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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존재 알리는 가장 작은 ‘자기소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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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존재 알리는 가장 작은 ‘자기소개서’
  • 박한표(EU문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3.09.30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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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매너 | 명함은 그 사람의 얼굴

사각형 순 백지에 깔끔하게 인쇄하는 게 상식
국제 비즈니스 명함엔 나라별 직급 유의해야
이름 영문 표기 때 발음·뜻을 살펴서 지어야

명함은 프랑스 루이 14세 시대부터 사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사교계에서 귀부인들이 자신의 이름을 트럼프 카드에 써서 왕에게 올린 것이 시초가 됐다. 루이 15세 때에는 현재 쓰고 있는 명함과 같은 동판 인쇄 명함을 사용했다. 독일에서도 16세기부터 쪽지에 이름을 적어 사용했다.

명함은 자신의 얼굴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가장 작은 ‘자기소개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명함에 본인의 이름과 직함은 물론 직장과 자택의 주소와 전화번호, 심지어 핸드폰과 팩스 번호까지 모두 기입해 제작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초대용, 사교용, 업무용 등 세 가지 종류의 명함을 만들어 상황에 따라 다른 종류의 명함을 사용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초대용은 성명만을 기입하고 여백에 초대 내용을 쓸 수 있는 명함이다. 만찬이나 결혼식 리셉션에 초대하기 위해서라면 초대용을 사용한다. 초대용 명함을 사용할 때에는 ‘내가 초대한다’라는 식의 1인칭이 아니라, ‘아무개가 초대한다’라는 식의 3인칭으로 한다.

사교용은 성명과 주소 그리고 전화번호를 기입한 명함이다. 일반적으로 필기체로 돼있다. 서로 아는 사이에 교제를 더욱 긴밀히 하기 위한 경우에 사용하는 명함이다.

업무용은 사교용 명함에 직장과 직위까지 기입한 명함으로 고딕체나 명조체를 쓴다. 이 명함은 사업상의 거래를 위해 사용한다.

서양 사람들은 개체가 중요한 개인주의 문화이고, 공과 사를 분명하게 구분하는데서 이런 차이가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아무 곳에서나 이러한 구분 없이 한 가지 명함, 즉 업무용만을 사용하면서 초면에 아무에게나 명함을 마구 내미는 모습을 보고 서양인들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명함은 그 사람의 얼굴과 같은 것이므로 사각형 순 백지에 깔끔하게 인쇄하는 게 좋다. 특히 서양에서는 둥글거나 금테를 두른 것 또는 색깔이 들어간 명함은 만들지 않는다. 조금씩 명함에 색깔이 들어가기 시작한 건 요즘 들어서다.

외국에 나가 서로 소개하거나 소개받는 경우 이름을 기억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명함을 건네면 매우 효과적이다. 또한 서양에서는 방문한 집의 주인이 부재중일 경우 자신의 명함 귀퉁이를 접어 현관에 놓고 오는 오랜 관습이 있다. 이 경우 이름의 왼쪽에 다음과 같은 약어를 소문자로 적어놓고 오는 것이 관례였다. 이것들은 물론 프랑스에서 유래되었으나 만국 공통으로 쓰이는 약어로 발전했다. 가령 ▲p.r : 감사합니다(remercier - to express thanks) ▲p.f : 축하합니다(féliciter - to express congratulation) ▲p.c : 조의를 표합니다(consoler - to offer sympathy) ▲p.p : 소개드립니다(présenter - to present) ▲p.p.c : 작별인사를 드립니다(prendre congé - to say good bye) ▲p.f.n.a : 근하신년(féliciter le nouvel an - Happy New Year) ▲p.p.n. : 쾌유를 빕니다(prendre la nouvelle - to inquire) 등이다.

삼성 사규에는 명함이 ‘삼성을 대표해 외부인사에게 자신과 기업을 인식시키고, 첫 이미지를 형성시키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라고 정의돼 있다. 명함은 비즈니스의 중요한 첫 단추다. 실제 명함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외국어 명함을 만들 때는 다음과 같은 주의 사항이 필요하다.

나라마다 직급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흔히 영문 명함을 만들 때, 부장은 ‘general Manager’로 부사장은 ‘Vice president(VP)’로 적는다. 그러나 미국 기업에서 ‘General Manager’는 부사장, 전무, 상무, 본부장 등에 해당한다. VP는 부사장이긴 하지만 한국 기업과 달리 인원수가 많고 그 안에도 Excutive VP, Senior VP 등 여러 등급이 있다. 따라서 그냥 VP라고만 쓰면, 외국인들은 사장에 버금가는 2인자라고 생각하지 못할 수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차장이 부장 아래뿐만 아니라 과장 아래에도 있는 경우가 많아 경리과 과장과 경리과 차장 가운데 차장이 높은 직급인줄 알고 더 중요하게 대접하는 결례를 범하곤 한다. 일본은 그래도 직급이 우리와 비슷하지만, 중국은 우리와 크게 다르다. 과거에는 사장에 해당하는 ‘총경리’와 부서장에 해당하는 ‘경리’ 외에는 별다른 직급이 없었다. 그래서 중국 진출 초기에 우리 상사원들이 사장을 경리과장으로 잘못 알고 실수를 범하였다고 한다. 중국의 ‘경리’는 간부급이다.

이름을 영어로 쓸 때는 발음과 뜻을 살펴서 지어야 한다. 서양인들은 명함을 받으면 대개 이름을 가장 먼저 본다. 그런데 속으로 웃음을 애써 참아야 하거나 발음이 안 돼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순범’이라는 이름을 ‘Soon Bum’이라고 쓰면, ‘Bum’에 ‘건달’이라는 뜻이 있어 ‘곧 건달이 된다’는 뜻을 연상한다. 이 때문에 국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대개 미국식 이름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이때도 조심해야 한다. 촌스럽거나 우스워서 놀림감이 되는 이름이 있다. 예를 들면 여성이 스텔라(Stella)라고 쓰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떠올라 좋지 않고, 남성이 딕(Dick)이라고 쓰면 남성의 특정부위를 지칭하는 비어로 들려 좋지 않다.

끝으로 최근에는 명함에 e메일 주소를 기입하는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써야 한다. 지나치게 장난스럽거나 영어로 이상한 뉘앙스를 풍기는 e메일 주소는 피하는 것이 좋다. 이메일 주소는 이름 머리글자와 성을 조합해서 만드는 것이 비즈니스 매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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