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우마 서먼
>>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피칠갑에 잔인살벌한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 <킬 빌>은 1990년초 B급영화의 감각을 업그레이드하며 등장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3년 회심작이다. 주인공은 젓가락처럼 가늘지만 보통보다 훨씬 더 큰 키에서 동작의 곡선이 시원시원하게 뻗어나오는 여배우 우마 서먼.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보여줬던 노란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어떤 적수도 단칼에 제압해버릴 것만 같은 파워풀한 액션을 펼친다.
영화 첫화면으로 돌아가보자. 결혼식장에 느닷없이 찾아들어 신랑신부와 하객들을 무참히 살육한 이들은 데들리 바이퍼라는 암살전문 킬러조직. 이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여성킬러는 이 결혼식장에서 평범한 미래를 꿈꾸던 신부였다. 킬러들은 그녀의 변심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리에 총을 맞고도 운명의 힘으로 되살아난 왕년의 ‘검은 살모사’. 그녀의 복수는 저승사자의 손길보다 과격하고 냉혹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인형의 집 격투 장면은 그녀의 회복과 귀환이 어떤 모습인지 잘 드러내 보여준다.
보통 영화 속에 나타나는 여성 캐릭터들은 어떤가? 이리 봐도 아름답게, 저리봐도 아름답게, 아름다움의 현신인 양 여배우들은 단상 높은 곳 위에 올려놓여진다. 때로는 추앙의 시선으로 때로는 매혹과 관능의 시선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심지어 시대와 욕망에 의해 파멸되어가는 파괴미를 음험하게 드러내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남성보다도 훨씬 더 마초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살기가 번득이는 눈매를 치켜든 여성 캐릭터를 상상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킬 빌> 이전에 타란티노 감독의 다른 영화 <펄프 픽션>(1994)에서 우마 서먼의 10년전 모습을 곁들여보면 좋을 것같다. <킬 빌>에 비하면 얌전하지만 그렇다고 조신하지도 않은, 어처구니없는 마약중독자 역도 그녀에게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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