심연이고 인간관계 이면의 그림자이며 피할 수 없는 삶의 잔인한 딜레마다. 500쪽이 훌쩍 넘는 두꺼운 책을 직접 압축한 플린의 시나리오와 데이비드 핀처의 치밀한 연출도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오만과 편견> <잭 리처> 등에 출연했던 로저먼드 파이크의 눈부신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149분의 상영 시간이 단 1분도 지루하지 않았다면 이 세 명과 벤 애플렉을 오스카 후보에 올리는 데 동참하고 싶을 것이다. 청소년 관람 불가.

<기사제휴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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