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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택배 논란, '갈등 유발자'는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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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택배 논란, '갈등 유발자'는 따로 있다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2.02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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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 보도] '입주민 VS 택배 기사'간 민민 갈등으로만 부각
민간 건설사의 잘못된 아파트 설계, 관계기관의 뒤늦은 대응 탓
자체 비용으로 수천만 원 들인 단지들 매도... 입주민들의 항변
신도시 콘셉트인 '차 없는 지상 환경' 무색... '보행안전 가치'도 존중돼야
높이제한 2.3M로 표기되어 있는 세종시 아파트. 낮은 층고로 택배차가 진입하지 못해 입주민과 택배기사간 갈등은 계속 현재진행형인 형국이다. 2018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 다수가 이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높이제한 2.3M로 표기되어 있는 세종시 아파트. 낮은 층고로 택배차가 진입하지 못해 입주민과 택배기사간 갈등은 계속 현재진행형인 형국이다. 2018년 이전 준공된 아파트 다수가 이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본지가 지난 달 25일 보도한 <세종시, 증폭되는 ‘택배 갈등’ 해법 없나?> 제하 기사. 

이를 두고 일각에선 사망자 다발 등 열악한 노동 여건에 놓인 택배 기사들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고, 일부 아파트 단지의 과도한 대응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최근 세종시 뿐만아니라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서 불거진 갈등 역시 유별스런 단지 주민들에 의한 갑질로 부각된 바 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터라 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세종시 ‘택배기사 VS 입주민’ 갈등 양상을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의 일방향 갑질이나 안전 불감증 문제가 아니란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아파트 설계가 잘못된데서 첫 번째 원인을 찾을 수 있고, 노출된 민민 갈등에 대한 건설사들의 개선 노력과 관계 기관간 조율 부재 탓도 분명했다.

이에 이슈의 초점에 선 세종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그동안의 노력을 항변하고 나섰다. 

아파트 단지 설계의 구조적 문제와 관계 기관의 조율 부재 현실이 묻히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민들의 자구책 마련과 협의 노력도 빠졌다는 아쉬움도 전해왔다.  

단지 예산을 별도로 들여 ‘전기 카트’를 구매해 택배기사를 지원하거나 하려는 움직임을 폄훼하지 말아 달라는 제언이다. 더불어 신도시 아파트가 지상에 차 없는 단지로 설계되고 홍보된 만큼, 아이와 고령층 등의 보행 안전 가치도 존중받길 원했다. 

그동안 택배업체 및 기사들과 머리를 맞대어 찾은 상생 방안이 바로 ‘전기 카트’ 지원이란 설명도 덧붙였다.

지하 주차장 출입구 높이를 2.3m로 잘못 설계한 현실에서 최적 타협안이란 역설이다.  

실제 이미 전기 카트 2대를 지원하고 있는 3생활권 A 아파트부터 새로운 전기차 구매 의사를 밝히고 있는 C 아파트도 등장하고 있다.

그동안 수레를 이용해 동간 배달을 하던 택배기사들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한 택배기사는 “고생하는 우리를 위해 전기차를 마련해주신다고 하네요. 그저 이해해주려는 노력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A 아파트 측이 제공하는 카트. 택배차에서 물건을 일일이 이동 후 따로 배송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요즘같이 추울 때는 바람막이밖에 없어 노동 여건을 더욱 떨어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A 아파트 측이 택배 배송을 위해 구입한 골프 카트. 총 2000만 원의 아파트 자체 비용으로 구입한 이 차량으로 현재 A 아파트 배송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단지에서도 이 같은 차량 구입을 준비 중이다. 

#. 잘못된 아파트 설계, ‘민민 갈등’ 키웠다 

세종시 신도시 아파트 콘셉트는 2생활권 첫마을 이후로는 대부분 ‘지상에 차 없는 단지’를 지향하고 있다. 

이는 합계 출산율 1위, 아동 비중 1위 도시 특성상 유모차를 움직이는 학부모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으로 다가왔다. 

이상은 현실의 벽에 곧 막혔다. 배달 오토바이부터 택배 차량까지 단지 출입이 허용되다보니, 보행 안전 가치가 위협받았다.

최초 설계 당시 지하 주차장 높이가 2.7m 이상으로 반영됐다면, 갈등은 최소화될 수 있었다. 

