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상태바
카오스에서 코스모스로…
  • 박한표(EU문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6.11.03 1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한표의 그리스·로마신화 읽기] <1>제우스의 등장

우라노스→크로노스→제우스, 신들의 세대교체

그리스·로마 신화는 문명 이전의 고대인들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그리스인들은 제일 먼저 땅과 하늘을 분리하여 가이아(땅의 여신)와 우라노스(하늘 신)라는 신을 만들어 냈다. 우라노스는 자신의 막내아들인 시간의 신 크로노스에게 제거되어 세대교체가 된다.

 

아버지의 ‘거시기’를 제거하는 방식은 많은 신화들이 보여주는 것과 유사하다. 다시 크로노스는 자기의 아들 제우스에 의해 제거된다. 신들의 세대교체가 이렇게 이루어진다. 우라노스→크로노스→제우스. 우라노스와 크로노스는 티탄(타이탄, 거인) 족의 신들이고, 제우스가 그들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 올림포스로 이사하여 올림포스 신들의 세계가 펼쳐진다.

 

크로노스가 아들을 잡아먹는 그리스신화를 소재로 한 ‘아들을 먹어치우는 사투르누스’. 프란시스코 고야, 1819~1823년, 캔버스에 유채, 83×146㎝, 프라도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헤시오도스의 <신통기(신들의 계보)>에 따르면 태초에는 카오스(Chaos, 혼돈·무질서)가 있었고, 그 다음에는 넓은 젖가슴을 가진 대지의 여신 가이아, 대지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무한 지옥 타르타로스, 사랑의 신 에로스가 생겨났다. 에로스는 모든 신들과 인간들의 이성과 몸의 힘을 마비시키는 가장 잘 생긴 신이었다.

이 에로스의 도움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혼자서 자신과 비슷한 크기로 별이 총총한 하늘의 신 우라노스를 낳았다. 그 후 가이아는 우라노스의 사랑을 받고 12명의 티탄(Titan)들과 외눈박이 키클로페스 삼형제, 그리고 100개의 손에 50개의 머리를 가진 괴물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를 낳았다.

이 12명의 티탄들과 키클롭스(Cyclops) 삼 형제 그리고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는 하나같이 끔찍할 정도로 너무 큰 모습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거인(巨人) 족, 즉 티탄이라고 부른다. 특히 키클롭스 삼형제와 헤카톤케이레스 삼형제의 모습은 아버지 우라노스를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아버지 우라노스는 그들을 어머니인 가이아의 몸 속 타르타로스에 가두고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러자 가이아는 자신의 배 속이 뒤틀리는 고통을 맛보며 복수할 생각을 한다. 가이아는 자신의 몸속에 있는 강철로 큰 낫을 만든 다음, 자식들인 티탄 12 신을 불러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 중 누가 이 낫을 들어 이 어머니의 고통을 없애 주겠는가?" 어머니 가이아의 말을 듣고, 막내아들 크로노스가 나섰다. "어머니,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가이아는 기뻐하며 크로노스의 손에 낫을 쥐어 주었다. 이윽고 밤이 되자 우라노스가 나타나 가이아의 몸을 감싸자, 몰래 숨어있던 크로노스가 가이아에게 받은 낫을 들고 아버지의 ‘거시기’를 싹둑 잘라 등 뒤로 던져 버렸다. 화들짝 놀란 우라노스는 몸을 일으켜 저 높은 곳으로 달아나 더 이상 대지에 가까이 오는 일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하늘과 땅이 영원히 갈라져서 저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란다.

그때 잘려 나간 우라노스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가이아의 몸인 대지에 떨어졌다. 거기서 복수의 여신 에리니에스 세 자매와 거인 족 기간테스, 그리고 멜리아데스라고 부르는 물푸레나무 요정들이 태어났다. 그리고 우라노스의 피가 바다에 떨어져 바다거품과 어우러지며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 실제로 아프로디테는 그리스어로 ‘거품에서 태어난 자’란 뜻이다. 아프로디테가 태어나자 에로스가 그녀를 따라다녔다.

이렇게 해서 크로노스는 이전까지 우라노스가 쥐고 있던 세상의 지배권을 빼앗아 수중에 넣게 되었다. 그러나 키클롭스와 헤카톤케이레스는 그대로 가이아 어머니 몸 속 가장 깊은 타르타로스(무한지옥)에 가둬 놓았다. 약속을 어긴 것이다.

이에 화가 난 가이아는 아들 크로노스에게 "너도 아버지와 똑같은 일을 당할 것이다!"라며 저주를 퍼부었다. 후환이 두려운 크로노스는 아내 레아와의 사이에서 자식이 태어나자, 자식들을 곧바로 먹어치웠다. 큰딸 헤스티아를 비롯하여 데메테르, 헤라, 하데스, 포세이돈까지 무려 다섯 명의 자식들을 차례로 삼켜 버렸다.

레아는 막내 자식 제우스만은 남편의 횡포로부터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머니 레아는 제우스가 태어나자마자 가이아의 충고대로 그를 크레타 섬으로 빼돌렸다. 군침을 삼키고 있는 크로노스에게는 커다란 돌을 배냇저고리에 싸서 주었다. 크로노스는 그 돌을 제우스로 알고 덥석 받아먹었다.

크로노스의 눈을 피해 크레타 섬에서 어른으로 자란 제우스는 아버지 크로노스가 먹어 자신의 뱃속에 있는 형제들을 구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지혜의 여신 메티스를 찾아가 특별히 조제한 토하는 약을 얻은 뒤 그것을 몰래 어머니 레아에게 넘겨주었다. 레아가 음식에 그 약을 타먹이자 제우스의 형제들을 모두 게워냈다. 크로노스는 삼킨 순서의 정반대로 자식들을 하나씩 토해냈다. 제일 먼저 마지막으로 제우스를 대신해서 삼켰던 돌을 토해냈다. 뒤이어 제우스의 바로 위형인 포세이돈과 큰 형 하데스, 셋째 딸 헤라, 둘째 딸 데메테르, 첫째 딸 헤스티아가 나왔다.

제우스는 자신을 대신했던 돌을 세계의 중심인 파르나소스 산에 올려놓고 승리의 기념으로 삼았다. 그리고 크로노스를 땅의 가장 깊은 속에 있는 타르타로스에 가두었다.

크로노스로부터 권력을 빼앗은 제우스는 형제들과 함께 테살리아 북부의 올림포스 산에 거처를 정하고 세력을 키워나갔다. 이 산의 이름을 따서 그들은 올림포스 신족이라고 불리게 된다.

우선 크로노스에게 평소 불만을 품고 있었던 티탄 신들도 끌어들였다. 그중 제일 먼저 제우스의 편을 든 것은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메테우스이다. 그의 이름의 뜻이 ‘먼저 생각하는 자’인 것처럼, 그는 제우스가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는 생각이 약간 모자란 동생 에피메테우스를 데리고 제우스의 편에 합류했다.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나중에 생각하는 자’란 뜻이다.

그리고 오케아노스의 딸 스틱스도 제우스 편에 가담했다. 그녀는 지하 세계를 흐르는 강이다. 죽은 자는 이 강을 반드시 건너야 한다. 스틱스의 자식들인 힘의 신 크라토스, 폭력의 신 비아, 질투의 신 젤로스, 승리의 여신 니케도 제우스를 돕기 위해 달려 왔다. 유명 신발 브랜드인 ‘나이키’는 그녀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