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갈길 먼 '양성평등' 문화, 세종시 어디에 와있나
상태바
갈길 먼 '양성평등' 문화, 세종시 어디에 와있나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1.01.28 1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불거진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의 당내 성추행 사건... 지역내 성평등 문제 환기
여가부 21일 2019년 국가성평등지수 발표... 전국 17개 도시 중 세종시만 지표 제외
갈 길 먼 미래, 2021년 전환점 올 지 주목
손을 잡은 남자와 여자가 '평화'를 상징하는 기호를 에워싸고 있다. ⓒPixabay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최근 불거진 정의당 김종철 대표의 성추행 사건은 지역 사회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성평등 이슈에 가장 민감한 대응과 개선을 외치던 정의당 내부에서 곪은 염증을 실제로 마주한 시민들 역시 당혹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당의 이념과 현실의 괴리감 때문이다.   

장혜영 국회의원의 용기있는 고백과 발빠른 공론화, 그리고 대처는 이전 정치권에선 찾기 힘들뿐더러 책임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비교적 명쾌한 대응 과정에 대한 긍정 여론과 함께 장 의원을 향한 시민들의 연대가 맞물려 지지 표명도 나오고 있는 실정.  

다만 '내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이란 점에서 정의당 전체를 비롯한 진보 성향의 정당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당내 성문제에 대한 자정의 계기로 자리잡을 수도 있으나, 회복 차원에선 뼈를 깎는 '쇄신'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을 정치인 또는 해당 직업군 자체로 바라보지 못하고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각. 그 시각 자체에서 문제는 시작된다.

이는 현 시대가 요구하는 '양성평등'에서 한발짝 물러난 시각이며, 성에 고립된 편향된 시각이 같은 문제를 지속 야기시켜왔다.  

'김종철 대표 사례'는 정치권을 비롯한 지역사회에도 '성평등'의 진정한 의미를 환기하고 있다.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의 판이 확 바뀌어야만 바로 설 수 있다는 점도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부분이다.  

과거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문' 사건이 시사하듯, 젠더 감수성이 높다 표명했던 남성 정치인들의 목소리에도 '진정성'이 있는지 돌이켜봐야할 때가 됐다.  

시대가 부르는 이념, '양성평등'.

그 안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여성억압'과 '성문제'. 우리나라 성평등 지수는 어디쯤에 와있으며 또한 세종시는 어디에서 헤매고 있을지 짚어봤다. 

우리나라 국가성평등지수 연도별 추이 ⓒ여성가족부

한국의 성평등 지수는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세종은? 


최근 여성가족부는 '2019년 기준 국가성평등지수 및 지역성평등지수'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2019년 국가성평등지수는 전년보다 0.5점 오른 73.6점, 지역성평등지수 또한 매년 동반 상승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부 지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육아휴직 성비(5.2점↑)와 정부위원회 위촉직 위원 성비(3.3점↑), 4급 이상 공무원 성비(3.2점↑) 등 대부분 지표가 전년 대비 대폭 상승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중 성평등지수가 높은 지역은 △광주 △대전 △부산 △제주로 나타났고, 중상위 지역에는 △경기 △대구 △서울 △충북이 포함됐다. 중하위 지역은 △강원 △울산 △인천 △전북, 하위 지역은 △경남 △경북 △전남 △충남으로 확인됐다.  

다만 세종시는 이번 지역 성평등 지수 발표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출범 초기 각종 사회지표 통계가 보완되고 있는 흐름과 역행하는 모습이자 정책의 관심도에서 멀어진 현주소를 노출했다. 

출범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세종시. 여성친화도시 캐치프레이즈를 전면에 내걸고 있으나, '양성평등'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멀게만 보인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9년 지역성평등지수'. 전국 17개 시·도를 상대로 조사된 지수이나 세종시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다. 

