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멕 라이언
샐리(멕 라이언)는 잠자리에서 별로 흥분되지 않아도 남자의 애정어린 노력이 가상해서 여자가 가짜로 절정감에 빠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도저히 못 믿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해리(빌리 크리스탈). 그렇다면 직접 연기를 펼쳐보일 수밖에. 그의 눈앞에서 샐리는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침대위의 적나라한 표정을 대담하게 보여준 것이다. 1980년대 할리우드 로맨스영화의 판도를 뒤바꾸었던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롭 라이너, 1989)의 그 유명한 ‘가짜 흥분’ 장면이다.
물론 이 영화로 멕 라이언은 관객대중에게 자신의 로맨틱 캐릭터를 단번에 각인시키는 성과를 냈다. 한동안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인의 한 자리에 그녀가 있었다. 한국영화팬들도 그런 그녀의 미소에 열렬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비록 먼훗날 한국에 대한 실언 해프닝으로 한국팬들의 외면을 받기에 이르기도 했지만 워낙에 로맨스영화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그녀다.
탐 크루즈가 풋풋한 청년의 열기를 뿌리던 전투기조종사 영화 <탑건>(토니 스콧, 1986)에 조연으로 출연해 주목받기 시작한 멕 라이언은 특유의 생글거리는 표정을 얼굴안에 잔뜩 머금은 인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연애를 꿈꾸는 젊은 여성 이미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가 다채로운 연기활동의 영역을 좁히는 결과를 낳아 다소 주춤하기도 했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인 더 컷>으로 과감한 연기를 선보이며 연기의 전환점을 맞았다. 물론 1980년대의 풋풋한 연인의 모습은 과거에 남겨둔 채로.
그런 얘기들 중 쉽게 꺼낼 수는 없지만 가장 내밀한 속내 얘기의 주제가 섹스다. 여자의 섹스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거나 아직 미처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해리에게 샐리는 여보란 듯이 과감하게 고정관념을 깨버린다. 남녀가 만나서 서로를 부둥켜 하나가 되는 환상에 절절매고 있는 한 남자에게 스스럼없이 맑은 마음의 한 여자가 이렇게 외치며 현실을 드러내보이는 것만 같다.
이 남자야! 도대체 섹스는 왜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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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신개봉영화 촌평
<26년>
조근현, 2012, 한국
영문도 모르고 치안본부로 붙잡혀와 대공분실에 감금된 채 혁명사건을 날조하기 위한 고문강요로 피폐해지는 민주화운동가의 모습을 담았다.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물고문은 눈뜨고 보기 어렵다.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
이정황/김무삼/김태균, 2012, 한국
민주화 진전 과정에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듯했던 독재의 과거를 현재 시점으로 되살려낸 다큐멘터리. 1972년 ‘10월 유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일본군 장교 다카키 마사오였던 박정희 정권을 재소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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