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싱그러운 복숭아, 명품 '와인’으로 만나다
상태바
싱그러운 복숭아, 명품 '와인’으로 만나다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10.24 10: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 같이 돌자 세종한바퀴 전의면 5편] 복숭아향이 고스란히 담긴 ‘복숭아 와인’
금이산농원, 농사짓는 마음으로 5년간 시행착오 끝에 상품화 성공
오가피 & 사과 와인도 굿초이스... 깨끗한 현대시설로 만들어 맛과 색도 깔끔
전의면 금이산농원에서 맛 본 3종 와인과 금이산 오가피즙. 김영기 대표는 맛과 향은 복숭아 와인, 약술로는 오가피 와인, 맛 좋고 소화에도 좋은 와인은 사과라고 소개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는 단연 '복숭아 와인'이 꼽힌다.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이렇게 향긋한 술이 있을까?”

전의면에서 만난 복숭아 와인에 신세계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달큰하고 싱그러운 복숭아 향에 흠뻑 취하고 한 모금 넘기자 그 맛에 다시 한번 놀란다.

복숭아 자태 그대로 술이 된 형상의 ‘복숭아 와인’. 세종의 유일한 특산물인 조치원 복숭아로 빚어진 와인이 산 좋고 물 좋은 전의면 가느실길에서 만들어진다는 소문을 듣고 꼬불꼬불 시골길을 찾았다.

첩첩산중 한적한 금이산농원에서 가장 반겨운 이는 고양이 가족. 그리고 호랑이띠 원조 걸크러시 김영기(70) 대표다.

낮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살아온 김영기 대표. 70세가 무색하게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소개하는 '복숭아 와인'에는 그만의 자랑과 땀이 서려 있다.

원조 ‘환불원정대’는 바로 나!

5녀 중 장녀인 김 대표는 아들이 없다는 이유로 두 번째 엄마를 맞을 뻔(?)한 소식을 듣고 집을 박차고 나와 국내 여성 1호 전기공사기사가 됐다.

당시 여자가 집을 짓는다고 집주인이 소금을 뿌리고 난색을 표하는 일도 다반사였지만, 전기공사 후 스위치를 올렸을 때 전기가 환하게 들어오는 환희를 잊지 못해 35년 동안 이 일을 했다.

“누가 여자 되고 싶어 태어났어요? 태어난 거로 차별하면 안 되지!”

지금은 여성에 대한 평가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70년 전 태어난 김 대표는 평생 이런 마음으로 만사를 대했다고 한다. 타고난 근성과 더불어 어려움과 맞닥뜨려도 지지 않는 도전 정신은 아마 그때 생겼을 것 같다고 말하는 김 대표.

다행히 가출 후 여섯 째 20살 터울의 남동생이 생겨 집안의 평화는 찾아왔다고 후일담을 전한다.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와인을 만든다는 김영기 대표. 한해 농사를 망쳐도 다음해 또 씨를 뿌리는 농부처럼 5년간의 노하우로 복숭아 와인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40년 전 전의면으로 터를 옮긴 김 대표는 오가피 농사를 지으며 농림산물 가공사업과 부가가치 있는 상품 생산에 눈을 떴다.

이후 ‘와인을 만들어보자’라는 마음으로 농업대학을 찾아다니며 연구를 시작한 게 벌써 15년 전. 이후 직접 농사지은 오가피로 와인을 연구한 뒤 세종시 특산물인 복숭아가 눈에 띄어 복숭아 와인도 만들었다.

이후 이웃 주민이 "사과를 대줄 테니 사과 와인도 만들어보라"는 제안에 사과 와인도 개발했고 성공작이 됐다.

(좌) 깨끗한 현대시설로 숙성중인 와인과 (우) 병입 후 냉장 숙성 중인 복숭아 와인. 

맛과 향 그대로, 그게 기술!

복숭아 와인은 딱 한 모금만 마셔보면 그 진가를 안다. 보통의 와인은 향과 맛이 다르게 느껴지는 게 다반사인데, 금이산농원 복숭아 와인은 ‘향과 맛이 이렇게 일치하는구나’를 몸소 보여준다.

복숭아 그대로 기분 좋은 목 넘김이 있는 복숭아 와인이라고 평하자, 김 대표는 “그게 기술이지!”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복숭아로 술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복숭아만의 향과 맛을 깨끗하게 담아내는 게 기술”이라는 복숭아 와인 전문가의 전언.

사실 복숭아는 가공하기 어려운 과실로 한국 와인계에 새로운 지평을 연 와인으로 평가받는다.

사과나 배와 달리 처음 만들었을 때 뿌옇고, 이를 투명하게 거르는 ‘청징’의 과정이 지리멸렬할 정도로 많은 기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이다. 물 한 방울 안 들어간 복숭아로 과일즙을 내고, 이 즙을 발효시켜 맑게 만들고 또 오랜 시간에 숙성에 들어가기까지...

이 일련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와인병을 보는 마음이 숭고해지기까지 한다.

(좌) 미술을 전공한 큰 딸이 그린 그림으로 포장된 복숭아 와인의 디자인과 (우) 시원하게 먹으면 그 향을 더하는 복숭아 와인의 시음 모습. 알콜도수 12%지만 전혀 쓰지 않고 달콤하게 술술 넘어가는 장점이 있다. 

이런 노력을 아는지 맛을 아는지 벌써 복숭아 와인의 마니아층도 상당하다. 세종시에서는 싱싱장터에서 만날 수 있지만, 직접 간 금이산농원에서는 외부 택배 물량이 꽤 많다. 이를 반증하듯 인터넷 리뷰도 650여 건으로 다양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인위적인 복숭아향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복숭아 과육을 먹는 느낌의 와인이에요!”
“달콤해서 맛있고 기분 좋게 취하는 좋은 술.”
“복숭아도 좋은데, 와인이라니 너무나 좋습니다!”
등 후기만으로도 소비자의 반응이 와 닿는다.

자식 농사만큼 품을 들였다는 ‘복숭아 와인’. 5년간 쏟아 버린 와인만 해도 말도 못 할 양이라는 김 대표의 시행착오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호평이 줄을 잇는다.

“성공이란, 내가 노력해서 누구 앞에 내놔도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는 김 대표의 포부가 복숭아 와인에 대한 신뢰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앞으로 딸과 아들, 손자까지 함께하고픈 계획이 담겨있다.

든든한 세종시의 자랑을 전의면에서 만난 기분인 금이산농원의 ‘복숭아 와인’.

당분간 ‘싱싱장터’에서 이곳 앞을 서성거릴 것 같다. 한번 마신 그 맛을 잊지 못해 홀짝홀짝 매번 사다 먹고 싶은 일이 많을 테니까.

전의홍보관 한 쪽에 전시된 금이산농원 와인세트. 와인과 함께 생산된 식초도 전시돼 있다. 식초는 알코올 발효 후 후처리로 초산발효가 더 필요해 정교한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 금이산농원

● 체험 : 와인 시음 및 도예 체험 가능(도예는 예약 필수)

● 전화 : 044-863-347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