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춘의 詩골마실' 12편] 거미와 얽힌 이야기
씨줄과 날줄로
한땀 한땀 엮은 거미줄에
기다려도 오지 않고
빗물만 걸렸네
저건 먹잇감의 눈물
[작품 노트]
익충인 거미인데도, 거미줄에 관한 선입관은 별로 좋지 않다.
집 주변에서 여기저기 버티고 있는 거미줄을 걷어내려고 짜증내지만, 얼마 안 가서 또 그 자리에 있다.
끈적거리는 거미줄에 정작 거미는 거침없이 자유롭게 옮겨 다닌다.
씨줄에는 끈적거리는 액이 묻어 있어 먹잇감 사냥에 유용하고, 거미는 이 물질이 없는 날줄을 따라 이동하기 때문이란다.
많이 궁금했었다. 방사형으로 튼튼하게 엮어낸 거미줄은 훌륭한 설계도면이 있을 법하게 기하학적이다.
먹잇감이 걸려들었을 때 재빠르게 나타나 공격하는데 꽁무니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거미줄로 돌돌 말아 상대를 제압한다.
비가 그친 어느 가을날, 기약 없이 기다리는 거미에게 빗물이 걸렸다. 빗물이 내게는 수없이 희생된 먹잇감의 눈물로 보이는 것은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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