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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대한 르네상스식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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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대한 르네상스식 해석
  • 김지용(영화감독,중부대연극영화학과 교수)
  • 승인 2016.05.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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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쉐이크 | ‘노아’

기독교 시각 배제, 가족 간 갈등 인간 본성에서 접근

역사 속 존재했던 인물들에 대한 사실적 해석도 필요

김지용(영화감독,중부대연극영화학과 교수)
김지용(영화감독,중부대연극영화학과 교수)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피렌체. 15세기 위대한 화가들은 이곳에서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들을 생산했다. 중세로부터 이어져온 기독교의 엄격하고 보수적인 시회분위기를 생각해 볼 때 산타 마리아 델 카르미네 성당안의 브란카치 예배당의 그림들은 사뭇 다른 감상을 자아낸다. 원근법을 최초로 회화에 도입한 화가 마사초. 1401년에 태어나 1428년, 스물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했지만 미술사에 남긴 족적은 300년, 아니 3000년을 살아도 이룰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젊은 천재화가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전시된 곳이 바로 브란카치 예배당이다.

이 예배당의 많은 그림들 중 초라한 인간의 모습을 닮은 아담과 이브를 그려내 당대 사람들을 도발한 작품이 있다. ‘낙원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이다. 오른손으로 양 가슴을, 왼손으로 여성의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있는 이브의 모습을 보면 원죄의 고통에 시달리는, 그리고 욕망과 부끄러움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우리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새 개종자에게 세례를 주는 성 베드로’에서도 세례를 받는 신자나 세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간적이다. 추위로 웅크리거나 지루해하는 표정이 역력해서다. 르네상스의 꽃을 피운 미켈란젤로도 이 그림을 보고나서야 인간 본질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됐다.

이보다 1세기 앞서 쓰인 단테의 <신곡>은 르네상스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또 다른 걸작이다.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의 3부로 이루어졌고, 표면에 나타난 주제는 사후(死後) 세계를 중심으로 한 여행담이다. 우의적인 면에서 볼 때 신곡에 묘사된 여러 파란만장한 체험은 단테 자신의 영혼의 성장과정을 나타낸다. 베아트리체와 사랑의 실패, 정치적 망명, 이후 심각한 정치적·윤리적·종교적 문제로 고민했던 그가 자신의 양심과 영혼 속에서 그 해결방법을 찾아내기까지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단테의 작품에서 드러난 인간의 내적 고통은 종교적 중심에서 탈피하기 시작한 중세의 인문학자와 예술가들에게 인생의 중심을 신학적 관점이 아닌 인간 본위의 갈등과 고뇌를 작품으로 투영하게 만들었다.

영화 <노아>가 논란이다. <블랙스완> <레슬러>에서 극한의 상황에 처해있는 인물들을 통해 집착에 가까운 인간 육체에 관한 퇴화, 혹은 불안정감으로 인한 정신 착란에 가까운 고통과 혼란을 탁월하게 표현한 대론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인류 멸망과 구원이라는 또 다른 극단적인 소재를 택했다.

<노아>는 자신의 뿌리와 주어진 사명에 빠져 신의 계시라는, 지키기 힘든 상황에 놓인 주인공 노아의 심리상태를 잘 보여준다. 영화는 종교적인 해석보다는 주인공 노아와 밀접한 주변 인물들 간의 갈등구조에 많은 이야기를 할애한다. 또한 판타지적인 요소와 인간적 고뇌를 통한 공감대도 어는 정도 형성되어있다. 임무를 부여 받고 원칙대로 행하는 자신감 넘치는 노아, 그 원칙의 모순에 혼란을 겪으며 심리적 고통을 겪는 노아, 임무가 완료된 후 무기력해지는 노아 등 성경의 텍스트적인 해석보다는 좀 더 극단적인 흥미로서 영화를 풀어나갔다. 이 영화가 논란이 된 이유는 기독교적인 시각을 배제한 채 노아와 가족 구성원 간 갈등을 너무나 인간적인 본성의 차원에서 이야기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의 행위에 대한 원인 결과를 종교의 탓 혹은 신의 입장으로만 해석하는 건 오히려 나약한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 아닌가 싶다. 르네상스는 인본주의 사상을 품고 발전을 해왔다. 하지만, 신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종교자체를 무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더불어 폭넓은 철학적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종교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해 각종 종교단체들이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행태가 조금은 천박하다는 느낌이 든다. 성서적 혹은 신화적 해석이 아닌 그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의 사실적인 해석도 더불어 필요한 시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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