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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분모는 부부
  • 세종포스트
  • 승인 2016.05.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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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 한·중 두 거장의 부산 나들이

임권택 ‘화장’, 장이머우 ‘5일의 마중’


아내의 사라진 기억을 되살리려는 남편. 아내에 대한 사랑과 젊은 여자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남자. 예술 영화와 상업 영화를 오가며 다양한 주제를 다뤄왔던 한국과 중국의 두 거장 감독이 부산에서 나란히 공개한 새 영화의 공통분모는 부부다. 지난 4일 중국 장이머우(64) 감독의 신작 <5일의 마중>이 국내 처음 공개된 데 이어 5일 임권택(78)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이 19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을 통해 첫 선을 보였다.


김훈의 단편 각색...내면 연기 돋보여

“문장의 힘, 영상으로 표현 힘들었다”


앞서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화장>은 김훈 작가의 단편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화장품 회사의 중역인 중년 남자 오 상무(안성기)가 암 투병 중인 아내(김호정)에 대한 헌신과, 회사에 새로 입사한 미모의 사원 추은주(김규리)에 대한 욕망 사이에서의 고뇌를 그린다. 아내의 사망 후인 현재 시점과 암 투병 중이었던 과거 시점이 여러 차례 교차한다. 영화는 강한 욕망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오 상무의 내면을 통해 중의적 의미를 지닌 제목처럼 삶과 죽음, 인간의 본능과 가족 간의 도리, 삶에 대한 의지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 등 인생의 양면을 전한다.


5일 부산 해운대구 월석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임권택 감독은 특유의 어눌한 말투로 “100여 편의 영화를 만들어오는 동안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원작을 읽어 보고 나서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아 연출을 결정했다”면서 “김훈 작가의 문장이 지닌 엄청난 힘을 영상으로 옮기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다. 임 감독은 칸영화제를 겨냥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가 다시 편집해 베니스영화제에 출품한 사연도 공개했다. “칸영화제 출품 기한 안에 보내려다 보니 졸속으로 편집이 돼서 초청이 안 돼 난처했어요. 이후 칸에 보낸 것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영화로 만들어보자는 제작자의 제의를 받아들여 산뜻하게 정리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화장>은 안성기의 깊은 내면 연기가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작품이다. <취화선> 이후 12년 만에 임 감독과 함께한 이 영화에 대해 그는 “감정과 심리 표현을 상세히 해야 해서 굉장히 어려웠던 작품”이라고 했다. 오랜 시간 투병 생활을 했던 김호정은 “개인적으로 많이 아팠었고 주변에도 아픈 분들이 있기 때문에 투병 장면을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문화혁명 다룬 옌거링의 소설 각색

“꺼지지 않는 희망 말하고 싶었다”


장이머우 감독의 <5일의 마중>도 소설이 원작이다. 오랜 수감 생활 끝에 집에 돌아온 루옌스는 심인성 기억상실증으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 펑완유의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지만 결국 있는 그대로의 아내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옌거링의 <육범언식>을 각색한 이 영화는 문화혁명(1966~1976)이라는 시대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산산조각 났던 남편과 아내 그리고 딸이 가족을 재건하는 과정을 차분하게 따라간다. 장이머우 감독은 극한의 상황에서도 사랑을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차분하게 그리며 묵직한 감동을 안긴다. 제목은 ‘5일에 도착한다’는 편지를 읽고 매달 5일 남편을 맞이하러 가는 아내의 발걸음을 가리킨다.


부산을 찾은 장이머우 감독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를 통해 인류의 꺼지지 않는 희망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정치적 언급보다는 역사적 소용돌이로 인해 흩어진 가족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문화혁명 당시 10대 후반부터 20대 후반 시기를 보냈던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 역사상 빼놓을 수 없는 그 시기를 통해 인류의 보편적인 감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8일 국내 개봉한 이 영화에서 장이머우 감독은 중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공리와 7년 만에 다시 손을 잡았다. 영화에서 명연을 펼쳐 보인 공리는 이번 부산영화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장이머우 감독의 차기작은 다시 블록버스터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떠들썩하기보다 고요하고 사람을 깊이 고찰할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다음 영화는 사극과 무협, 판타지의 요소가 있으면서도 중국 문화의 고유함과 특색을 드러내는 영화”라고 했다.


<한국일보 제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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