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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수목원 ‘성급한 유료화 전환’,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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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수목원 ‘성급한 유료화 전환’, 이대로 괜찮나?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2.31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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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개원한 경북 백두대간수목원 '8개월 무료'와 다른 양상
국책사업 숱한 지연, 올해는 코로나로 개장 연기 반복... 연착륙 안되나?
지난 10월 17일 임시 개원 후 제한적 입장... 2개월 만에 유료화 전환
정부의 2017년 개장 약속, 3년을 기다린 세종시민들은 '억울하다'
광활한 65ha 면적, 교통수단 '트램과 자전거'도 없이 이동 제한 한계 뚜렷
오는 2021년 1월 2일 유료화로 전환되는 국립세종수목원. (제공=수목원)

2008년 행복도시건설청과 산림청간 양해각서 체결로 본격화한 ‘국립세종수목원 건립’. 

당초 정부의 약속은 2017년 5월 개장이었으나, 사회간접자본(SOC) 축소 분위기를 따라 연기에 연기를 거듭했다. 산림청은 2019년까지 개장을 앞당기려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고, 결국 2020년 5월 임시 개장을 예고해왔다. 

올 들어 코로나19 변수 탓인지 개장 시기는 또 다시 지연됐다.

3년여간의 기다림은 지난 10월 17일 임시 개장으로 결실을 맺었다. 개장은 했으나 장벽은 여전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지침상 제한된 입장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다가왔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문제는 ‘유료화 시기’다. 당초 지역 사회에선 ▲2020년 5월 임시 개장 후 무료 운영 ▲2021년 4월경 정식 개장 후 유료화로 인지됐던 게 사실.  

앞서 지난 2016년 9월 임시 개장한 경북 봉화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도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2017년 정식 개원 시점까지 약 8개월간 무료 관람을 허용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달랐다. 지난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1년 1월 2일’ 유료화 전환을 공식화했다. 시민사회 일각에서 볼멘소리가 들려오는 배경이다. 

입장 수요가 확연히 줄어드는 겨울 시점인데다 아직까지 수목원이 정식 개장 수준의 외형과 내실을 갖추지 못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의 기다림 끝에 무료 이용이란 ‘연착륙 체감 시간’이 너무 짧았다. 코로나19 탓에 움직임에 제약도 뒤따랐다. 사전 예약제와 입장 인원 제한으로 여전히 ‘사계절 전시온실’의 문턱을 넘지 못한 시민들도 너무나 많다. 

'2021년 꽃이 만개하는 봄날까지 조금의 시간을 더 줬으면 어떻겠냐'는 바람이 억지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국립세종수목원 온실정원 예매 사이트. 전량 마감돼 시민들의 예약이 불가능한 상태다. (발췌=네이버)

실제 사계절 전시온실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버린 터다. 약속했던 ‘트램’ 서비스도 되지 않아 65ha에 달하는 면적에 대한 관람도 제한적인 상태다

중앙공원과 호수공원처럼 ‘공공자전거나 전동 킥보드’도 허용되지 않아 온통 도보로만 이동해야 한다. 아이와 노약자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이용에 한계가 분명한 상황이다. 

시민 A 씨는 “코로나19로 지쳐 수목원으로 힐링하러 가고 싶은데, 도무지 온실정원 예약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며 “도대체 가는 사람이 있긴 하냐?”고 반문했다.

단순히 세종시민을 떠나 전 국민의 수목원인 만큼, 아직 이곳을 밟지 못한 이들에게도 잠시의 시간을 둘 필요성도 제기된다. 그래야 신도시 세종시를 대내‧외에 더욱 알리고, 그 토대가 미래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로 선순환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급한 유료화가 외부 시민들의 방문을 망설이게 하는 배경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종시민들만 50% 할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당초 ‘정식 개원일’에 맞춰 유료화를 발표하기로 했으나, 2021년 1월 2일이 정식 개원일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수목원이 지난 30일 공표한 요금체계를 보면,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으로 책정됐다. 만 6세 이하, 만 65세 이상, 장애인, 국가유공자,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 등은 무료다. 

세종시민 입장료 50% 할인과 연간 회원권은 1인당 3만원(가족인 경우 추가 1명당 1만원)으로 발표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유료화까지 약 8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뒀다. 사진은 2016년 임시 개장한 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입장료 (발췌=국립 백두대간 수목원)

앞서 오래된 국립수목원과 동일한 조건이다. 차이는 사계절 전시온실을 예약하지 못한 방문객에는 50% 할인 혜택을 한시적으로 제공하는데 있다.  

수목원 관계자는 “정식 개원일과 관련해서든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며 “유료화를 통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와 관련해 시민 B 씨는 “정식 개원은 아니면서 유료화만 진행하는 거냐?”며 “시민들도 코로나19로 맘 편히 돌아보지 못하는 상황은 왜 반영이 안 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국립세종수목원은 유료화 전환 배경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수목원 관계자는 “수목원 소속기관인 기획재정부와 산림청 논의 결과 유료화가 결정됐다”며 “유료화가 결정된 이상 관람객이 적은 겨울로 시점을 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차후 여타 서비스를 늘리는 등 수목원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12월 수목원 풍경. 힐링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수목원이지만 코로나19 인원제한과 사전 예매의 어려움으로 발길을 돌리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제공=수목원)

일각에선 이를 두고 수목원이 외부의 입김에 지나치게 휘둘려 ‘시민 중심의 적극 행정’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내놓고 있다. 

시민의 힐링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국립세종수목원. 유료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이에 반대할 시민들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시기다. 방침을 정한 이상 재고의 여지는 없어 보인다.

정부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채 수년을 기다려온 세종시민들은 그래서 억울하다. 언택트 방문지를 찾고 있는 국내 방문객들도 손해를 보는 건 매한가지다.  

현재도 제한적인 수목원 이용. 세종시민들은 무료화란 연착륙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발췌=수목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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