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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꿈나무로 키우려면 경제 민주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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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꿈나무로 키우려면 경제 민주화가 절실하다
  •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01.0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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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불안감이 지배한 18대 대선… ‘민생’ 마케팅으로 승리한 박근혜
18대 대선이 끝나고 한국 사회는 맘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집단과 집단 우울증에 빠진 두 집단으로 분열되었다. 그 와중에 5명의 사람들이 절망감과 좌절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다. 2012년의 절망이 10일 만에 2013년이라고 당장 희망으로 바뀌진 않을 것이다. 아무리 못해도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보다야 낫지 않겠냐는 자조 섞인 기대도 있지만 말이다.
그러나 기대와 희망은 다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되어 있다. 실천적으로 아무 것도 않고 기대만 하면 분명히 실망한다. 그러나 희망이란, 절망 속에서도 뭔가 새롭게 만들려는 실천적 의지가 있다면 아래로부터 만들어질 수 있다. 참여와 실천이 있는 한 희망도 꺼지지 않는다. 올바른 참여와 실천을 하려면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의 현실이란 무엇인가? 18대 대선을 지배한 것은 우리의 불안 심리였다. 그 중에서도 먹고사는 데 대한 불안감, 이것이 핵심이다. 박근혜 후보는 바로 이것을 ‘민생’이라는 개념으로 마케팅을 잘 해냈다. 그래서 최고의 매출을 올렸다. 그리고 승리했다.

생계 불안감 일시적 구호로 극복못해… 자본주의 시스템 건드려야 민생 해결
그러나 우리가 산 상품이 과연 민생을 제대로 해결할지는 의문이다. 마치 웰빙/힐링 상품을 구매하고도 진정한 웰빙/힐링을 바라는 우리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하는 바람에 실망했던 것처럼. 먹고사는 데 대한 불안감, 생계와 생존의 불안감, 이것은 결코 정치가의 일시적인 구호로 극복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무한 경쟁과 무한 이윤이라는 두 수레바퀴, 또한 노동중독과 소비중독이라는 또 다른 수레바퀴로 굴러가는 이 자본주의 사회경제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은 채 진정한 민생은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최대의 한파가 몰아닥치는 지금도 전국 곳곳에는 천막 농성이나 고공 농성 중인 사람들이 많다. 핵 발전 전기를 도시로 보내고자 한전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고압 송전탑 건설을 막고자 힘겹게 나선 밀양의 어르신들, 대법원에서 두 차례나 불법으로 판정된 사내하청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복직시키지 않으려는 현대차 자본에 맞선 최병승, 천의봉, 심야 노동을 없애고 인간답게 살자며 약속을 어긴 회사에 맞서 투쟁하다 해고된 홍종인 유성 기업 지회장, 그리고 쌍용차 국정조사와 정리해고 철회,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는 문기주, 복기성, 한상균 등 고공 철탑 노동자들, 그리고 최근엔 서울의 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에서 정년 축소로 부당 해고를 당했다며 굴뚝 농성에 들어갔던 경비 노동자들….
어디 이뿐이랴, 이미 수년 동안 부당 해고 철회 투쟁, 노조 파괴 중단 투쟁을 하고 있는 재능교육 노동자, 기륭전자 노동자, 콜트콜텍 노동자, 보쉬 전장 노동자, 콘티넨탈 노동자 등등 숱한 투쟁들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한다. 설사 이들이 처한 상황이 당장 나의 문제는 아닐지라도 그런 상황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 모두에게 닥칠 수 있는 한파 내지 쓰나미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후세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부자들만 잘 사는 세상 벗어나려면 고교·대학·직업평등화 삼위일체 절실
나는 우리 후세들이, 유치원부터 초중등을 거쳐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모두 자기만의 꿈을 이루며 살기를 바란다. 이런 바람은 어느 부모나 다 가질 것이다. 그러나 자기만의 꿈을 꾸고 그것을 실제로도 이루기 위해선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대로 할 수 있고, 나아가 그 공부를 바탕으로 실력을 키워 사회에 나왔을 때 꿈을 이룰 수 있는 일자리가 풍부해야 하고, 어떤 일자리에서 일을 하건 별 다른 차별 의식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골고루 대접받는 세상이어야 한다.
요약하자면 고교평등화, 대학평등화, 직업평등화가 삼위일체로 이뤄져야 한다. 만일 이렇게만 된다면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기만의 꿈을 키울 것이다. 자기 꿈을 바탕으로 진학도 하고 취업도 하게 될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상처받지 않고 자부심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당장에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없더라도 제1차 5개년 계획, 제2차, 제3차 5개년 계획이라도 세워가며 단계적으로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부자들만 잘 사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처럼 대학이나 기업이 소수의 기득권 집단을 중심으로 피라미드처럼 수직 계열화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 새로운 모양은 더 이상 피라미드 모양이 아니라 모두가 둘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며 밥을 먹는 둥그런 원탁 모양이 되어야 한다. 힘센 상부가 약한 하부를 차별하고 착취하는 구조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더불어 사는 세상이요, 생존에의 불안감이 없는 세상, 경제 민주화가 이뤄진 세상이다.

돈과 권력에 중독되지 않으려는 모든 시도가 경제민주화 앞당길 수 있어
그러기 위해서는 기득권층은 기득권층대로 자신의 기득권이 아래쪽의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 위에 건설된 것임을 깨닫고 기득권에 대한 ‘향유 중독’을 털어내야 한다. 비 기득권층은 더 이상 기득권층이 누리는 기득권을 추종하려는 ‘동경 중독’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도와가며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면서 원탁 모양의 새로운 사회 구조를 토론하고 만들어야 한다. 진정으로 자유롭고 평등하며 정의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면서 인간다운 세상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운동이 개인적으로 끝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마을에서 지역에서 풀뿌리에서 들불처럼 솟아야 한다. 수많은 풀뿌리 모임들이 생성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사회를 꿈꾸고 토론하고 실험해야 한다. 협동조합도 좋고 자주관리도 좋다. 대안화폐도 좋고 대안교육도 좋다. 인문학 모임도 좋고 학부모 모임도 좋다. 돈과 권력에 중독되지 않으려는 모든 시도들, 풀뿌리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모든 시도들이 다 소중하다. 진정으로 아이들이 꿈을 꾸며 자랄 수 있는 행복한 세상, 이것은 결코 경제 민주화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경제 민주화가 절실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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