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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섹스앤더시티’? 아니,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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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섹스앤더시티’? 아니, 그 이상!
  • 안진용 기자
  • 승인 2016.05.26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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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영화 평 | ‘관능의 법칙’
감독 권칠인 | 제작 명필름 | 개봉 2월13일
감독 권칠인 | 제작 명필름 | 개봉 2월13일

캐스팅의 승리, 엄정화·문소리·조민수 관록 빛나

화장과 헤어스타일에 따라 크게 변하듯 여성은 나이 대에 따라서도 크게 변한다. 10대는 풋풋하고 20대는 꽃을 피우며 30대는 무르익는다. 그렇다면 40대는?

이 질문에 영화 <관능의 법칙>은 답을 준다. 40대 여성은 관능적이라고.

주인공은 세 명의 40대 여성이다. 여전한 아름다움을 뽐내며 연하남과 사랑에 빠지는 신혜(엄정화)와 남편을 향해 합법적으로 ‘밝히고 요구하는’ 미연(문소리), 그리고 일찍 낳은 딸의 눈치 보며 수줍게 연애하는 해영(조민수)이 있다.

세 친구는 각각 주위의 따가운 시선,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남편,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찰나 찾아온 육체적 아픔 때문에 좌절을 맛본다. 대한민국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40대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직면할 수 있는 위기에 처한 세 사람을 통해 <관능의 법칙>은 웃음과 슬픔, 그리고 깨달음을 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따로 있다. 바로 사랑.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받는다. 부모의 사랑을 지나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이성과 애정 관계를 맺으며 가족이 되고 태어난 2세에게 내리사랑을 준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은, 혹은 적령기에 사회 통념적인 과정(이를 테면 결혼)을 거치지 않은 40대 여성은 대한민국 여성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관능의 법칙>은 다시 한 번 말한다. 그들 역시 먹고 즐기고 사랑한다고.

<관능의 법칙>은 캐스팅의 승리다. 평균 나이 40대 중반인 엄정화 문소리 조민수를 큰 스크린을 통해 보고 있노라면 분명 그들의 나이가 보인다. 20대부터 연기를 시작해 20년 이상 대중과 호흡해 온 그들은 대한민국 40대 여성들의 대변자로 나선다. 중요한 건 그들이 여전히 매력적이고 성적으로 어필한다는 점이다.

‘관능’은 여러 가지 사전적 의미를 갖는다. 육체적 쾌감, 특히 성적인 감각을 자극하는 작용을 뜻하는 동시에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관의 기능을 의미한다. 폐가 호흡 작용을 하고, 눈이 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 그 예다.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은 <관능의 법칙>이 온당하다. 40대이기 이전에 여성인 세 주인공은 사랑하며, 그리고 사랑받으며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40대의 사랑은 한층 무겁고 진중하다. 더 이상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세월 흐름 속에 체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농담 속에는 뼈가 있고, 이 뼈는 다시 살이 되고 피가 된다.

20대 연하남을 보고 "쟤랑 사귀는 거야? 애인데"라는 친구에게 "내 애는 아니잖아"라고 되묻는 신혜와 남편에게 "남녀과 의리로 사니? 사랑이 아니고?"라고 외치는 미연. 그들은 손가락이 닿지 않는 곳이 가려운 중년 관객들에게 웃음과 통쾌함 끝에 격한 동감을 선사할 법하다.

그렇다면 <관능의 법칙>은 20대는 즐길 수 없는 영화일까? 대답은 ‘노’다. 그들의 이야기에는 전 세대를 관통하는 사랑의 법칙도 담겨 있다. 하지만 애들은 가라. 단순히 야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깊이를 모르면 공감하기 어려워 ‘19금’이다. 하지만 성년이 된다면 꼭 챙겨보길 권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울타리 안에 사는 40대 여성의 삶은 좀 다르다. 여러 문화적 사회적 특성 때문에 그들은 힘들다. 명품과 섹스에 환장하지 않아도 그들이 신경 써야 할 일은 많다. 그래서 ‘관능의 법칙’을 한국판 <섹스앤더시티>라 부르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대한민국 관객이 이 영화를 본 후 즐기고 느끼고 깨닫게 되는 건 그 이상이다.

안진용기자 realyong@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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