같은 시기에 지어진 아파트라 해도 건설사에 따라 지하 주차장 층고는 천차만별이었다. 세종시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대전시의 새 아파트들은 층고 2.7m 이상 반영으로 택배 차량들의 자유로운 지하 출입을 가능케 했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 뒤늦은 지침을 내렸으나 갈등이 심화된 뒤였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사항이었으나, 자사 이익 극대화를 택한 건설사들의 꼼수도 이 같은 문제를 키웠다. 

#. 택배사들의 횡포, 열악한 노동환경도 문제

15대에 가까운 택배 차량들이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업계의 변화를 촉구하는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nbsp;
지난달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 보도를 점거한 택배 노동자들. 15대에 가까운 택배 차량들이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업계의 변화를 촉구하며 줄지어 서있다. '택배 노동자 죽음의 질주를 멈추자'란 구호가 현실을 보여준다. 

민민 갈등의 씨앗은 중견 또는 대기업에 속하는 택배회사들의 구조적 문제에서 뿌려졌다. 

택배기사 김 씨는 “택배기사들은 모두 개인사업자인터라 자기가 한 만큼 수익을 가져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많이 일해도 기사보다는 택배회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열악한 배송료는 둘째치고, 배송 시 파손이나 분실에도 기사 자신이 100% 피해 보상을 해야 하는 처지다. 시간과 돈에 쫓기다보니 이런저런 주변 환경을 돌볼 겨를이 없고, 이는 주민들의 보행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다가왔다. 4대 보험 혜택 또한 전혀 없다.

또 다른 택배기사 이 씨는 “함께 일하는 사람 모두가 택배회사의 구조적 문제임을 알지만, 일하기에도 너무 바빠 따질 겨를조차 없다”며 “늘어나는 택배만큼 힘든 택배기사들을 위해 바른 정책이 세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입주민들의 ‘안전 보행권’, 유별난 요구인가 

최근 택배 기사들의 열악한 노동권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이 줄을 잇는 동안, 일부 단지 입주민들은 속을 끓였다.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란 메리트로 이곳에 이사왔으나, 막상 마주한 현실은 택배차와 배달 오토바이가 지상을 누비며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 

울며 겨자 먹기로 지상 택배차를 허용했으나, 매번 20km 이내 차량 속도 제한을 감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부 단지에선 아이들과 충돌 사고로 이어질 뻔한 일이 세 차례 정도 반복되면서 다른 대안을 강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3생활권 A 아파트는 입주민과 택배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겠다는 공론 과정을 거쳤고, 골프 카트를 아파트 자체 비용으로 충당해 개선키로 했다.

A 아파트는 택배 이동을 위한 골프 카트 차량 1대를 1000만 원 대 비용으로 자체 구매했고, 이후 택배 물량이 늘자 추가로 한 대를 더 샀다. 만일에 있을 사고에 대비해 보험까지 들었다.

A 아파트 관리소장은 “택배기사의 편의를 위해 카트의 짐칸도 크게 해주고. 허리 굽히는 각도까지 고려해 차를 개조했다”며 “카트는 지하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여서 현재 택배기사들이 크게 불편함 없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전국에서 택배 갈등이 여러 군데 있지만, 아파트 자체 비용으로 차량을 산 것은 여기뿐”이라며 “나름 배려해서 대안을 마련한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 B 씨는 “단지 입주민들이 약속받은 아이들 보행 안전성도 정말 중요하다. 우리 단지는 절대 갑질을 하지 않았다. 택배 기사들과 원만한 협의를 거치며 최선안을 도출한 것”이라며 “대부분 아파트가 지상 출입을 허용하고 20km/h 미만 차량 속도를 권고한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고 본다. 너무 한쪽으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A 아파트 측의 이런 변화는 이웃 아파트의 운영 방식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 기존 수레를 이용해 택배를 배송하던 C 아파트 측에서도 전기차 도입을 약속하고 나섰다. 

C 아파트 택배기사는 “아파트와 택배사와 협의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며 “서로 소통하며 대안을 마련해가는 것만으로도 뿌듯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하 주차장으로 한 번에 들어갈 수 없는 현실에서 택배기사와 입주민간 윈윈안으로 다가온 배경이다. 최선안은 아니나 ‘Plan B’로선 충분하다는 게 해당 아파트 단지들의 항변이다. 

정리하자면, 더 이상 택배 갈등을 ‘입주민 VS 택배 기사’간 민민갈등으로 몰아가지 않는 시선이 절실한 시점이다. 

신도시를 행복도시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빚어진 산고의 시간.

시민사회는 입주민과 택배기사를 넘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세종시 등 관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 상생안을 찾아가려는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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