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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궁동으로 ‘잠깐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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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궁동으로 ‘잠깐 세계여행’
  • 이충건
  • 승인 2016.05.26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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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이태원에서 다문화(多文化)를 배우다

대전 유성구 궁동에서의 ‘1박2일’은 생소했다. 짜릿하고 이색적이었다. 언제부턴지 이곳에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며 술집이 하나 둘씩 생겨났다. 충남대와 카이스트에 외국 유학생들이 몰려든 탓이다. 궁동 거리에는 유달리 그런 공간이 밀집돼 있다. 자연스럽게 외국인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이 공간들은 철저하게 자생적이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서로 정담을 나누고, 문화를 공유하는 거리다.

오밀조밀하게 외국인 커뮤니티가 모여 있는 곳은 충남대 농대 방향 왼편에 자리한 이른바 ‘산타클로스’ 골목. ‘산타클로스’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원조 사랑방’이다. 록(Rock)음악 애호가인 호국환 사장이 1993년 문을 연 레스토랑 겸 펍(Pub)이다. 이 골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것. 식당에 가서도 한국어 주문은 통하지 않는다. 이렇게 전혀 한국적이지 않은 분위기 속에 있다 거리로 나오면 생뚱맞기까지 하다. 잠시 외국에 있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골목 안쪽으로 인도정통음식점 ‘타지마할(TAJ MAHAL)’이 있다. 서비스부터 요리사까지 모두 인도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기초상식이 없었던 터라 런치메뉴를 주문했다. 농도가 짙은 토마토수프와 탄두리치킨, 인도 빵 난(Naan), 강한 향이 나는 두 종류의 인도 카레가 나왔다. 차가운 요구르트 음료인 라씨(Lassi)까지 맛볼 수 있었다. 서구 둔산동과 유성구 관평동 등에도 인도음식점이 있지만 이곳이 2배 정도 저렴하다.

산타클로스 골목에서 카이스트 방향으로 건너편 유성구 어은동 106-6번지에는 대전이슬람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압둘 라흐만(Abdul Rahman)과 에마드 우딘(Emad Uddin)을 그 건물의 지하에서 만났다. 가나 출신의 라흐만은 충남대(전자전파정보통신공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대전이슬람센터를 이끄는 회장이다. 카이스트 이슬람커뮤니티 회장인 우딘은 기계공학 박사과정 학생이다.

이슬람센터는 2006년 궁동에 문을 열었다가 지난해 12월 이곳으로 이사했다. 이슬람권 유학생들이 크게 증가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센터를 찾는 유학생은 카이스트, 충남대, 유에스티(한국과학기술원대학교) 등 모두 200여 명이나 된다. 이중 카이스트 학생이 150여명으로 가장 많다. 가장 큰 예배가 열리는 날은 매주 금요일 낮 12시50분부터 1시30분까지다. 라흐만은 "대화하고 설명할 기회가 없으니까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정보만 가지고 이슬람을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며 "남을 이해하려면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저녁은 다시 산타클로스 골목 안쪽 2층에 위치한 ‘알리바바 트레저(Ali-Baba's Treasure)에서 해결했다. 이 집의 요리사는 튀니지 출신이다. 중동 식에 가까운 마케도니아 샐러드와 램(Lamb)스테이크를 주문해봤다. 바싹 구운 양 갈비에 불면 날아갈듯 한 노란 빛깔의 사프란(Saffron) 라이스, 감자튀김이 곁들여 나왔다.

저녁식사 후에는 바로 앞 쪽의 ‘더시샤햐우스(The Shisha House)’에서 맥주 한 잔을 했다. ‘산타클로스’의 단골이었던 벨기에인 프레드(Frdric)와 그의 아내 백지연 씨가 2007년 창업한 펍이다. 가게 이름처럼 시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시샤는 500여 년 전 인도에서 이집트 등으로 전파돼 지금은 전 세계로 확산된 물 담배다. 연기를 물에 여과해 독하지 않은 독특한 향을 즐길 수 있는 게 가장 큰 특징. 향료의 원료는 사과, 딸기, 살구, 민트 등 다양한 과일이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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