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공보실에서 무인항공촬영으로 담은 세종호수공원 영상 |
세종시가 2012년 7월 출범하기 1년 전, 세종시 건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였지만 옛 연기군의 조치원읍에서 거주하기 시작한 나로서는 생업에 대한 기본적인 노력과 별도로 내가 보금자리로 삼고 있는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싶은 욕구가 매우 크게 느껴졌었다.
이후 틈이 나는 대로 발품을 팔아가며 꾸준히 옛 연기군 지역을 두루 살펴봐왔다. 하지만 그런 지식과 체험을 깊이 있게 얻어내기에는 옛 연기군 그리고 지금의 세종시는 여전히 낯선 지역이다. 토착민들이 주로 이야기하듯 나는 한 마디로 ‘외지인’으로서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시점을 나타내는 2013년 7월은 세종시가 출범한 지 꼭 1년째 되는 달이다. 여기저기서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들이 개최됐다. 그중에 관 주도 행사가 아닌 기념행사로서 한국YMCA세종센터와 경향신문사가 공동주관한 <세종시민포럼>(7.11)이라는 토론회는 시민의 시각에서 세종시의 짧은 역사를 압축적으로 이해해볼 수 있게 하는 뜻깊은 기회였다.
‘세종시 출범 1주년, 의의와 시민사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단국대 조명래 교수가 발제를 했고 윤희일 경향신문 기자의 사회로 조수창(세종시 균형발전담당관), 임비호(푸른세종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임동천(세종민예총 지회장), 이상점(한국YMCA세종센터 사무총장) 등 세종시 주요 단체의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의 열기를 더했다.
조 교수의 발제는 시민이 실질적 주축이 되는 자치정치가 세종시의 미래를 밝게 만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현재 거주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10년, 20년을 거치며 새롭게 거주하게 될 미래의 수많은 주민들에 대한 폭넓은 배려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특기할 만하다.
이 포럼에 대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자. 자세한 사항은 경향신문 7월12일자를 살펴보거나 한국YMCA세종센터(044-862-7891~2)에 자료를 요청하면 될 것이다. 토론회에 집중하면서도 자칭 영화광인 나의 관심은 한편으로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세종시민포럼> 주최 측에서 포럼 개회식에서 보여준 ‘세종시가 걸어온 길’이라는 영상이 그것이다. 이 영상은 주최 측에서 실제로 제작한 것은 아니지만 세종시 출범에 이르기까지 지역주민들이 견인해온 다사다난했던 지난날을 회고할 수 있게 해주었다.
‘외지인’으로서의 나는 영상 속에 나열되는 수많은 사진 속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세종시가 날벼락처럼 만들어져가는 게 아니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영상은 오직 사진만을 자료로 삼고 있으며 영상 말미에는 부록처럼 세종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소개돼있다.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세종시민들에게 좀 더 뜻 깊은, 다각적인 영상자료를 풍성하게 담아놓은, 본격적인 세종시 기록영상물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졌다.
수도 이전이라는 국가적인 현안에서부터 ‘행정수도’라는 우여곡절이 담긴 위상에 이르기까지 숱한 고난을 겪으며 태동한 세종시는 아마도 한국현대사에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역사적인 도시 건설의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그런데 이 과정을 고스란히 담아줄 영상기록물은 도대체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관리되고 있을까?
세종시 출범 1주년 기념 세종시민포럼 참석자들이 '세종시가 걸어온 길'이라는 영상을 관람하고 있다. |
세종시에 살면서 그저 거주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그 생활체험에 머물면서 바로 눈앞에서 전개되는 이 역사적인 장면들을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채 흘려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다.
혹시나 하며 유튜브에 ‘세종시’라는 검색어로 영상물들을 살펴보니 세종시 공보실에서 제작한 무인항공촬영 영상물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여전히 ‘외지인’인 나는 적이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종시 건설은 제대로 된 기술로 만들어진 영상기록으로 새겨질 필요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정말로 날벼락 같이 만들어진 세종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