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의 詩골마실' 16편] 신념이 있어 보이는 그 모습을 닮고 싶다
-오랜 친구 만수국-
서릿발에 한숨 지으며 목을 내주더니
기차 경적 울려도 정신 놓고 있네
내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온기 담은 주황빛 촛불들이
긴 어둠을 걷어내고 있다
[작품 노트]
찬 서리 내린 줄도 모르고, 깜짝 놀라 얼굴을 오므린다.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아주 오랜 시간 꽃을 보았다. 향기는 언제나 변함없이 코끝에서 맴돌았고 폭염에도 잘 버텨주었다. 뽀송뽀송하고 고운 맵시 때문일까, 아무도 싫증을 내지 않는다.
만수국은 내게 오랜 친구였다.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신념이 있어 보이는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다.
이제 겨울이 오고 있다고 일러줘야겠다. 그리고 6월 초여름에 화장기 없이 민낯으로 다시 만나자고 말해야겠다.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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