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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섹스 노출억제가 영화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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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섹스 노출억제가 영화의 미덕?
  • 세종포스트
  • 승인 2016.05.2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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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와는 다르게 영화를 볼 시간을 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이 돌아갈 때, 영화업계에서 생계를 꾸리지 않는 자칭 ‘순수영화광’들은 어떤 방법으로 영화를 찾아볼까? 심야영화를 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빈틈없는 업무들로 빽빽한 일상이 전개된다면? "영화 못 보게 만드는 회사 다녀서 무엇 하리!" 당연히 일을 버린다. 미련 없이 그만둬야 영화광 아니겠나.

아직까지는 서울에나 가야 영화광들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킬 예술영화, 독립영화, 실험영화 들을 만날 수 있지만, 극장에서 볼 수 없는 작품들에 대해서는 DVD를 구매해 보기도 한다. 심지어 해외사이트를 뒤져서 원어로 제작된 DVD를 확보하는 데에 열을 내는 일이 다반사다. 왜 그렇게 할까? 단순히 영화에 미쳐서일까?

영화광들이 좋아하는 영화들은 위에서 열거한, 일견 고매해 보이는 것들로만 한정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예술적 각성을 최후방어선으로 남긴 상태에서 폭력의 극렬함, 섹스의 황홀경들을 담아내는 고도의 ‘퇴폐적’ 영화들에도 대단한 관심들을 가지고 있다. 또 질문들이 이어진다. 도대체 왜 그런 영화들을 보려고 하는가? 가장 결정적인 대답이 있다. 아주 간단하다. 이 사회가 그런 영화들을 못 보게 막기 때문이다.

자 최근 멀티플렉스영화관을 통해 개봉한 작품 두 편을 짚어보기로 한다. 하나는 악을 추구하는 집단의 괴물로 성장하는 소년 이야기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 다른 하나는 매니저로 활동하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인기배우로 도약하는 집념의 촌티 젊은이 이야기 <톱스타>.

<화이…>는 아닌 게 아니라 인성을 상실해버린 인간도살자들의 집단이 통제력을 상실한 사회 속에서 활개를 치며 사회적 재생산의 관계들을 지배해버린 상황을 ‘잔혹 동화’처럼 그려낸 작품이다. 주된 관람 포인트는 과연 이들이 얼마나 악에 근접해 있는가이다. 하지만 영화는 아버지-아들 관계로 함축되는 현실 한국사회의 윤리구조를 은유하는 데에 온 신경을 쓰면서 스스로 발목 잡힌 형국이다. 폭력이 은유로 다뤄지게 되면서 도리어 폭력은 부차적인 문제로 전락된다. 선정성 너머를 간취해내고 싶어 하는 영화광의 눈에는 <화이…>의 폭력은 고함만 치고 몸부림으로 그친 맥없는 주먹시늉이다.


<톱스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전개된 한국영화 중흥기의 한복판을 통과해온 인기배우 박중훈이 감독을 맡아 일면 회고적으로 제작한 영화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스크린을 꽉 채운 것은 이미 우려먹을 대로 우려먹은 메스미디어 판 ‘욕망의 덫 시리즈’에 그친 상투적 이야기였다. 제작의도 측면에서 유명배우들의 이면을 솔직담백하게 들여다본다는 취지야 이해되지만, 영화광의 눈에는 욕망의 삼각관계 유형의 치정드라마로서 여지없는 함량미달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연기 장면에 치중된 연출은 등장인물들 간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섹스장면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 크나큰 아쉬움이다.

극장은 우선 옆 사람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한 어둠을 제공하는, 열려있으면서도 은밀한 공간이다. 영화는 숨기고 싶고 가리고 싶은 인간의 음험한 심리와 행동을 적절히 드러내면서 현대사회의 스트레스를 다독여왔다. 이를 잘 아는 영화광 앞에서 영화는 폭력과 섹스의 절제로는 어떤 매력도 발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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