◎ 직접 확인해본 세종시 '양성평등' 현주소, 데이터 조차 부실


필자는 여성가족부에 직접 전화 연결을 통해 "세종시 데이터가 빠져 있는 이유"를 물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역 성평등 지수는 통계청과 산업통상자원부 등 각 부처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27개 지표가 점수별로 매겨진다. 세종시의 경우 27개 지표 중에 2014년도부터 자료가 들어간 것이 있고 전혀 매겨지지 않은 데이터도 많다"며 "매년 발표되는 성평등 지수에 세종시는 언제부터 들어가야 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여가부는 이어 통계자료를 직접 조사한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에게 자세한 문의를 제안했다.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관계자는 "세종시를 포함한 데이터를 측정하려고 했는데 문제가 있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와 5년 전과 비교한 데이터를 측정해야 하는데 세종시는 신생도시로, 세종시를 조사하려면 현재 값만 나오게 된다"며 "이 부분으로 여가부와 논의를 했으며, 통계를 넣은 전체 보고서 부표에 세종시가 약간 포함되어 있다. 내년 발표에는 꼭 들어갈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이 제공한 전체 통계 보고서를 보니, 2016년부터 각 지표의 일부만 통계조사로 들어가 있었다.

△경제활동참가율 △성별 임금격차 △광역의회의원 △5급이상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지방자치단체 위원회 위원 성비 △공적연금 가입자 △전반적인 사회안전 인식 등이다. 

이밖에 △기초의회 의원 △강력범죄 피해자 △취업여부별 가사시간 △여가시간 남녀 추이 등에 대해선 조사는 전무했다.

전반적인 사회안전에 대한 남녀의 인식 차이 ⓒ한국여성정책 연구원

조사된 세종시 데이터 중에서 눈에 띄는 지표가 있었다. '전반적인 사회안전에 대한 지역 남녀 인식의 차이' 지표다.

이 지표에서 2019년 기준 세종시 남성은 48.7%가 '안전하다' 답변한 반면, 세종시 여성은 '34.6%가 안전하다고 답변했다. 이는 세종시 여성의 65%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역설한다.

그리고 남녀간 답변 격차는 14.1%로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지수를 보였다. 더욱이 이격률은 16년(5.1%), 18년(5.9%)보다 계속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세종시 여성가족과 담당 부서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는 지 궁금했다. 

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사실 여가부가 발표하는 지표에 세종시의 포함 유무에 대해선 잘 몰랐다. 여가부와 논의해 내년부터 지표에 세종시가 포함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어 "세종시 양성평등 관련 사업은 경력단절 여성이라던가 양성평등 관련 시설 설치, 운영에 대한 부분들이 주류를 이룬다. 관련 예산은 양성평등 기금 10억원에 대한 이자 1400만원이 전부"라며 "기금이 많지 않아 센터 설치는 어렵지만, 경력단절 여성들의 사회참여 사업 등을 위주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두드러진 성과는 여성친화 공공시설 가이드라인 작성에 있다. 이는 복컴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친화도시 캐치프레이즈의 지향점에 대해서도 물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이를 위해 여성친화사업 1단계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 사업은 2016년 12월부터 5년동안 시행됐다"며 "1단계는 여성친화도시 진입 단계라고 불리고 있으며 2단계는 발전단계, 즉 성장단계다. 올해 2단계에 들어서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단계(발전) 조성계획 수립 연구용역 제안서 평가위원 모집 공고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1단계 과정에 놓인 지난해에는 국비와 시비 포함 약 350억원이 집행됐다.

주요 사업은 전체 59개 과제 중 △국·공립어린이집 확충(49억원)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취업 창업 프로그램(7700만원) △스마트시티 기술 활용 시민안전 사업(19억 8천만원) △공동육아나눔터 조성(1억 5800만원) 13개소 조성 등으로 요약된다.  

2단계는 여가부의 심사 인증을 통과해야만 진행 가능한 점에서 실행 여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정의당 사건을 계기로 되돌아본 세종시의 양성평등 현주소. 이 과정에서 상세한 지표도, 예산도 부족한 현실을 목도했다.

세종시가 올해 명실상부한 '양성평등 도시, 여성친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