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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심 품고 칼을 빼든 여자를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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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심 품고 칼을 빼든 여자를 조심하세요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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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우마 서먼

>>고전, 여배우를 탐닉하다

인형의 집처럼 아담하고 예쁜 가정주택 앞에 이상하게 생긴 자동차 한 대가 멈춰선다. 아이를 기다리며 집안일을 보던 주부가 벨소리를 듣고 문을 연다. 브라운 가죽재킷을 걸친, 금발에 호리호리한, 키 큰 여성의 얼굴이 나타난다. 문안의 여성과 문밖의 여성은 서로 상대가 누구인지 한순간에 알아본다. 그 다음 장면은 어떻게 전개될까?

각자 가지고 있던 단도를 치켜들고 필살의 전법으로 격투를 벌인다. 너무나 평화로워 지루해보이기조차 했던 실내가 갑자기 칼을 휘두르며 뒤엉키는 두 명의 검객에 아수라장이 된다.
피칠갑에 잔인살벌한 폭력이 난무하는 이 영화 <킬 빌>은 1990년초 B급영화의 감각을 업그레이드하며 등장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2003년 회심작이다. 주인공은 젓가락처럼 가늘지만 보통보다 훨씬 더 큰 키에서 동작의 곡선이 시원시원하게 뻗어나오는 여배우 우마 서먼. 이소룡이 <사망유희>에서 보여줬던 노란 트레이닝복을 걸치고 어떤 적수도 단칼에 제압해버릴 것만 같은 파워풀한 액션을 펼친다.

영화 첫화면으로 돌아가보자. 결혼식장에 느닷없이 찾아들어 신랑신부와 하객들을 무참히 살육한 이들은 데들리 바이퍼라는 암살전문 킬러조직. 이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여성킬러는 이 결혼식장에서 평범한 미래를 꿈꾸던 신부였다. 킬러들은 그녀의 변심을 용납할 수 없었다. 하지만 머리에 총을 맞고도 운명의 힘으로 되살아난 왕년의 ‘검은 살모사’. 그녀의 복수는 저승사자의 손길보다 과격하고 냉혹하게 전개되기 시작했다. 인형의 집 격투 장면은 그녀의 회복과 귀환이 어떤 모습인지 잘 드러내 보여준다.

보통 영화 속에 나타나는 여성 캐릭터들은 어떤가? 이리 봐도 아름답게, 저리봐도 아름답게, 아름다움의 현신인 양 여배우들은 단상 높은 곳 위에 올려놓여진다. 때로는 추앙의 시선으로 때로는 매혹과 관능의 시선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심지어 시대와 욕망에 의해 파멸되어가는 파괴미를 음험하게 드러내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남성보다도 훨씬 더 마초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면서 살기가 번득이는 눈매를 치켜든 여성 캐릭터를 상상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다.

날카롭게 깨져나간 유리창조각들, 칼과 둔기로 찢겨진 옷과 살갗에는 자신의 피와 상대의 피가 덕지덕지 배어있다. 이리저리 난자당한 흔적이 있는 얼굴로 땀을 뻘뻘 흘리며 상대의 권법을 알아채 역공을 가하는 노란색 여성킬러의 피곤한 복수는 경쾌한 액션의 쾌감과 함께 다른 한편으로 왜 그녀가 자신의 폭력세계를 떠나려고 했는지를 잘 알려준다. 하지만 그녀는 조직의 두목 빌을 잡아죽이지 않고는 직성이 풀리지 않을 기세다.
<킬 빌> 이전에 타란티노 감독의 다른 영화 <펄프 픽션>(1994)에서 우마 서먼의 10년전 모습을 곁들여보면 좋을 것같다. <킬 빌>에 비하면 얌전하지만 그렇다고 조신하지도 않은, 어처구니없는 마약중독자 역도 그녀에게는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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