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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쿨 위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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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스쿨 위기인가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4.07.1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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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점검 | 왜 축소 얘기하나

정부 출구전략 속 스마트교육 후퇴
최교진 교육감 "스마트교육 재검토"
혁신학교에 스마트 입힐 고민해야

‘쇼는 끝났다.’ 세종시의 대표 브랜드 ‘세종 스마트교육’ 이야기다.

스마트교육이 세종시 한솔동(첫마을) 참샘초등학교에 첫 등장했을 때 언론들은 전자칠판, 스마트패드 등을 활용한 새로운 수업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스마트교육이란 말만 듣고 기꺼이 이사를 마다하지 않은 세대가 한 둘이 아니다. 집값도 올렸다. 역설적이게도 교육부와 세종시교육청의 성공적인 홍보가 ‘스마트교육=스마트기기’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스마트교육은 창의적 미래인재 양성이란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인데 마치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비쳐졌다는 의미다.

지금 세종 스마트교육은 위기다. 정부는 출구전략에 몰두하는 모양새고, 최교진(60) 세종시교육감은 여러 차례 스마트교육에 대한 재검토를 강조했다. 막대한 예산, 콘텐츠 부족, 학생들의 건강 문제(스마트기기 중독 및 의존도 증가), 교사와 학생 간 인간적 대면 약화 등을 이유로 들었다. 과연 스마트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은 걸까?

지난 9일 오전 도담초등학교 6학년 교실. 사회 교과 ‘환경기초시설’을 배우는 시간에 학생들이 환경시설을 둘러싸고 주민-지자체 간 갈등양상을 빚고 있는 뉴스 동영상을 보고 있다. 3분가량 동영상을 본 뒤 학생들은 각자 스마트패드를 이용해 주변지역의 사례를 찾아보고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찾는 토의를 벌였다.


정부, 스마트교육 축소·후퇴(?)

정부의 교육 목표는 창의적 미래 인재 양성이다. 주입식 교육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이미 오래 전부터 형성돼왔다. 그래서 ICT(컴퓨터 기반) 교육을 그 대안으로 추진해왔다. 1990년대 후반 프로젝션TV를 통한 교단선진화 사업, 2000년대 교수학습센터, 사이버가정학습, 2010년대 EBS수능과 연계한 IP TV 보급, 그리고 현재의 디지털교과서까지. 주입식교육의 한계를 극복해 보자는 취지로 토론식 교육, 자기주도 학습 등으로 교육의 패턴을 바꿔왔다.

디지털교과서는 이명박정부 당시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의 핵심이었다. 태블릿PC, 무선인프라, 전자칠판 등 연구학교 중심으로 스마트스쿨을 구축하고 모든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스마트교육이 세종시만의 독자적 브랜드는 아니란 얘기다. 당초 2015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의무 도입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이 정책이 축소 내지는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교육부가 2018년으로 시기를 미루고, 초등학교 3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학교장 재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 과목을 대상으로 적용하려던 디지털교과서도 사회, 과학, 영어 세 과목으로 축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015년에서 2018년으로, 의무 시행에서 자율 시행으로, 전 학년에서 초3~중3으로, 전 과목에서 세 과목으로 각각 후퇴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서혜숙 사무관(교과서기획과)은 "현재 토론회도 갖고 전문가 의견도 들어보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제안되고 있는 것"이라며 "축소·후퇴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스마트교육, 선택 아닌 필수

정부 정책이 축소 내지는 후퇴하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는 이미 전체 학교에 스마트스쿨 구축을 완료했다. 전체 학교 교실에 전자칠판이 설치됐고 초등학교 4학년 이상에 1인 1패드가 지급됐다. 정부는 이른바 스마트교육에 대한 ‘출구전략’에 나선 모양새인데 세종시만은 따로 가고 있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스마트교육의 부정적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교진 교육감도 스마트스쿨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수정 및 보완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다. 교육감직 인수위원회도 스마트교육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우세해 보인다. 그런데 수정·보완이 필요하다고는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없다.

막대한 예산, 스마트폰 중독 및 기기 의존 심화, 인간적 대면 약화는 스마트교육의 아킬레스건이다. 디지털기기의 영상과 사진, 사운드는 뇌를 자극에만 강해지도록 만들어 서책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스마트패드로 동화책을 보는 요즘 아이들의 뇌는 기성세대의 그것과 분명 다르다. 이는 뇌 과학이 입증한 엄연한 사실이다. 언어적 창의성보다 시각적 창의성이 우수하다. 이를 인정하고 스마트교육을 새로운 교수학습 모델로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전영주 목원대 교수(영어교육)는 "뇌 과학이 입증하는 것처럼 요즘 청소년들은 디지털 세대이자 디지털 원주민"이라며 "문맹퇴치 개념이 문자를 넘어 테크놀로지로 확대된 시대에서 스마트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21세기의 필수적 역량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스마트교육의 역기능, 이른바 기기 의존과 대면관계 약화는 보완할 일이지 스마트교육에 그 탓을 돌릴 일이 아니란 얘기다.

디지털교과서 실패 ‘불똥’

시범학교에서 운영 중인 디지털교과서가 스마트교육의 최종 목적지처럼 여겨지는 것도 스마트교육 폄하의 한 원인이다.

