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리와 물소리 흐르는 운주산만의 매력... 고즈넉한 고산사를 지나는 가을 산책
동림산 산림욕장,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고 좋은 산책로 추천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가을엔 단풍, 단풍 구경은 역시 산이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이 잔뜩 쌓여있는 전동면 운주산. 인적이 드문 운주산은 오솔길처럼 나 있는 1차선 도로도, 한적한 주차장에서 만나는 고양이 가족도 마냥 특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운주산으로 올라가는 좁은 도로에 누가 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길을 들어선 찰라, 1차선의 좁은 도로 옆 가을 낙엽이 먼저 반긴다. 그리고 오는 사람을 환영하는 고산사 앞 10여 마리의 고양이 가족.
고요한 산사가 마뜩잖았는지 사람 두려운지 모르고 운주산 가이드 역할을 자처한다.

고양이와 함께 오르는 운주산 초입의 고산사. 잔잔하게 들려오는 불경 소리에 왠지 발걸음을 조용히 내디딘다. 다행히 운주산자락 옆을 끼고 내려오는 작은 계곡 물소리에 사람 소리가 묻혀 한결 마음이 편안해지는 산책이다.
경건한 마음 반, 자연에서 누리는 여유로움 반이 어우러지는 운주산행의 매력. 그다지 험하지 않은 코스라 사색하기에도 딱 좋다.

도시의 시끄러움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말없이 심신을 충전하기에도 적합하다.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청주에서 일부러 운주산으로 산책을 온 50대 두 자매도 마주쳤다.
두 자매는 “물소리 들으면서 산책하기 좋아 가끔 둘이 온다”며 “이렇게 걷다 보면 세상의 시름이 사라지는 기분”이라는 소감을 전한다.
숲길의 묘미를 일찌감치 깨달은 자매의 모습이 아름다워 한참 동안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렇다. 바삐 살다가 ‘쉼표’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래서 혹자는 이런 말을 했다. ‘자연을 잊고 지내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을 잊는 것’이라고...
스스로 방전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낄 때, 세종시 도심과 그리 멀리 않은 운주산으로의 가을 산행은 어떨까? 산소리 물소리와 함께, 마음이 촉촉해 올 것이 분명할 테니까 말이다.
한편, 내달 중 운주산성과 천년고찰 고산사, 운주산 숲 공원 등 역사와 문화를 하나의 연결하는 총 12㎞의 운주산 둘레길도 만들어져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단절됐던 600여 미터를 연결해 운주산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둘레길로 운주산 등산의 새로운 즐거움을 더할 예정이다.

전동면에는 운주산 외 빼놓지 말고 들려보면 좋을 '산책 명소'가 있다. 바로 동림산 산림욕장.
운주산보다 주차장까지 이르는 길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 점은 아쉬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마을 한복판을 가로질러 지나가는 길이 울퉁불퉁하고 꽤 길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주차장에 도착해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방금 전까지 힘들었던 과정은 이내 머릿 속에서 잊혀진다.
봄, 가을이 아니어도 좋다. 여름, 겨울까지 사시사철 그 매력을 뿜어낸다는 동림산 산림욕장.
늦가을을 지나 초겨울이 찾아오기 전 한번쯤 전동면 일대 방문 코스로 잡아보는 것도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