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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니까! 뉴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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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니까! 뉴욕이니까!
  • 고경석 기자
  • 승인 2016.05.2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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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 리뷰 | ‘프란시스 하’
분수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프란시스 ⓒ그린나래미디어㈜
분수대 앞에서 춤을 추고 있는 프란시스 ⓒ그린나래미디어㈜

무용수 꿈꾸는 20대 여성 성장 이야기

뉴욕 출신 감독의 흑백 뉴욕도 볼거리

뉴욕의 평범한 거리를 우디 앨런만큼 낭만적으로 담아내는 영화, 흑백 영화의 우아한 매력에 근사한 방식으로 경의를 표할 줄 아는 영화, 철부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20대 후반의 성장통을 사랑스럽게 포착하는 영화. 지난 17일 개봉한 노어 바움바흐 감독의 <프란시스 하>는 낭만적이고 유쾌하며 사랑스러운 영화다. 별다른 사건 하나 일어나지 않는데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나면 ‘가장 보통의 존재’라 할 만한 주인공을 꽉 껴안아 주고 싶어진다.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무용수를 꿈꾸는 프란시스는 둘도 없는 친구 소피(가수 스팅의 딸 미키 섬너가 연기)와 함께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스물일곱 살이지만 그가 하는 행동은 선머슴 같은 말괄량이 10대 소녀와 다를 바 없다. 친구에게 유치한 장난을 하고, 지하철 플랫폼 끝에서 선로 위에 소변을 보고, 길거리를 달리다 넘어지고…. 오죽하면 처음 만난 여자에게서 "얼굴은 (소피의) 이모뻘인데 철은 덜 들었네"라는 말을 들을까.

무용수로 유명해지겠다는 거창한 꿈을 꾸지만 몇 년째 평범한 연습생 신세인 프란시스의 현실은 남루하다. 애인과는 사소한 말다툼으로 헤어지고, 룸메이트 소피가 독립하는 바람에 머물 곳도 새로 구해야 한다. 크리스마스 공연에 설 기회도 끝내 얻지 못한다. 좀 더 현실적인 소피는 프란시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뉴욕에선 부자 아니면 예술 못 해."

오랜만에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뒤에도 일은 계속 꼬이기만 한다. 파리에 사는 친구를 만날 겸 여행길에 오르지만 결국 길거리만 배회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돌아온다. 늘 함께 있고픈 친구 소피는 남자친구 따라 일본으로 간다고 한다. 뭐 하나 되는 게 없는 청춘, 그러나 프란시스는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는다. 멀리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드는 꿈이 있으니까.

영화에서 주인공만큼 중요한 캐릭터는 뉴욕이라는 이방인들의 도시다. 브루클린, 차이나타운, 포킵시, 워싱턴하이츠 등 뉴욕의 여러 지역이 영화의 각 장을 구획한다. 길거리, 아파트, 지하철, 공원, 식당 등 뉴욕의 평범한 장소들이 현실 속의 낭만을 펼쳐 보인다. 영화가 종종 우디 앨런의 <맨하탄>이나 <애니 홀>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뉴욕이라는 도시와 프란시스라는 독특한 캐릭터 때문이다.

흑백으로 촬영한 영상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인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의 고전 영화를 연상케 하고, 프란시스가 두 남자 룸메이트와 함께 있는 장면은 짐 자무시의 <천국보다 낯선>(1984)을 닮았다. 데이비드 보위의 ‘모던 러브’가 흐르는 가운데 주인공이 길거리를 뛰는 장면은 레오스 카락스의 <나쁜 피>(1986)에 대한 직설적인 오마주다. 그렇지만 <프란시스 하>는 앞서 언급한 어떤 영화들과도 다르다.

뉴욕 브루클린 출신인 바움바흐 감독은 웨스 앤더슨 감독의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각본을 썼고 <오징어와 고래> <마고 앳 더 웨딩> 등을 연출했다. 감독의 여자 친구이기도 한 주연배우 그레타 거윅은 빼어난 연기를 보여줄 뿐 아니라 각본도 감독과 함께 썼다. 우정과 꿈에 대한 기분 좋은 성장 드라마인 이 영화의 제목은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는데 ‘하~’ 뒤의 이름은 마지막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고경석기자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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