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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냐 과천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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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냐 과천이냐
  • 김수현(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14.07.22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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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세종 | 수상한 미래부·해수부 이전

여당, "세종 이전 결정" 2시간 만에 입장번복
정치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세종시 재확인
당리당략 아닌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해야


지난해 9월 12일, 한국 정치사에 길이 남을 희대의 해프닝이 일어났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당정협의회를 통해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의 세종청사 입주를 결정했다. 안행위 새누리당 간사인 황영철 의원은 당정 협의 후 브리핑에서 "미래부와 해수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책위는 당정협의 발표 뒤 약 2시간 후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고 "새누리당은 언론에 보도된 바와 달리 해수부와 미래부의 세종시 배치를 확정한 바가 전혀 없다"며 "앞으로 공청회 등을 거쳐 충분히 의견을 수렴한 후에 최종적으로 확정할 예정"이라고 말을 바꿨다.

그날 오후 3시, 세종시청에서는 유한식 세종시장을 비롯한 주요 기관단체장과 세종시민들이 모여 미래부와 해수부의 세종시 입주가 세종시의 조기정착과 정상추진에 기여할 것이라며 만세삼창까지 부르며 환영했다. 집권여당의 오락가락한 행보가 빚은 촌극이었다. 정치적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세종시의 건설 역사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뒷맛이 개운하지 않은 이유다.

2004년 신행정수도 위헌 판결 이후 세종시는 법과 원칙이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좌절되고 백지화될 위기에 처하곤 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박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파동이다. 비록 수정안 국회 폐기로 우여곡절 끝에 재추진되었지만 그로 인해 세종시 정상추진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한 마디로 세종시 수정안 파동은 ‘잃어버린 2년’이었다. 공공부문의 건설은 그나마 정상적으로 추진된 반면, 민간부문에서는 대기업이 떠나가는 등 지연되면서 도시기반시설 취약과 정주여건 미흡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행정의 비효율성’에 대한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는 등 세종시 조기정착과 자족기능 확충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따라서 세종시 건설의 불행한 단면을 반추했을 때,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도 정치·정략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국가정책목표에 의해 태어난 세종시의 건설 취지에 부합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상에서 외교, 안보, 국방 등을 제외한 정부부처의 이전 약속, 중앙행정기관 이전 고시에서 미래창조과학부의 전신인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가 포함된 점, 세종시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기능지구이고 오송생명과학단지와 근접한 점, 세종청사 유관 부처와의 업무 연계성, 행정중심복합도시로서의 세종시의 위상을 고려했을 때 미래부와 해수부의 세종청사 입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은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에 정치적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의혹 때문이다. 해수부 이전을 요구하는 부산은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집권여당의 정치 중진들이 대표하고 있는 핵심지역이다. 또한 미래부가 남아있는 과천청사는 서울, 경기, 인천을 잇는 교통 요충지이자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다. 세종시민들은 정부와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6·4지방선거 이후로 결정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집권여당의 텃밭이고 전략적 요충지인 부산경남과 수도권 표심을 의식해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을 주저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이는 정치적 우여곡절로 산고를 겪었던 세종시가 다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선 유한식 시장은 정부와 여당으로부터 6월 지방선거 전까지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에 대한 확답을 받아내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또한 지난해 말 1기 활동을 마쳤던 새누리당 세종시특위도 2기 활동을 통해 정부를 압박하고 수도권과 부산경남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 12월 19일, 세종시의 ‘자치권 확대’와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골자로 하는 세종시특별법 개정안 통과도 이해찬 의원과 이완구 새누리당 세종시특위 위원장의 초당적인 협력과 여야 중진으로 정치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을 올해 세종시의 가장 시급한 정치적 현안으로 설정해야 한다. 시장의 과단성 있는 추진력과 여야의 초당적 협력, 범시민적 노력을 통해 반드시 실현해내야 한다.

지난해 정부부처 2단계 입주로 인해 세종청사 시대가 개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마지막 순방지로 세종청사를 방문하면서 ‘금강의 기적’을 통해 세종시를 행정과 경제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세종시는 ‘완성형 도시’가 아니라 ‘진행형의 도시’다. 세종시 완성까지는 희망과 고비가 상존한다. 세종시가 ‘워싱턴 DC’와 같은 행정수도로 성장할지, 아니면 ‘과천’과 같은 행정타운에 머무를지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관건은 정치적 논리가 아닌 법과 원칙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시 건설역사는 정치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여당이 2시간만에 미래부와 해수부 이전 결정을 번복한 일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논리로부터 벗어날 때 비로소 세종시가 워싱턴DC와 같은 행정수도가 될 수 있다.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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