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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나라인가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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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아프가니스탄은 어떤 나라인가 (상)
  • 이계홍
  • 승인 2021.08.31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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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아프간 사태를 돌아보고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자
아프가니스탄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중앙아시아에는 파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키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아프간) 등 <스탄>이란 나라가 있다. <스탄>은 페르시아(이란)어로 나라(land)를 뜻한다.

아프간의 미군 철수와 탈레반의 정권 탈환이 연일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400명 가까운 아프간 난민(대한민국 협력자 가족)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아프간은 척박한 산악국가다. 면적은 남북한의 3,3배, 남한만으로 국한했을 때 약 6.6배의 땅을 갖고 있고, 인구는 약 4000만명이다. 결코 작은 나라가 아니다. 대부분 이슬람(수니파)을 믿으며, 다민족 국가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열강이 식민지배를 통해 국경선을 편의적으로 그어놓아서 같은 종족이 헤어져 살고, 적대적인 종족이 함께 사는 형국이 되었다. 거기다 고개 하나 넘으면 다른 부족이 살고, 먹고 살 것이 부족하므로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부족간에 싸운다. 그래서 호전적인 기질을 갖고 있다.

이렇게 본래 호전적인데 1800년대 말 인도를 식민지화한 영국이 러시아의 남침을 막는다는 구실로 아프간을 침공해 장악하면서 그들 편리하게 국경선을 그었다. 그중 아프간 동쪽의 국경선이 창자처럼 길고 가느다랗게 뻗어있는 것도 있는데, 이는 러시아의 남진을 막기 위해 기형적으로 국경선을 그어놓았기 때문이다.

외세의 침략을 받으니 아프간 국민들은 영국군과 싸웠다. 맥없이 무너져버린 일제의 조선 강점과는 크게 다르다. 아프간 인민은 긴 싸움 끝에 영국군을 물리쳤다. 그런데 남진 정책을 쓰던 러시아가 전쟁으로 기진맥진해진 아프간을 침공했다. 러시아의 남진 정책 중 하나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프간이 러시아를 대상으로 싸웠다. 결국 러시아도 독특한 아프간 산악전을 당해내지 못하고 물러났다.

아프간의 큰 부족 중 하나인 탈레반이 소련을 물리친 여세로 독립 아프간을 건설해 통치했다. 그런데 2001년 뉴욕에서 9.11 테러 사태가 났다. 주범은 오사마 빈 라덴이었다. 빈 라덴은 아프간-러시아 전쟁 시 알카에다를 결성해 대러시아전을 치른 전쟁영웅이었다. 빈 라덴은 미국이 중동의 평화를 파괴한다는 명분으로 미국에 대항한 중동 테러집단의 지도자 중 한사람이었다. 미국은 숨겨준 탈레반 정부를 향해 빈 라덴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미군 

탈레반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묵살하자 미국은 아프간을 침공했다. 그리고 탈레반 정부를 전복시키고 친미 정부를 수립했다. 탈레반은 원래 외세 개입으로 시작된 내란의 고통을 멈추고자 "진실을 찾는 학생들(탈레반)"이라는 조직을 1980년대 말 결성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시민들, 군벌들을 만나 설득하여 단시간에 정권을 잡은 정치세력(부족)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탈레반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친미 정부가 문제였다. 미국의 막대한 원조금을 국가재건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데 유용하고, 부패하고 타락한데다, 무기도 탈레반에게 털렸다. 빼앗긴 것인지, 넘긴 것인지 모를 정도였다.

아프간 국민은 기질적으로 외세를 거부했다. 100년 이상 외세와 지겨운 전쟁을 치른 결과, 아프간 국민이든 군인이든 근본적으로 반외세였다. 이런 나라에 미국이 막대한 돈을 투하했지만 시루에 물붓기가 되었다.

미국이 아프간을 전략적으로 점령할 수 없는 조건은 또 있었다. 주로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탈레반 반군이 솜이불에 이 박히듯 산악지대에 숨어버리면 아무리 공중에서 폭탄을 퍼부어도 바윗돌만 몇 개 부수는 정도에 그치고 말았다.

파키스탄 북부에서 아프간 중부로 이어지는 산맥은 해발 고도 7000m가 넘는 산이 1000km에 걸쳐 이어져 있다. 1000km라면 제주도에서 신의주까지의 거리다. 영국이나 소련이나 미국이 이런 거대한 바위 산맥과 싸우는 꼴이었으니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에 앞서 16세기 몽골군도 패퇴하고 돌아갔다.

미국이 전술적으로 아프간전쟁에 실패한 것은 또 과학 현대전이 무용지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산악지형이라서 통신 하나가 작동되지 않으니 현대 전자전 대신 재래식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재래전을 치르기 위해 산악에 들어가야 하는데, 산악지대를 동물 드나들 듯하는 탈레반 반군을 때려잡기 전에 미군이 먼저 골로 가게된다. 그래서 공중폭격만 감행하는데 계란으로 바위치기일 뿐이다. 이렇게 첨단무기가 쓸모 없는 전쟁이니 패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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