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의 詩골마실 27편] 물러가는 봄날의 단상, 밭둑을 덮은 보랏빛 물결
-존재-
무릎 꿇어도 너를 바라볼 수 없다
엎드려 네 얼굴과 마주한다
비로소 너와 내가 하나가 된다
나를 닮은 꽃
존재만으로도 행복하다.
[작품 노트]
소리 내지 않고 물러가는 봄날, 밭둑을 보랏빛 물결이 밀물처럼 덮었다.
크기가 작고 보잘것없어도 균형 잡힌 다섯 장 꽃잎에 마음을 빼앗겼다. 정강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꽃의 이름은 꽃마리.
'꽃차례가 말린다'하여 꽃말이가 되었고, 사연 담은 꽃말도 없다. 오히려 그래서 넉넉한 여유가 있다.
태엽처럼 풀리는 꽃대가 마치 시간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듯하다. 꽃 지지 않게 엄지손톱 안에 담아 너를 보고 싶다. 여유가 필요한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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