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평범함을 거부한 ‘감성 느와르’
상태바
평범함을 거부한 ‘감성 느와르’
  • 조현주 기자
  • 승인 2016.05.26 0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봉영화 리뷰 | ‘하이힐’

감독 장진·배우 차승원 6년만에 의기투합

‘마초’ 강력계 형사 지욱에 숨겨진 여성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저녁에는 악의 무리와 싸우는 이중적인 캐릭터는 영화의 단골 소재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다. 낮에는 조폭도 덜덜 떠는 마초 형사가 밤만 되면 여장을 하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린다. 영화 <하이힐>(감독 장진, 제작 장차)이다.

<하이힐>은 연예계 대표 몸짱 스타인 차승원을 주인공으로 완벽한 남자의 조건을 모두 갖췄지만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을 숨긴 채 살아온 강력계 형사 지욱의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을 그린 영화다.

온몸에 철심이 박힐 만큼 험악한 인생을 살아온 지욱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다. 그는 자신의 여성을 숨기기 위해 더 거칠고 과격하게 조폭들을 제압하며 마초의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않으려 한다. 지욱은 경찰을 그만두고 트랜스젠더가 되기로 결정한다.

장진 감독과 차승원이 6년 만에 뭉쳤다. <하이힐>은 두 사람이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에 이어 세 번째로 의기투합해 만든 작품이다. 장진 감독은 <하이힐>로 데뷔 20년 만에 첫 느와르 장르에 도전했고 차승원은 첫 여장에 도전했다.

진한 눈썹과 남성미 넘치는 얼굴선, 탄탄한 근육질 몸매 등 여성의 모습과는 전혀 거리가 먼 차승원이 마스카라와 립스틱을 바르고 하이힐에 오르는 장면은 쉽게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차승원은 섬세한 감정 연기와 촉촉한 눈망울로 지욱에 완벽하게 몰입했다. 액션 신만큼이나 차승원의 내면 연기는 빛을 발한다.

늦은 밤 교회에서 감춰왔던 비밀을 밝히며 "미치겠더라고요" 말한 뒤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관객들의 심금을 울리기 충분하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여성을 부인하기 위해 해병대에 가고 형사가 돼 조직폭력배들과 싸움을 벌여왔던 지욱이다. 그러나 자신의 못난 손톱을 보며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거울을 보며 빨간 속옷을 자신의 몸에 대보고, 곱게 화장을 한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설렘을 느끼기도 한다. 하이힐을 신는 지욱의 발이 사뭇 예뻐 보인다. 차승원에게 여자를 느꼈다는 장 감독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느와르 장르지만 앞에 ‘감성’이라는 단어를 붙이며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하지만 ‘차승원 표 액션’은 영화에 강렬한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촬영 3개월 전부터 액션 트레이닝에 돌입한 결과다. 극 초반 술집 룸 안의 테이블 위에서 벌이는 액션 신, 폭우 속 우산을 든 채 싸움을 벌이는 모습 등 차승원은 길쭉길쭉한 팔다리로 단호하면서도 절도 있는 액션을 선보이며 스크린을 압도한다.

배우들의 호연은 빛이 난다. 조직의 2인자 허곤을 연기한 오정세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캐릭터로 괴짜 같은 매력을 과시했다. 경찰인 지욱을 진심으로 경외하는 허곤의 모습은 <하이힐>의 웃음 포인트이자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갑작스러운 그의 광기는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짧은 분량이지만 비열한 면모를 선보인 홍검사 역의 박성웅은 ‘신 스틸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 외에 지욱을 친동생처럼 따르는 진우 역의 고경표, 지욱이 끝까지 지켜주고 싶어 한 장미를 연기한 이솜 역시 눈에 띤다.

쉽지 않은 소재를 스크린으로 구연한 장 감독은 "누구에게도 이루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욕망이 있을 것이다. 지욱에게는 그것이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인 것"이라며 "영화를 보고 난 후 누구에게나 있는 꿈꿔왔지만 가질 수 없었던 무언가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운을 남겨줬으면 좋겠다"고 영화의 메시지를 설명했다.

상영시간 124분. 청소년 관람불가. 6월 4일 개봉.

조현주 기자 jhjdhe@hankooki.com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