익명을 요구한 좋은교사운동본부 소속 교사는 "스마트교육은 자기주도 학습, 창의성 신장 측면에서 매우 훌륭한 교수학습방법"이라며 "문제는 정부가 개발한 디지털교과서가 e-교과서처럼 현장에서 활용될 정도의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스마트교육까지 폄하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디지털교과서는 교육의 혁신이 되어야 하는데 (정부가 개발한 디지털교과서가) 선생님이 저작도구로 교과서를 편집해 활용할 수도 없고, 아이들이 고유계정을 가질 수 없어 학습이력이 남지도 않아 빅데이터로 활용하지 못 한다"고 했다. 그는 "스마트교육은 그 자체로 좋은 배움을 위한 도구로 봐야 한다"고도 했다. 디지털교과서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교육철학적 관점에서 스마트교육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스마트스쿨 구축에 막대한 예산이 수반된다는 비판도 디지털교과서 수업을 대비하기 위한 ‘1인 1패드 정책’에서 기인한다. 스마트패드 구입비용이 스마트스쿨 구축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3~4명당 1대 꼴로 패드를 보급하는 절충안도 고려해볼만하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 전자칠판은 첫마을 6개교 도입 시 1165만원(모니터형)이던 것이 이번에 30개교에 스마트시스템을 구축하면서 220만원(단초첨프로젝트형)으로 줄었다.

스마트-아이, ‘거꾸로 수업’에 적합

요즘 플립드 러닝(flipped learning), 이른바 ‘거꾸로 교실’이 각광받고 있다. 학생이 영상을 통해 기본적인 개념을 스스로 학습하고, 교실에서는 상호작용을 하면서 배운 지식을 심화하고 견고히 해나가는 방식이다. 개념적 지식을 쌓는 것에서 종합 분석 평가하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세종시교육청이 최근 ‘스마트(Smart)-아이’, 즉 ‘콘텐츠 유통 플랫폼’ 구축을 완료하고 세종시 전체 학교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아이’가 스마트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바로 ‘거꾸로 교실’에 최적화된 시스템이란 이유에서다.

과목, 단원, 차시에 맞게 콘텐츠가 배열돼 있어 ‘원 클릭’ 교수학습 서비스가 가능하다. 인터넷 포털에서는 키워드로 자료를 찾아야 하지만 ‘스마트-아이’에서는 콘텐츠에 메타정보가 부여돼 있어 수업시간에 맞는 콘텐츠를 곧바로 활용할 수 있다.

‘거꾸로 수업’이 가능하려면 ‘클립형 동영상’, 즉 동영상이 과목, 단원, 차시에 필요한 분량으로 분절돼 있어야 한다. ‘스마트-아이’가 그렇게 돼 있다. 에듀큐레이션을 통해 콘텐츠를 가감해 수업에 맞도록 편집할 수도 있다. 교사가 내일 수업에 쓸 콘텐츠를 사이버 학급방(웹·모바일 겸용)에 올려주면 학생은 이를 미리 보고 스스로 학습을 한다. 궁금한 점은 푸시(push) 기능이 장착된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묻고 답할 수 있다. 콘텐츠에 댓글을 달아 토론을 하고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일 한솔중학교 도서관에서 미국 일리노이주 중등교사들로 구성된 스마트교육 수업 참관단을 대상으로 스마트교육의 실제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8일 한솔중학교 도서관에서 미국 일리노이주 중등교사들로 구성된 스마트교육 수업 참관단을 대상으로 스마트교육의 실제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혁신학교에 스마트를 입힌다면…

최교진 교육감이 적극 추진하려는 혁신학교에 스마트교육을 입힌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혁신학교는 교사의 업무를 줄여 줘 연구하고 잘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있는 학교다. 자기주도 학습, 토론식 수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마트교육이 추구하는 바와 다를 게 없다. 스마트교육을 혁신학교와 접목시킨다면 말 그대로 ‘세종형 혁신학교’가 가능해질 거란 의미다.

전영주 목원대 교수는 "평등교육, 즉 속진아든 부진아든 누구나 수업에 접근할 수 있는 ‘보편적 학습설계’(UDL, Universal Design for Learning)에도 스마트교육이 더 적합하다"고 했다. 가령 곱셈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은 스마트패드의 버튼을 눌러 그 이전에 알아야 할 덧셈 내용을 다시 살펴볼 수 있다. 보조교사가 패드 안에 있는 셈이다.

컴퓨터를 통한 학습을 선호하는 학생, 예술적 활동을 통해 공부하고 싶어 하는 학생, 문자를 통한 학습이 익숙한 학생, 청각을 통한 입력이 더 잘 이해되는 학생, 실험을 통한 귀납적 학습을 좋아하는 학생…. 이렇듯 학습자들의 흥미와 스타일을 고려한 입체적 수업설계도 스마트교육으로 가능하다.

전 교수는 "세종시는 스마트교육 인프라가 모두 갖춰졌기 때문에 최교진 교육감이 밝혔듯 교사가 수업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를 경감시켜 주고 교수모형 개발,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마트교육은 온정이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교사는 업무경감으로 남은 에너지와 시간을 아이들 챙기는 데 쓰면 된다"고도 했다.

세종시는 읍면지역까지 모든 학교에 스마트스쿨이 구축됐다. 콘텐츠 부족 문제를 해결해 줄 ‘스마트-아이’도 가동을 시작했다. 세종시의 대표 브랜드인 스마트교육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할지, 아니면 ‘세종형 혁신학교’를 완성할 백조로 비상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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